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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STORY] "타고난 조심성으로 위험 회피 몸에 배..덜 먹고 덜 깨지는 가치투자로 승부수

■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운용 대표

더 떨어질 곳 없는 낙폭과대주·장기소외주 적극 공략

30년간 가치투자 원칙 지키며 '이채원 색깔' 자리매김

한때 '한국의 버핏' 불렸지만 대세 상승장선 실적 주춤

"인덱스추종 패시브펀드 변곡점..가치주 다시 빛발할때"





천생 주식매니저다. 관심 있는 종목 얘기를 할 때 보물 상자를 발견한 소년처럼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입가에는 웃음, 눈에는 설렘이 흐른다. 국내 1세대 가치투자 대가 이채원 한국밸류운용 대표는 한결같다. 지난 1988년 동원증권에 입사한 후 30여년간 주식투자 현업에 머물면서 산전수전 다 겪은 그다. 때로는 압도적인 수익률로 한국의 워런 버핏으로 칭송 받기도 하고 때로는 코스피지수에 크게 처지는 수익률로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의 투자원칙은 변하지 않았지만 시장과 투자자가 변덕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30여년을 야성적 충동이 지배하는 주식시장에서 살아남아 국내 대표 자산운용사의 최고경영자(CEO)가 됐다. 물론 가치투자라는 확실한 ‘이채원 색깔’을 지닌 운용사다.

지난해 초 CEO가 된 직후 장세는 가치투자에 우호적이지 않았다. 주도주가 있는 대세 상승장은 가치투자 스타일에 시련의 계절이다. 그러나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증시가 주춤하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기회의 장이 돌아오고 있다. 실제로 한국투자밸류운용의 펀드들이 올해 주식형 펀드시장 수익률 상위권으로 복귀하고 있다. 이 대표는 “가치투자는 대박을 노리기보다는 돈을 잃지 않는 투자, 덜 먹고 덜 깨지는 투자”라며 “10년간의 대세 상승장이 마무리된 지금 가치투자가 다시 빛을 발할 시기”라고 말했다.

◇‘세 개의 지갑’을 갖고 다니는 매니저=투자의 대가인 벤저민 그레이엄이 말하는 가치투자자의 첫 번째 원칙은 잃지 않는 것, 두 번째 원칙은 첫 번째 원칙을 잊지 않는 것이다. 가치투자 스타일의 투자자들은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돈을 잃지 않기 위해서 투자한다. 오르는 주식보다는 떨어진 주식, 관심이 뜨거운 주식보다는 철저하게 소외된 주식을 좋아한다. 하이 리스크(고위험), 하이 리턴(고수익)을 노리는 주식투자 업계에는 ‘비주류이자 별종’일 수밖에 없다. 이 대표가 이런 투자 스타일을 갖게 된 것은 성격 때문이라고 한다.

“아주 어릴 때부터 위험한 게 싫었어요. 어머니 말씀에 의하면 저는 어릴 적 기어 다닐 때도 혼자 둬도 잘 떨어지지 않고 다치지도 않았다고 합니다. 지금도 양복 윗옷과 바지 등에 지갑을 세 개씩 갖고 다녀요. 돈이며 카드를 한군데 몰아뒀다가 잃어버리면 낭패니까 분산합니다. 중요한 자료가 있으면 꼭 2부씩 복사해 둬요.”

이 같은 극도의 조심성은 손실을 회피하다 못해 혐오하는 투자 스타일로 이어졌다. 주식투자라는 게 돈을 벌기 위한 것인데 손실을 피하는 게 우선순위라면 합목적성을 잃은 투자가 아닐까. 그러나 그가 손실을 회피하는 이유는 굉장히 합리적이다.

“가치투자자라고 해서 무조건 전통 식음료 산업, 자산주만 사는 것이 아니에요. 성장주라도 내재가치보다 낮을 때 사서 가치가 회복될 때 팔아 수익을 내는 게 가치투자입니다. 실제로 셀트리온은 1만2,000원대, JYP는 1만원대에 샀어요. 바이오·엔터 주식도 분석이 가능하면 삽니다. 그러나 주가수익배율(PER) 수십배짜리는 이익이 조금만 줄어도 주가가 급락할 수 있습니다. 다쳐도 가벼운 상처에 그쳐야 털고 일어날 수 있지 크게 다치면 재기가 불가능해요. 투자손실이 10%라면 재기할 수 있지만 30%, 50%를 넘어가면 만회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덜 떨어질 주식에 주목합니다.” 그가 주식시장 부침 속에서도 주식매니저로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다.





◇정통 가치주 사모펀드 운용 맡아=이 대표는 승진 후에도 최고투자책임자(CIO) 역할을 여전히 맡고 있다. 그런 그가 직접 운용을 맡은 펀드가 있다. 바로 3월에 정통 가치주투자를 표방하며 설정한 사모펀드다. 펀드 이름도 ‘한국밸류 클래식’이다. 그는 이 펀드에 대해 “꿈도 희망도 없는, 더 이상 떨어질 곳 없는 주식들이 투자 대상인 ‘역발상 펀드’”라고 설명했다. PER 2~3배, 주가순자산비율(PBR) 0.2배 수준의 장기소외, 낙폭과대주들을 담는다. 주식 비중도 0~100%까지 자유자재로 갖고 간다.

“소외주들이 가격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3~5년은 걸립니다. 그래서 환매제한을 5년으로 설정했죠. 한국투자증권 경영진이 다행히 펀드 취지에 공감하고 300억원을 투자했습니다. 그 외에는 누가 가입할까 싶었는데 출시한 후 약 20계좌에서 240억원이 들어왔어요. 코스피지수가 2,200일 때 론칭해 지수는 떨어졌지만 펀드 수익률은 플러스를 유지하고 있어 초기에 성공적으로 안착했습니다.”

‘소심한’ 그가 개인투자자 대상 사모펀드를 처음 낸 것은 이제 가치주들이 서서히 두각을 나타낼 때가 됐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는 2000년에 동원증권의 고유계정 운용을 맡아 2006년 초까지 누적수익률 435%를 거두며 전성기를 누렸지만 2007~2008년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과 조선주가 주도하는 장세에서는 수익률이 뒤처졌다. 그 사이 묻어뒀던 가치주들이 2011년부터 주목받으면서 2011~2013년 3년간 줄곧 운용성적 1~2위를 기록했다. 3년 누적수익률 기준으로는 시장수익률을 50%나 웃돌았다. 이후 반도체 주도 장세였던 2015~2017년 다시 시련의 시기를 보냈다.

이 대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나스닥지수는 5배, 다우지수는 4배, 코스피지수는 3배가 올랐다”며 “인덱스를 추종하는 패시브 펀드가 우위일 수밖에 없는 장세였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이제 시장에 변곡점이 왔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패시브 펀드의 신화가 깨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동안 소외됐던 가치주들의 시대가 다시 올 것입니다.” 이 대표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이혜진기자 hasim@sedaily.com 사진=성형주기자

●이채원 대표는 △1964년 서울 △1984년 중앙대 경영학과 △1988년 동원증권 국제부 △1996년 동원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부장 △2000년 동원증권 주식운용팀장 △2005년 한국투자증권 자산운용본부장 △2006년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 및 최고운용책임자(CIO) △2018년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이사 및 C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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