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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구찬 선임기자의 관점]나랏돈으로 강사 해고 막는다지만...대학은 "가을 개강이 두렵다"

■강사법 시행 앞둔 대학가 혼란
방학임금·퇴직금 지급주체 모호..."결국 대학이 덤터기" 우려
"정부, 전임 늘리라더니 이젠 강사 머릿수 채워라 압박 역주행"
3년 임용절차 보장도 박사 신규 취득자엔 진입장벽으로 작용
5개 교수단체 "교육 망친 교육부에 미래 못맡겨" 해체 성명



[권구찬 선임기자의 관점]나랏돈으로 강사 해고 막는다지만...대학은 '가을 개강이 두렵다'

[권구찬 선임기자의 관점]나랏돈으로 강사 해고 막는다지만...대학은 '가을 개강이 두렵다'

‘저는 올해 수도권 두 학교에서 해고된 시간강사입니다. 초빙교수로 전환하라는 학교 측 요구를 거절했더니 강의를 줄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가짜로라도 4대 보험 들어오면 겸임 자리를 주겠다는 제안을 학교로부터 들으면 차마 학생 앞에 얼굴 들고 서기가 부끄럽지요.’

스승의 날인 지난달 15일 전 대학강사 조이한씨가 인터넷 언론에 기고한 글의 첫 단락이다. 그는 ‘스승의 날에 유은혜 교육부 장관님께 보내는 편지(시간강사 처우, 알고 계시는지요)’라는 제목의 글에서 시간강사의 열악한 처우와 대학 측의 꼼수를 고발했다. 시간강사의 평균 임금은 시간당 5만9,000원. 주 6시간 강의하면 한 달에 130만원쯤 받는다. 4개월 방학기간에는 무노동이라 무임금이다. 1년 단위로 환산하면 올해 1인 가구 최저생계비 월 102만원과 얼추 맞먹는다. 그는 ‘좋은 내용도 아니고 이제 인터뷰 그만하고 싶습니다’라고 끝을 맺은 기고처럼 기자의 취재에는 응하지 않았다. 조씨는 ‘분노의 강사들’ 공동대표로 강사해고 사태에 맞서 피켓을 들었다.

8월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전국 대학마다 홍역을 앓고 있다. 강사들은 처우 개선은 반갑지만 고용불안이 심해지지 않을까 걱정한다. 대학은 늘어난 재정 부담과 2학기 학사일정 차질을 걱정하고 있다. 새 제도가 대학과 강사 측의 합의 결과이기는 하나 어느 한쪽도 만족하지 못하는 반쪽짜리여서다. 교육당국은 대랑해고를 막기 위해 강사고용 현황을 대학 평가와 대학지원 사업에 반영하기로 했지만 대학 자율성을 제약한다는 관치 논란이 적지 않다.

[권구찬 선임기자의 관점]나랏돈으로 강사 해고 막는다지만...대학은 '가을 개강이 두렵다'
지난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교육부와 대학단체·강사단체 대표들이 ‘강사제도 안착방안’ 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교육부

일명 ‘강사법’으로 불리는 개정 고등교육법은 방학 중 임금과 퇴직금, 1년 고용 및 3년 임용절차 보장 등을 뼈대로 한다. 2011년 첫 법제화 이후 네 차례나 시행이 유보되다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해 시행을 코앞에 두고 있다.

제도 시행을 네 차례 유보하게 된 사유들은 모두 해소됐을까. 과거 제도에 비해 진일보한 측면은 있다. 방학 중 임금 지급과 3년 임용절차 보장 등은 교원 지위를 보장한 강사법 취지에 부합한다. 하지만 허점이 한두 개가 아니다. 강사법의 불안한 출발을 앞둔 대학은 ‘가을 개학이 두렵다’는 반응이다.

대학의 첫 번째 고민은 정부가 부담하기로 한 방학 중 임금에 상응하는 비용을 대야 하는지 여부다. 대학마다 눈치만 보고 있다. 정부가 예산에 반영한 288억원(가을학기 기준)은 2주치 임금. 개학 전 강의 준비 1주일과 종강 후 평가 1주일을 근로시간으로 본 것이다. 강사법에는 ‘방학 중 임금을 지급한다’고만 규정됐을 뿐 누가 얼마나를 줘야 하는지가 구체화돼 있지 않다. 대학이 의무교육 대상이 아닌데도 왜 세금으로 강사 임금을 줘야 하는지부터 논란거리다. 교육부는 “재정 투입은 제도 안착을 위한 마중물”이라고 설명한다. 대학의 재정 부담 증가가 강사 해고로 이어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대학 측은 시간이 지나면 결국 대학이 떠안아야 할 것이라는 우려감이 팽배하다. 방학기간 4개월치 임금은 2,308억원에 이른다.

퇴직금 지급 규정도 재정지원 연속성에 대한 의문을 낳기는 마찬가지다. 내년 예산안에 퇴직금 재원을 반영한다는 것이 전부다. 3년 임용이 끝난 뒤 4년차 계약 때가 신규 고용인지 고용 연장인지도 법리적 다툼이 있다.

