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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영 부실수사’ 조사한 경찰 “수사관-변호인 간 공모 있었다”

수사관, 변호인에 “휴대폰 분실한걸로 해” 제안

변호인도 “팀장님 수사 쉽게 해드릴게요” 화답

“정준영 자백했다” 허위 보고로 무리하게 송치

성관계 동영상을 불법적으로 촬영·유포한 혐의로 구속된 가수 정준영이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지난 3월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를 떠나고 있다./연합뉴스




상대의 동의 없이 성관계를 촬영해 고발된 가수 정준영 씨를 부실수사했다는 의혹과 관련, 해당 의혹을 수사한 경찰이 당시 정씨의 법률대리인과 담당 수사관 사이에 부정한 공모관계가 존재했다고 결론냈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총경 곽정기)는 정씨의 법률대리인 A(42)씨와 불법촬영 혐의를 수사한 경찰 B(54)씨에 대해 공통으로 직무유기 공동정범 혐의를 적용하고 여기에 각각 증거은닉 혐의와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혐의를 추가해 12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13일 밝혔다.

지난 2016년 8월 정씨는 상대 여성의 동의 없이 성관계를 촬영했다는 의혹을 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로 경찰에 고발됐다. 당시 사건을 담당한 당시 서울성동경찰서 소속 B씨는 정씨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지만 검찰은 무혐의 결론을 냈다. 3년 뒤인 올해 3월 한 언론이 이들 사이의 녹취록을 공개하며 부실수사 의혹을 제기하자 경찰이 해당 의혹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수사 과정에서 정씨의 휴대전화를 압수조차 않았다. 이같은 불법촬영 혐의 등을 조사할 때는 관련 영상이 있는 휴대전화를 압수하는 게 일반적인 수사관행이라고 경찰은 밝혔다. 하지만 A씨는 정씨 측이 사설 업체에 포렌식을 의뢰했다는 사실을 듣고 되레 “포렌식 업체에 맡기지 말고 쉽게쉽게 가자”며 스마트폰이 망가져 데이터복원이 오래 걸리는 것처럼 꾸미자며 공모를 유도했다. 이틀 후 이들이 포렌식 업체 인근 한 식당에서 저녁을 먹은 직후 B씨는 ‘스마트폰이 망가져 데이터 복구가 어렵다’는 내용이 담긴 허위확인서를 써 A씨에게 보냈다. 앞서 윗선으로부터 휴대폰 압수지시를 받기도 한 A씨는 해당 허위확인서와 정씨가 혐의를 시인했다는 점, 그리고 데이터 복구가 완료되는 대로 해당 내용을 추가로 검찰에 제출하겠다는 것을 내세워 수사를 서둘러 마무리 지으려 했다.



과·계장은 A씨의 수사결과보고서를 반려하기도 했지만 정씨가 분명히 자백했다는 점과 고발인 녹취파일 등을 앞세운 A씨의 재결 요청에 결국 결재를 했다. 그러나 수사결과 당시 정씨 측은 촬영을 했다는 사실만 인정했을 뿐 핵심 수사 사안인 불법촬영물 유포 혐의에 대해서는 전면 부인했고 A씨가 첨부한 녹취파일도 증거능력이 없는 편집본이었다. 경찰은 이러한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적절한 절차를 건너 뛰고 무리하게 검찰 송치를 밀어부친 A씨에게 직무유기 혐의를 적용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공문서를 위조한 혐의도 받는다. A씨는 상부에 데이터 복원이 오래 걸릴 것이라고 보고한 바 있지만 정씨 측에서 건네 받은 포렌식업체 의뢰서에 ‘데이터는 평균 24시간 이내에 복구 완료됩니다’ 부분이 있자 이를 가린 채 복사한 뒤 수사기록에 첨부했다. 경찰은 이에 대해서는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혐의를 적용했다.

B씨는 2016년 당시 정씨가 고발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접한 후 정씨, 소속사 관계자 등과 대책회의를 가졌다. 회의에서 변호사 사무실 압수수색이 어렵다는 점에 착안, 정씨 휴대폰을 자신의 사무실에 보관하자고 제안했다. 이후 경찰 수사를 받던 8월 17일부터 23일까지 대책회의 방침대로 휴대폰을 사무실에 은닉했다. 경찰은 이점을 고려해 B씨에게 증거은닉 혐의를 적용하고 여기에 A씨의 부실 수사에 가담한 혐의로 직무유기 공동정범 혐의를 추가 적용했다.

한편 경찰 수사는 마무됐지만 A씨의 범행 동기에 대해선 씁쓸한 뒷맛이 남는다. A씨는 조사과정에서 줄곧 “연예인과 관련된 수사라 세간의 시선이 부담스러웠고 사건을 빨리빨리 끝내고 싶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같은 이유로 모든 정황이 합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다고 느낀 경찰은 총 10차례 압수수색을 집행하면서 A씨 본인 계좌, 통화내역은 물론 가족 계좌까지 조사했다. 경찰관계자는 “A씨의 범행동기에 미심쩍은 부분이 많아 서장, 과장에 소속사 관계자 등 수많은 주변인들을 조사했지만 별다른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허진기자 h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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