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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논단] 정치권 협력, 작게 가자 그러나 길게 보자

손병권 중앙대 교수·정치국제학

여야 막말공방 용인한계 넘어서

소규모 의원집단부터 신뢰 구축

이념보단 현안 중심으로 뭉쳐야

손병권 중앙대 교수




현안을 둘러싼 정당 간 대립에 더해 여야 간 ‘막말’ 공방이 상당 시간 이어지면서 국회 교착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선거법 개정, 사법개혁 논의, 추경예산 심의 등 처리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는데 국회가 공전하자 일각에서 국회의원 국민소환제까지 제기하고 있다. 진영논리에 더해 여론전이 가세하고, 총선을 앞둔 각 당의 계파 문제 등 내부사정이 얽혀 들어가면서 여야 간에 소통과 협력의 물꼬가 트일 기미가 잘 보이지 않는다. 국회 정상화가 임박했다는 소식도 있지만 개원 후 어떤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도 있다.

국회 의원실 등에서 주최하는 토론회·학술회의 등에 패널 발표자나 토론자로 참여하다 보면 가끔 현역 의원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생긴다. 이들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듣다 보면 극한대결을 벌이고 있는 정당 소속의 의원이 맞나 싶을 정도로 여야 간 이견은 대화로 풀어야 하며 진영논리가 아니라 합리적·객관적인 토론과 심의를 통해 국회를 운영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대치 정국 속에서도 소통·대화에 대한 요청이 한목소리로 나오는 것을 보면서 우리 정치에 아직 희망이 있다는 생각을 갖고는 했다. 그러면서도 왜 국회는 공전하고 여야는 대치하는 것일까, 그리고 이러한 악순환에서 헤어나올 길은 없는 것인가 하고 늘 고민하게 된다.

권력 장악을 목표로 다수의 정당이 경쟁하는 정당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치가 조용하고 차분하게 진행될 수만은 없다. 미지근하게 적당히 타협하고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식으로 어물쩍 넘어간다면 오히려 그게 문제일 것이다. 청와대 입성이나 국회 다수당의 지위 획득 등 권력 쟁취라는 목표를 내걸고 정당 정치인들이 모여 국민의 지지를 얻기 위해 각축하는 장소가 국회다. 그래서 국회는 각 정당이 열정적으로 자신이 추구하는 정책을 옹호하고 그 입법을 주장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갈등과 충돌이 있을 수밖에 없는 곳이다. 애당(愛黨)을 통해 애국을 추구하다 보면 당의 이념과 정책에 따라 상대 정당을 비판하고 때로 폄훼하는 경향도 생긴다.

그런데 요사이 소위 막말 시비는 용인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 서로 상대방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경향으로 나가고 있다. 정치라는 것은 어쩔 수 없이 피아(彼我) 간의 공방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치적 공방의 대전제는 상대라는 존재에 대한 인정인데, 최근에는 상대방을 절대악으로 보거나 소거돼야 할 존재로 보는 교조적 확신이나 종교적 신념 비슷한 경향들이 일부 나타나 우려스럽다. 이는 오랜 기간 지속된 정당 간 신뢰부족에서 나타난 문제로 보인다. 이렇게 보면 우리 국회와 한국 정치의 총체적 과제는 정당 간 신뢰자본의 축적이라고 압축해볼 수도 있다.



신뢰의 축적을 위해 ‘작게 시작하고 좀 꾸준히 해보자’고 제안하고 싶다. 우선 정당은 거대조직이고 당론이 있어 일단 정당 간 대립각이 형성되면 해소에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정치협력의 촉발 메커니즘은 국회 내 상임위원회나 의원의 현안 연구 모임 등 소규모 집단에서 시작돼야 한다. 협력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 얼굴도 익히고 함께 생활해온 구성원을 바탕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소규모 의원집단에서 그 시작이 쉬울 것이라고 생각된다.

또 접점을 찾기가 어려운 이념 중심보다는 특정 현안 중심으로 정당 간 협력을 도모하는 것이 좋다. 이념 공방은 검증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고 가치의 문제가 수반돼 협력의 단초를 찾기가 쉽지 않다. 반면 현안 중심의 논의는 문제 해결에 대한 접근도 용이하고 비교적 객관적인 토론이 가능하다. 정당 간 협력을 유도할 수 있는 연결 핵 집단으로서 중도 성향 의원의 입지 확보에도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협력이 지속 가능하려면 서로 다른 정당 소속 의원 간의 꾸준한 상호작용이 필요하다. 앞으로 계속 볼 사람과 한번의 만남으로 그칠 사람을 비교해볼 때 내가 누구와 더 협력할 것인지는 자명하다. 이렇게 보자면 정당 지도부가 주도하는 인위적인 대폭 물갈이 공천보다는 국민과 유권자에게 맡기는 분권화된 공천이 낫다. 작게 시작해서 오래 가는 협력의 결실을 보는 국회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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