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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 미국 특허 분쟁 181% 증가..."PCT 활용 여건 조성을"

[4차산업 성패, 글로벌 IP에 달렸다]

<하> 확대되는 '특허전쟁' 답은 다국적화

中企 신규특허 해외 출원율 4.3%

대·중견기업에 비해 턱없이 낮아

PCT, 여러 국가 출원 유리 하지만

비용·판로개척 등 이유로 활용 저조

규제 풀어 '특허 체력 강화' 지적도





지난 4월16일 특허관리금융회사(NPE) 유니록(Uniloc)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미국 텍사스 지방법원에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갤럭시 S10 등에 포함된 ‘안드로이드 빔 송수신 기능’과 ‘무선 네트워크 통신 기능’이 특허 문제가 있는 기술이라는 주장에서다. 유니록은 모바일 통신기기에 강점을 보이고 있는 NPE로 지난해 미국에서 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 기업에 52건의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9일 특허청과 업계에 따르면 유니록 사례처럼 국내 기업의 해외 특허 분쟁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국내 대기업을 중심으로 펼쳐지던 특허 분쟁이 최근 들어서는 중소기업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 중 대다수가 해외 특허 출원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해외 특허 분쟁에서 승리할 ‘충분조건’인 현지 출원부터 원활하지 않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특허협력조약(PCT)이나 마드리드·헤이그 국제출원 시스템처럼 하나의 출원서로도 다양한 국가에 지식재산(IP)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게끔 도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4차 산업혁명 흐름 속에서 신기술 관련 분쟁이 늘어날 걸로 예상되는 가운데 미·중 무역분쟁까지 겹치면서 특허의 ‘다국적화’가 절실해졌다는 분석이다. 이를 위해선 규제 완화를 통해 국내 특허 기초체력을 강화해 기업들이 해외에 특허를 출원할 ‘유인’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中企까지 확산되는 ‘특허戰’=특허청과 한국지식재산보호원이 작성한 ‘2018 국내 지재권분쟁동향 연차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미국 내 한국 기업 관련 특허 분쟁 수는 총 284건이다. 2017년 182건에 비해 56%나 늘어난 수치로 2014년 144건으로 저점을 찍은 이후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미국 내 전체 특허 분쟁이 2015년 5,831건을 기록한 이후 하향세를 그리다 지난해엔 3,657건까지 떨어진 점을 고려하면 유독 한국 관련 분쟁 건수 증가세가 두드러진다는 분석이다.

주목할 점은 중소·중견기업 관련 분쟁이 특허 분쟁 증가세를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중소·중견기업의 미국 내 특허 분쟁은 2015년 10건에 머물다가 2017년 41건으로 늘어났다. 급기야 지난해엔 118건으로 급증하며 전년 대비 181% 증가했다. 중소기업으로 특허 분쟁의 ‘전선’이 확대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사례도 다양해지고 있다. 지난해 4월 다국적 미용의료기기 제조업체 시너론(Syneron)이 국내 중소기업 4개사를 상대로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지난해 12월에는 한국 중소기업 다섯 곳이 피소당했다. 음향기기 전문 다국적기업 보스(Bose)는 지난해 5월 이어피스 장치와 관련해 국내 중소기업이 특허를 침해했다고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조사신청서를 내기도 했다.

◇특허 ‘다국적화’ 절실=이처럼 특허 분쟁이 늘어나고 있음에도 국내 중소기업 중 해외에 특허를 등록하지 않는 곳이 많다. 특허청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의 신규 특허 해외 출원율은 2015년 기준 4.3%로 대기업(36.8%)이나 중견기업(10.7%)에 비해 턱없이 낮다. 중소기업이 특허 분쟁에 대비할 ‘기본 조건’조차 갖춰지지 못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업계에선 중소기업의 특허협력조약(PCT) 활용도가 낮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PCT는 한 번의 출원만으로도 다양한 국가에 특허를 출원할 수 있는 국제조약이다. 30개월 안에 외국 현지출원 여부를 결정해도 되는 장점도 보유하고 있어 다수 국가에 출원을 검토할 때 유리한 제도다. 하지만 특허청에 따르면 PCT 국제출원을 활용한 중소기업 중 55.3%가 현지출원을 포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허청 관계자는 “중소기업 중엔 지식재산 담당자가 정해져 있지 않은 곳이 많고 판로 개척에 급급하다 보니 지재권 출원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며 “더구나 중소기업 입장에선 해외 특허출원으로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아 많은 국가에 특허를 출원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 입장에선 PCT를 활용하기보단 소수 국가에만 특허를 내는 게 ‘합리적 선택’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해 이와 같은 ‘선택과 집중’ 전략이 점점 의미를 잃고 있다. 강민수 광개토국제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는 “과거엔 중소기업들이 핵심 거래처인 중국에만 특허를 등록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며 “그러나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통상분쟁을 본격화하고 있어 특허 다국화를 위해 PCT를 활용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높아졌다”고 짚었다.

정부에서도 대응에 나서고 있다. 특허청은 당장 이번 달 ‘해외특허 경쟁력 강화 종합계획’을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그간 ‘글로벌 IP 스타기업’, ‘스타트업 특허바우처’, ‘특허공제 사업’ 등을 통해 국내 중소기업의 해외특허 지원사업을 꾸준히 추진해왔지만, 기존 사업 확대만으론 전반적인 해외출원 경향을 바꾸는 데 한계가 있다는 문제의식에서다.

◇규제완화가 근본 처방=업계에선 근본적으로 규제 완화를 통해 국내 특허 ‘기초체력’부터 키워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규제가 완화돼야 국내 특허에 명시할 수 있는 기술도 다양해져 해외에 특허를 등록할 때 제청할 수 있는 ‘권리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구태언 테크앤로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한국은 낡은 규제로 혁신생태계 형성에 실패했다”며 “해외 기업에 선행특허를 뺏기면서 국내 중소기업 입장에선 해외에 특허를 등록할 이유가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속한 규제혁신으로 산업생태계를 활성화시켜야 한국 기업이 외국 기업에 앞서 특허를 출원하고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심우일기자 vit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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