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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세지는 최저임금 동결론] "최저임금 처벌 유예 곧 종료...중기인들 범법자 내몰릴 판"

■'절박한 심정' 쏟아내는 현장
"근로시간 단축까지 겹쳐
최저임금 안 내리면 고사"

  • 양종곤 기자
  • 2019-06-17 17:31:28
  • 정책·세금
[거세지는 최저임금 동결론] '최저임금 처벌 유예 곧 종료...중기인들 범법자 내몰릴 판'

“기업을 경영하는 입장에서 내년 최저임금은 동결이 문제가 아닙니다. 중소기업들은 30% 가까운 인상률을 더 이상 감내하기 어렵다는 얘기뿐입니다. 내년에는 삭감을 고려해야 합니다. ”

김문식 중소기업중앙회 노동인력위원장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최저임금 동결과 지역 및 업종별 차등 적용을 주장했다. 하지만 두 달여 지난 현재 그는 동결에서 한발 더 나아가 기존 인상분에 대한 삭감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는 “주유소를 비롯해 여러 업종이 고용을 유지하지 못하고 휴업이나 폐업 위기에 직면했다”며 “현장에서 최저임금에 대해 얘기해보면 ‘그 정도로 기업들이 무너졌으면 이제는 삭감을 논의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촉발한 경영난이 급기야 최저임금 인하를 요구하는 극단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주력 산업 침체에다 불경기로 어려움이 가중되는 가운데 내년도 근로시간 단축까지 맞닥뜨린 중소기업계는 절벽 위로 내몰린 처지가 됐다. 여기에다 이달 말로 최저임금 미달 기업에 대한 정부 처벌 유예 기간이 종료되면서 기업들은 “엎친 데 덮친 격”이라며 절박한 비명을 쏟아내고 있다. 최저임금법을 위반할 경우 사업주는 3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지게 된다.

인천 남동공단에서 승강기 제조업을 하는 A사의 함성철(가명) 대표는 최근 미얀마 출신 외국인 근로자 두 명을 해고했다. 외국인 근로자는 인력난에 빠진 중소기업에 ‘단비’다. 하지만 올해 들어 최저임금이 8,350원으로 오르면서 외국인 근로자에게 지불하는 인건비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외국인 근로자 한 명을 고용할 때마다 숙박비와 식비를 합해 총 40만원의 비용이 들어가 A사는 결국 해고를 선택했다. 여기에 외국인 근로자들이 “우리가 한국인 근로자보다 잔업을 많이 하지 않았냐”며 내국인 근로자보다 더 높은 수준의 임금을 달라고 요구하는 등 내외국인 근로자 사이의 갈등까지 목격했다. 함 대표는 “현행 최저임금이 고용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현재 최저임금 차등적용이나 동결안 등이 여러 측면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올해에는 정부나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우리 경제의 미래를 내다보고 결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남동공단에서 금형 제조업을 하는 B사도 직원 감축을 저울질하고 있다. 기본 인건비가 올랐을 뿐 아니라 휴일에 지급하는 주휴수당까지 덩달아 인상됐기 때문이다. 금형산업은 기본적으로 24시간 공장을 가동해야 하는 업종이기 때문에 주말 인건비 인상에 더 타격을 받는다. 그렇지만 직원을 해고할 경우 납기에 대응하기 어려워져 B사 입장에서는 직원을 줄일 수도, 그렇다고 구조조정을 감행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영상(가명) 이사는 “지난해 최저임금이 10% 올랐다고는 하지만 이게 연이어 10% 이상 오른 거라 현장에서 파장이 크다”며 “일본은 지역마다 최저임금이 다른데 한국에서는 지역·업종·규모 구분 없이 일률적으로 적용하고 있어 불합리한 측면이 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저임금 인상의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의 상황은 더욱 어렵다. 서울 종로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던 유인수(가명) 대표는 최근 가게를 내놨다. 그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손님이 줄어든데다 인건비 부담은 하루가 다르게 올라가니 도저히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며 “지난 20년을 식당이든, 호프집이든 운영하면서 ‘사장님’으로 살았지만 먹고살기 위해 다른 가게 점원으로 취직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든다”며 장탄식을 쏟아냈다.

여기에다 이달 말 최저임금 처벌 유예기간까지 종료되면 산업계 곳곳에 ‘처벌 폭탄’이 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반월공단에서 가전제품 부품제조를 하는 C사의 이현우(가명) 대표는 “지난해만 해도 최저임금 인상률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었지만 올해까지 30%에 달하는 급격한 인상으로 인건비는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었다”면서 “더구나 최저임금 처벌 유예기간까지 종료되면 우리 같은 영세 중소기업인들은 모두 ‘범법자’로 내몰리는 게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중기중앙회가 지난 4월 60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최저임금에 대한 의견 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내년에 동결하자’는 답변이 69%에 달했다. 5인 미만 비제조업(200곳)과 10인 미만 제조업(100곳)은 이 비율이 각각 81.5%, 65%를 기록했다. 기업 규모가 영세할수록 최저임금에 따른 악영향을 더 받고 있다는 뜻이다. 주목할 점은 문항에는 동결과 인상폭만 제시됐다는 것이다. 만일 삭감이 문항에 포함됐다면 상당수 삭감으로도 표가 몰릴 수 있었다고 해석된다.

근로자를 위한 최저임금 정책이 이제 근로자의 문제로까지 비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달 발표한 ‘최저임금 관련 소상공인·근로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영세사업장에서 근무하는 근로자 중 61.2%가 최저임금 상승으로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이 중 34.5%가 ‘사업장의 경기 악화 및 폐업 고려’를 최저임금 인상을 부담스러워하는 이유로 꼽았으며 ‘근로시간 단축(31%)’ ‘해고 및 이직의 압박(20.6%)’이 그 뒤를 이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저임금이 이미 2년에 걸쳐 상당히 급격하게 올라버린 상태이기 때문에 아예 동결하는 안을 고려해야 한다”며 “전체적 동결이 어렵다 해도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화는 현행법상 가능하기 때문에 일부 업종만 최저임금을 올리는 안을 생각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장기적으로는 업종·지역·규모에 따른 최저임금 차등화가 가능하게끔 최저임금 결정체계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제언했다. /양종곤·심우일기자 ggm1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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