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 있는 작가들과 일하는 것을 업으로 삼은 뒤 깨달은 점이 있다. 새로운 재능을 가진 사람에게는 반드시 그를 욕하고 끌어내리려는 적이 따라붙는다는 점이다. 아무리 굳은 심지를 가진 사람이라 할지라도 내게 맹렬한 적의를 드러내는 목소리에 완전히 초연하기는 힘들 것이다. 게다가 나를 응원하는 목소리는 나지막하게 스미는 반면 적들의 목소리는 격렬하고 악의에 차 세상을 쩌렁쩌렁 울린다. 그래서 언제나, 나를 알아주는 사람보다 내게 적의를 품은 사람들이 더 힘센 다수처럼 보인다.
그러나 미움을 연료로 살아가는 사람들이란 얼마나 불행한가. 나의 재능이 아니라 타인의 실패와 고립을 기원하며 생을 지탱할 수밖에 없는 자들이란 얼마나 불쌍한가. 탁월한 재능과 독보적인 빛을 내뿜는 사람이 저 찰나의 아우성 속에서 힘과 재능을 낭비하다 만신창이가 돼가는 것은 슬픈 일이다.
‘까미유 끌로델’ 평전에 등장한 이래 동명의 영화 대사로도 알려진 위의 문장은, 내가 천재라 믿고 지지하는 이들에게 선물하는 글귀다. 나는 내가 지지하는 사람에 대해, 당신이 왜 그토록 좋고 새로운지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다. 그러나 재능 있는 당신을 집요하게 물어뜯는 적들은 당신을 모른다. 결국 싫으니까 싫다는 이야기만을 앵무새처럼 반복할 뿐이다. 그러니 재능도 적도 많은 당신, 걱정하지 마시라. 당신의 찬란한 재능에 저 바람 같은 질투와 적의조차 꺾일 날, 머지않았으니. /이연실 문학동네 편집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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