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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생태계 개방...대기업·대학 등 다양한 플레이어 뛰게해야

[혁신성장 핵심은 질적 도약]

<하>탄탄한 네트워크로 유니콘 육성

대기업, 첨단기술·인적자원 보유

풍부한 해외 사업망 구축도 강점

벤처생태계 지속 성장에 큰 도움

포스텍·포항공대 등 국내 대학은

기술지주사 꾸려 창업지원 나서

VC·연구기관 파트너십 구축도

노상철(오른쪽 두번째) 에이엔폴리 대표가 지난해 11월 경상북도 포항에 위치한 포항공대 내 C5 연구실에서 직원들과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에이엔폴리는 포스텍지주회사의 투자를 받고 있는 업체다./사진제공=포스텍기술지주




김종국(오른쪽 첫번째) 레신저스 대표가 경상북도 포항에 위치한 포항공대 지곡연구동 내 회의실에서 직원들과 향후 사업전략을 논의하고 있다. 레신저스는 포스텍기술지주의 투자를 받고 있는 업체다./사진제공=포스텍기술지주


1998년 설립된 만도맵앤소프트(현 현대엠엔소프트)는 만도기계에서 분사한 ‘1세대 벤처기업’이다. 전자지도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했던 만도맵앤소프트는 당시 현대자동차·SK텔레콤·KTF·LG텔레콤 등에 내비게이션용 디지털 지도를 공급하면서 업계 1위로 급성장했다. 현대자동차와 현대오토넷의 투자가 밑바탕이 됐다. 2005년 10월 만도맵앤소프트는 현대자동차그룹의 계열사로 편입되며 현대차 내에서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 공급을 전담하게 됐다. 이에 힘입어 2005년 100억원에 머무르던 매출액은 1년 만에 259억원으로 늘어났다. 현대엠엔소프트로 이름이 바뀐 지금은 매출액이 2,489억원(2018년 기준)에 달한다. 만도맵앤소프트 사례는 벤처가 성장하는 데 있어 대기업의 지원과 투자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개방형 혁신’이 주목을 받으면서 창업생태계에 다양한 플레이어를 유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최신 기술을 보유한 대기업이나 대학 내 기술지주회사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벤처 생태계에 혁신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공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종속’ 관계 벗어나 ‘상생’ 꾀하다=6일 벤처업계에 따르면 협력사 중심 산업구조가 위기에 놓이자 제조 대기업 사이에서 스타트업에 관심을 기울이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과거엔 ‘벤더’와 함께 자동차나 스마트폰 등 특정 완성품을 만드는 게 목적이었다면, 이제는 다수의 파트너와 함께 신사업 아이템을 발굴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현대자동차는 창업생태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곳 중 하나다. 지난 2015년부터 정부의 팁스(TIPS)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을 뿐 아니라 지난해부터는 ‘제로원 엑셀러레이터’라는 이름으로 혁신 스타트업 발굴 프로그램을 브랜드화했다. 국내에는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와 서울 서초구 소재 자체 비즈니스 인큐베이터(BI)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2000년부터 ‘벤처플라자’라는 이름의 사내벤처 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 일찌감치 개방형 혁신에 나섰다”고 소개했다.

현대자동차가 스타트업 지원에서 가장 자신감을 내비치는 분야는 POC(Proof Of Concept·개념검증) 지원이다. POC는 신기술을 도입하기 전에 사업 성공 가능성 등을 검토하는 작업을 뜻한다. 현대자동차는 스타트업에 POC 관련 비용을 제공하고 본사나 계열사, 협력사 등 잠재적인 사업 파트너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해외 곳곳에 뻗어 있는 광범위한 사업망도 강점이다. 현대자동차는 ‘크래들’이라는 이름의 개방형 혁신 지원센터를 마련해 미국 실리콘밸리, 독일 베를린, 중국 베이징, 이스라엘 텔아비브 등에 진출했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크래들을 활용해 해외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창업가는 물론이고 우리나라에서 해외로 나가려는 스타트업까지 도울 방침”이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가 스타트업 발굴에 나서는 이유는 내연기관차 중심의 산업구조가 친환경차와 자율주행차 쪽으로 중심축을 옮기면서 기존의 ‘벤더’ 중심 공급사슬로는 혁신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예전엔 ‘자동차’를 중심으로 회사가 움직였다면, 지금은 자동차와 그 제반 서비스까지 모두 포괄하는 ‘모빌리티’로 사업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며 “다양한 주체들과 파트너십을 도모함으로써 신성장 동력을 찾아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인공지능(AI)·스마트시티·에너지·로봇 등 모빌리티와 관련된 유망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교수와 스타트업의 ‘컬래버’=국내 대학도 기술지주사를 꾸려 창업 지원에 나서고 있다. 지난 2012년 설립된 포스텍기술지주는 일찍이 포항공대와 서울에 BI를 설립하며 창업지원에 나서고 있다. 유주현 포스텍기술지주 대표는 “핀란드의 알토(Aalto)대는 연구결과물을 창업으로 연결하며 창업생태계 구축에 큰 역할을 했다”며 “포항공대 역시 연구중심 풍토에서 벗어나 기술사업화를 통한 사회적 가치 창출에 나서기 위해 기술지주사를 꾸렸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알토대는 2010년 핀란드에 위치한 공과대학 세 곳을 통합해 만든 대학으로, 알토 스몰 비즈니스 센터(Aalto Small Business Center)와 알토스(Aaltoes)라는 이름의 창업동아리를 바탕으로 핀란드의 산업구조를 노키아 중심에서 스타트업 중심으로 재편하는 역할을 수행한 곳으로 유명하다. 포스텍의 강점은 우수한 연구진과 랩 창업이다. 유 대표는 “학부 창업, 대학원생 창업가는 물론이고 교원 창업가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며 “특히 교내에 BI를 두면서 교수와 창업가 사이의 교류도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넓어지는 ‘네트워크’=스타트업 지원을 위해 벤처캐피털(VC)·연구기관·기업과 손을 맞잡는 곳도 늘어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4월 SK텔레콤과 모빌리티·커넥티드카 분야 기술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제로원 트루이노베이션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시행키로 했다.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를 발굴하고 관련 스타트업을 육성한다는 취지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SK텔레콤은 물론이고 한국콘텐츠진흥원, 현대모비스 등과 분야별로 스타트업 공동 공모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포스텍기술지주는 지난 5월 포스코와 중소벤처기업부가 함께 조성하기로 한 ‘포스코 벤처플랫폼’ 자금을 바탕으로 KAIST·DGIST·UNIST·GIST와 스타트업 발굴 네트워크를 키워나간다는 방침이다. 유 대표는 “포스텍에서만 창업지원이 머무르면 스타트업 풀이 너무 좁다”며 “초보적인 협의는 어느 정도 이뤄진 상황이며, 과기원과 광범위한 기술창업 네트워크를 마련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심우일기자 vit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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