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종목 시세보기

서울경제

HOME  >  경제 · 금융  >  금융가

파벌주의가 내부혁신 발목…'낙하산CEO'는 勞 눈치만

[흔들리는 지방은행]
"행장 출신학교따라 인사 결정"
수장 바뀌면 임원 대거 물갈이
줄서기만 만연…경쟁력은 뒷전
지배구조 개선·감시장치 필요

  • 서은영 기자
  • 2019-06-17 17:37:14
  • 금융가
파벌주의가 내부혁신 발목…'낙하산CEO'는 勞 눈치만

지역 경제 침체에 따른 영향으로 지방은행이 대출할 곳을 제대로 찾지 못하는 위기상황에서도 지방은행은 여전히 학연 중심의 뿌리 깊은 파벌과 보신주의에 갇혀 내부 혁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BNK금융과 DGB금융 등은 내부 출신에서 외부 출신 회장들로 교체된 곳이다. 인사를 내부에 맡겼더니 특혜대출 등 내부통제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학연에 얽매인 파벌인사로 조직이 썩어가고 있다는 비판이 빗발치면서 외부 인사가 구원투수를 맡게 된 것이다.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엉성한 조직운영이 빌미를 주면서 외부 인사로 최고경영자(CEO)가 교체되는 상황을 맞았다. 하지만 외부 출신 CEO의 한계 때문에 뿌리 깊은 내부 파벌과 줄서기 문화를 쇄신하는 데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DGB금융과 대구은행은 물론 대구·경북 지역을 혼란에 빠뜨렸던 이른바 ‘DGB사태’는 지방은행의 총체적 문제점을 드러낸 ‘사건’으로 꼽힌다. 박인규 전 DGB금융 회장 겸 행장은 취임 직후인 지난 2014년 4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30억여원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일부를 개인용도로 쓴 혐의에 더해 임기 중 각종 채용절차에 전·현직 임직원과 공모해 점수를 조작하는 방식으로 부정채용을 일삼다 구속됐다. 이 같은 범죄행위가 4년에 걸쳐 이뤄졌지만 내부 견제장치는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심지어는 행장 내정자였던 김경룡 전 DGB금융 부사장까지 채용비리 문제로 자진 사퇴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성세환 전 BNK금융지주 회장 등 부산은행 전·현직 임원들의 특혜 대출, 채용 비리, 주가 시세조작도 다르지 않다. 금융회사라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내부 비리가 끊이지 않았지만 오랫동안 묻혀 왔다. 이런 지독한 사태를 겪은 후에도 김태오 DGB금융 회장은 처음 약속과 달리 대구은행장을 겸임하겠다고 나서면서 지역 내 신뢰 회복에 찬물을 끼얹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역 시민단체가 DGB금융을 대하는 태도도 싸늘하기만 하다. 올 하반기 대구시 금고 재지정을 앞두고 대구 지역의 한 시민단체는 대구은행의 지자체 금고 선정을 저지하겠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밝혀 관심을 모았다. 채용 비리와 자금유용, 성추행 사건까지 불거졌던 은행을 시금고로 지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한때 대구 지역에서는 ‘우리은행’으로 통했던 대구은행의 신뢰가 얼마나 추락해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방은행의 경우 행장과 지주 회장이 어느 학교 출신이냐에 따라 인사 향방이 결정된다”며 “한직에 있다가도 행장·회장과 같은 학교 출신이라는 이유로 발탁되는 일을 지켜보는 직원들은 ‘줄을 잘 서야 출세한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체감하게 된다”고 토로했다.

CEO가 바뀔 때마다 금융지주의 경영 전략이 확 바뀌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임기 내에 뭐든 성과를 내보려는 욕심에 전임 CEO가 했던 것을 뭉개버리는 일이 심심찮게 벌어지는 것이다. 올 4월 말 새 수장을 맞은 JB금융도 예외는 아니다. JB금융 측은 말 못할 내부 속사정이 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신임 회장이 전임 회장의 핵심 사업들에 대해 힘 빼기에 나서면서 다양한 해석을 낳기도 했다. JB금융 내부 소식에 정통한 한 금융권 인사는 “전임 회장 재임 시절 요직에 있던 인사들이 회사를 떠나거나 후선으로 밀려나면서 그룹 내 분위기도 바짝 움츠러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JB금융 관계자는 “밖에서는 전임자 지우기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전임 회장의 동의를 거쳐 실행하고 있기 때문에 갈등의 시각으로는 보지 말아 달라”고 해명했다. 지역 경제를 살리는 ‘돈 줄기’ 역할을 해야 하는 지방은행이 살아나려면 지배구조를 손보고 내부통제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직 금융 관료는 본지와 통화에서 “자질 없는 CEO들이 정치권 인연을 등에 업고 낙하산으로 내려오는 관행은 버려야 한다”며 “낙하산 CEO가 노조 눈치를 보면서 필요한 내부 혁신에는 등을 돌리고 자기 사람만 잔뜩 심어 놓고 나가다 보니 파벌싸움이 그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지방은행이 우물 안에 갇혀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이라고 지목하고 있다. 핀테크가 혁신금융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기존의 은행을 위협하고 있지만 여전히 예대마진 영업 관행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방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은 기술금융을 위해 인재를 육성하고 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을 위한 투자에도 수천억원씩 들이지만 지방은행은 언감생심”이라며 “지방은행도 낙하산이 아닌 능력을 검증받은 CEO가 장기적으로 전략을 짤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제대로 대처해 나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XC
이 기사를 공유하세요.

이메일 보내기

보내는 사람

수신 메일 주소

※ 여러명에게 보낼 경우 ‘,’로 구분하세요

메일 제목

전송 취소

메일이 정상적으로 발송되었습니다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