재정 문제가 아니더라도 고등교육 정책의 역주행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지역 사립대의 한 교무처장은 “교육당국은 당근과 채찍을 동원해가며 고등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해 전임교원 비율을 확충하라고 요구했다”며 “이제 와서 시간강사 머릿수를 채우라는 요구는 앞뒤가 안 맞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학령인구 감소로 시간강사 수는 갈수록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기왕 재정을 동원한다면 단순 인건비 지원보다는 전임교원 유도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임교원 비율과 학생 1인당 전임교원 수 등은 고등교육의 질적 평가에서 주요한 척도다. 대학들은 당국의 주문에 부응해왔다. 전임교수는 2008년 7만3,072명에서 지난해 9만902명으로 늘어난 반면 같은 기간 시간강사는 9만9,050명에서 7만6,164명으로 줄었다.

[권구찬 선임기자의 관점]나랏돈으로 강사 해고 막는다지만...대학은 '가을 개강이 두렵다'
3월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강사 구조조정 저지와 학습권 보장 결의대회에서 한 참가자가 ‘수업을 돌려달라’는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강사들의 반응은 다소 엇갈린다.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은 환영 논평을 냈지만 ‘분노의 강사들’은 미봉책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연세대 상대 시간강사 김모씨는 “영어와 글쓰기 같은 교양과목을 강의하거나 여러 대학에서 가르치는 전업형 강사일수록 해고의 위기감이 크다”고 말했다.

1년 임용과 3년 임용절차 보장 규정이 강사 모두에게 유리한 것도 아니다. 3년 임용절차 보장은 특별한 하자가 없으면 재임용한다는 측면에서 진일보했지만 3년마다 대량해고와 신규 임용이 반복되며 강사의 고용불안을 가중시킬 수 있다. 박사 신규 취득자로서는 진입 장벽에 부닺칠 우려 또한 크다. 강사 법 시행 첫해인 올 2학기와 시행 3년차인 2021년 2학기 사이에 신규 임용 공백기가 발생한다는 얘기다.

공개채용이 투명성 확보와 기회균등 차원에서 바람직하지만 허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성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연구팀장은 “올 초 몇몇 지방 전문대가 공개채용을 실시한 결과 단 한 명도 지원하는 않은 사례가 발생했다”며 “고용불안을 느낀 강사들이 이곳저곳에 신청한 뒤 조건이 좋은 강의만 맡게 되면 지방대학으로서는 강사 구인난은 물론 학사일정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했다.

일단 1학기 때의 살벌한 해고 바람은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고용실태 기준시점을 대량해고 사태가 일어나기 전인 지난해 2학기로 삼고 있다. 올해 대량해고한 대학에는 강사 수를 다시 채워넣거나 최소한 현 수준을 유지하라는 주문이다. 대학은 제도 시행에 대비해 미리 시간강사를 대량해고했다. 강사단체가 추정하는 해고 인원은 1만5,000~2만명 수준. 교육부 또한 중복산정을 고려하더라도 1만명은 줄어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학이 강사 처우개선에 소홀했던 것은 사실이다. 비용을 줄일 요량으로 4대 보험과 방학 중 임금 부담이 없는 겸임·초빙교수로 시간강사를 대체하는 꼼수를 동원한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개설 과목을 6,655개나 줄여 학생들도 피해를 봤다. 졸업이수학점을 줄인 대학도 있다.

[권구찬 선임기자의 관점]나랏돈으로 강사 해고 막는다지만...대학은 '가을 개강이 두렵다'

대학도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충청권 사립대의 한 부총장은 “10년 넘게 이어진 반값 등록금 정책에 학교 재정상황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며 “전기·수도료도 아껴야 할 판인데 강사 처우 개선에 수억원 정도도 못 쓰느냐는 비판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물가인상분을 반영한 실질 대학 등록금은 최근 10년 동안 각각 21.1%(국공립대)와 16.5%(사립대) 인하됐다. 지난해 실질 사립대 등록금은 2001년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로 인한 수입결손액은 사립대 1곳당 66억원쯤 된다. 입학금 순차 폐지로 매년 13억원의 수입이 또 줄어들 처지다. 사립대 열에 예닐곱이 적자를 보는 연유다.

[권구찬 선임기자의 관점]나랏돈으로 강사 해고 막는다지만...대학은 '가을 개강이 두렵다'

대학은 어떻게든 비용을 감축하려 들고 강사진은 비교육적 처사에 분노하고 있다. 지성의 전당인 대학이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른 것일까. 권력의 눈치를 보느라 온탕과 냉탕을 오간 고등교육 정책의 실패라는 것이 중론이다. 1990년 중반 ‘대학 설립 준칙주의’ 도입 이후 대학은 우후죽순처럼 늘어났다. 교육당국은 학령인구 감소가 코앞에 다가왔음에도 대학의 반값 등록금 불만을 무마하느라 입학정원을 되레 늘려줬다. 그 사이 전직 교육관료들은 대학 행정과 강단을 꿰차면서 부실 대학의 바람막이가 됐다. 뒤늦게 대학 구조조정에 착수했지만 이미 늦었을 뿐 아니라 그조차도 시늉만 냈다. 지역 균형개발과 정치논리에 휘둘리면서 지금껏 퇴출된 대학 숫자는 손에 꼽을 정도밖에 안 된다. 박사학위를 딴 학문 후속세대가 계속 배출되고 있는데도 말이다.

강사법을 둘러싼 대학과 강사진의 갈등은 고등교육 정책 난맥의 일부일 뿐이다. 그런데도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는다. 지난달 교수 5개 단체가 “교육을 망친 교육부에 미래를 맡길 수 없다”며 교육부 해체 성명을 낸 것은 그래서다. /권구찬 선임기자 chan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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