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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화의 4차산업혁명] 소비자운동으로 뒤틀린 규제 바로잡자

<137>규제 거버넌스 정상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
각종 진입장벽에 이익집단 형성
규제 혁신 가로막는 걸림돌로
소비자도 조직화에 적극 나서야

  • 2019-06-12 17:04:10
  • 사외칼럼
[이민화의 4차산업혁명] 소비자운동으로 뒤틀린 규제 바로잡자

규제는 옷과 같이 환경 변화에 따라 갈아입어야 한다. 규제는 공익과 사익의 충돌을 조정하는 순기능으로 출발하나 환경이 변화하면 여름에 겨울옷을 입는 것과 같이 역기능이 증가한다. 규제에 공존하는 편익과 비용이라는 순기능과 역기능의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그런데 규제가 갖는 진입 장벽의 성격은 필연적으로 규제를 장벽 삼아 지대(地代)를 추구하는 이익집단을 형성하게 된다. 김태윤 한양대 교수에 의하면 정관산(정치·관료·산업)의 규제 이익집단은 철의 삼각 편대를 구축해 집단의 이익을 위해 국가 혁신을 가로막는 규제를 수호하는 논리로 무장한다고 한다. 그런데 규제로 인해 불이익을 받는 소비자와 산업계는 침묵하고 있다. 필자가 공인인증서 규제 철폐 운동을 하는 과정에서 부딪힌 최대의 난관은 국가 전체 이익을 대변할 대중은 조직화되지 않은 반면 정관산 철의 삼각 편대는 강력히 조직화돼 갈라파고스 규제를 통한 집단 이익 수호에 성공한다는 점이다.

규제개혁이 헛도는 본질적 이유는 규제총량제·일몰제·샌드박스 등 개별 규제 정책의 문제보다는 규제 수호 세력과 규제 혁신 세력 간의 힘의 불균형에 있다. 공무원 권력의 기반은 규제와 지원자금에 있다. 규제개혁은 스스로 권력을 내려놓는 행위이므로 당연히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감사원 감사는 관료들에게 규제 수호의 강력한 명분을 제공하고 있다. 자신에게 불이익이 되는 규제개혁을 하라는 대통령의 정책에 대한 공무원 사회의 대책은 바로 실효성 없는 숫자 중심의 보여주기 규제개혁이라는 ‘척’하는 규제개혁이다. 감사원 정책 감사를 개혁하고 객관적 규제 평가지표를 구축해야 하는 이유다.

일하는 국회는 법률이라는 규제를 생산하게 된다. 대부분 법률은 이해집단이 주도하고 있다. 행정부의 규제와 달리 국회 입법은 규제영향 평가 과정도 없다. 국회의원들은 입법 숫자를 실적으로 삼는데 법률 집행에 따르는 부담도 없다. 당연한 결과로 국회는 저품질 규제를 양산하게 된다. 국회 입법에도 규제영향 평가를 도입해 법률 개수 평가에서 규제의 비용 대비 편익으로 국회의원을 평가하는 제도가 필요한 이유다.

규제 수호 세력은 초강력 조직화돼 있는 데 비해 규제개혁 세력은 조직화돼 있지 않다. 규제개혁의 최대 수혜자는 소비자와 중소기업들인데 이들은 뿔뿔이 흩어진 오합지졸이다. 정치권은 당연히 조직화된 규제 집단에 편향성을 보이게 된다. 대중보다는 택시 사업자의 눈치를 보고 소비자보다는 비정부기구(NGO) 단체에 귀를 기울인다. 기업들은 규제 당국이 두려워 공개 발언을 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는 요령주의에 함몰돼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의 초강력 갈라파고스 금융 규제에 대해 금융 기관들의 항의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4차 산업혁명의 관건인 데이터 규제에 대한 인터넷 기업의 항변도 미미하다. 미국 규제 옴부즈맨의 제1 원칙이 보복 금지인 이유다. 필자가 보복 금지 원칙을 2009년에 관철시켰으나 아직도 기업인들은 보복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이 불편한 현실이다. 보복 금지의 원칙을 준수하는 것이 규제 해방의 관문이다.

한국의 소비자들은 정부에 의존하고 있다. 유럽은 국민이 제도를 만들었다면 한국은 제도가 국민을 만들었다. 우리는 문제가 생기면 스스로 해결하기보다는 ‘정부는 무엇하는가’라고 청원부터 한다. 공유차량과 공유숙박 등 공유경제의 글로벌 경쟁 원칙은 소비자의 후생을 최우선으로 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의 각종 진입 규제에 전체 소비자의 후생은 고려되지 않고 오직 조직화된 공급자의 지대 수익만 보호되고 있다. 소비자의 표가 흩어져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 운동이 뒤틀린 규제 거버넌스를 정상화시키는 궁극적인 길이다.

규제개혁 없는 4차 산업혁명은 구호에 불과하다. 규제 거버넌스는 힘의 논리라는 점에서 대통령의 리더십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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