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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북유럽 성 평등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

김민정 서울시립대 정경대학장·국제관계학

북구 3국, 출산지원 등 입법

'사회문화적 변화'가 뒷받침

韓은 여성 차별적 인식 여전

제도와 현실 갭 줄여나가야





문재인 대통령의 북유럽 순방 때 여성 장관 3명이 수행한 것이 보도됐다.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과 대변인까지 합하면 공식 수행원 12명 가운데 여성이 5명으로 그 어느 순방보다 여성 수행원이 많은 셈이다. 특히 대통령이 방문한 곳이 북유럽이기 때문에 이러한 뉴스가 더욱 눈에 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북유럽 순방이 정부 역점 과제인 혁신성장과 평화, 포용국가 실현 행보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그래서 순방기간 동안 스타트업 기업의 교류 활성화 및 한반도 비핵화와 영구적인 평화 정착 방안에 대한 모색, 노사관계에 대한 스웨덴 경험의 공유 등에 주로 관심을 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순방기간 동안 한국 사회 성 평등에 대해서는 일성도 없어 아쉽다. 북유럽은 전 세계적으로 여성의 사회적 지위, 정치참여, 성 평등이 가장 앞선 국가들이기 때문이다.

스웨덴은 여성 국회의원 비율이 세계의원연맹(IPU)에 가입된 193개국 중 5위이고 349명의 국회의원 가운데 47.3%인 165명이 여성 의원이다. 12위인 핀란드는 200명 의원 중 83명이 여성 의원으로 41.5%, 14위인 노르웨이 역시 169명 의원 가운데 69명이 여성 의원으로 40.8%에 달한다. 한국의 여성 의원 비율은 298명 중 51명인 17.1%로 몽골과 함께 120위다.

북구 3국의 여성 의원 비율이 40%가 넘는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이렇게 여성 의원 비율이 높은데도 법으로 선거에서 여성할당제를 규정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단지 각 정당의 당헌·당규에 의해 선거명부에서 여성을 할당하고 있을 뿐이다. 스웨덴에서 여성 의원 비율은 지난 1960년부터 서서히 증가해 1968년 15.4%, 1979년 26.3%, 1988년 38.1%, 1994년에 40.4%에 도달했다. 여성 의원 비율이 증가한 것은 이미 사회적으로 남녀 고용 평등이 이뤄졌고 여성의 사회 및 경제활동이 증가하면서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다양한 입법적 조치들이 필요함을 깨달은 여성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된 덕이다. 이러한 사회문화적 변화가 결국 정치변화를 가져왔다.



세계경제포럼(WEF)의 2018년 ‘글로벌 젠더 갭 보고서’에 따르면 북구 국가들은 전 세계 국가들 가운데 가장 젠더 갭이 적은 국가들이다. 남녀 간의 젠더 갭의 전 세계적인 평균은 32%이지만 북구 국가들은 20% 정도다. 이 젠더 갭은 경제적 기회 평등, 교육의 기회 균등, 건강 및 보건에서의 평등, 정치적 세력화 분야에서 남녀 간 접근의 차이를 수치화한 것이다. 반면 한국은 전 세계 평균의 두 배에 가까운 60%에 육박한다.

한국은 2000년 여성정책전담부서인 여성부가 정부 부처로 설치되면서 여성정책이 급속히 발달했다. 많은 입법적 조치들이 이뤄졌고 여성의 출산과 관련된 지원도 상당히 발전했다. 그러나 사회문화적인 변화는 입법적 조치와 상당히 동떨어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법으로는 남녀 모두 육아휴직을 갈 수 있지만 직장 내에서 남성이 육아휴직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며 여성조차도 육아를 위해 휴직하겠다고 하면 아예 쭉 육아에 매진하라는 상사의 충고를 들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또 직장 내 문화도 여전히 남성 중심적이며 여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 역시 상당히 차별적이다. 법과 현실의 갭이 젠더 갭 60%의 저발전국의 위상이며 2018년 사회 각 분야의 연이은 미투 고백이며 혜화역 시위에서 나타난 여성들의 박탈감 표출이 그 한 단면이다.

북유럽 3국 순방에 여성 장관을 동반하는 데 그치지 말고 성 평등 선진국들에서는 여성을 어떻게 대우하고 있는지, 어떻게 여성들이 마음 놓고 자녀를 출산하며 즐겁게 직장생활을 하는지, 정부는 여성에 대해 어떠한 관심을 갖고 있는지 직접 눈으로 보고 그들의 경험을 공유하는 기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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