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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 없다"…외국계 지점 5년새 10여곳 떠나

■'대못 규제'에 짐싸는 외국銀

ELW 등 파생상품 규제에 수익 뚝

서울 국제금융경쟁력 36위로 급락

글로벌시장서 韓금융 소외 우려도





“최근 금융의 공공성이 강조되면서 서민·중소기업 지원, 금융소비자 보호 및 사회공헌 확대 요구가 높아짐에 따라 수익성 하락이 예상된다.”

국내 대표적인 외국계 은행인 SC제일은행은 지난달 내놓은 1·4분기 사업보고서에서 현재 국내 금융시장 환경을 이같이 진단했다. SC제일은행은 “은행들이 시장 변화에 맞는 자산운용, 영업전략 차별화 등 경영환경 개선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지만 외국계 은행들은 이런 해법보다는 국내 금융산업의 현주소를 정확히 짚어낸 SC제일은행의 진단에 더욱 동조했다. 한 외국계 은행의 고위관계자는 “몇 년 전부터 되풀이되고 있는 외국 금융사들의 이탈 원인을 단순히 개별 은행들의 문제로만 접근하면 안 된다”며 “외국계 은행들이 한국을 떠나면서 하나같이 규제 때문에 금융시장의 활력이 떨어져 있다고 지적한 점을 당국도 주의 깊게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17년 골드만삭스를 시작으로 한국에서 철수한 외국 금융회사들은 대부분 미국·유럽계 은행들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탄탄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사업 기회를 찾지 못해 떠나더라도 국내에서 영업하면서 느낀 금융당국의 규제나 감독 경험은 실시간으로 전파된다. 글로벌 은행들이 우리나라 금융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얘기다.

국내 외국계 은행들은 정부가 말로만 ‘금융허브’ ‘금융 중심지’ 등을 내세우고 있다고 지적한다. 외국 금융사들의 국내 진입 여건을 개선하겠다고 할 뿐 실질적인 유인 대책은 없다는 것이다. 가계대출 등 소매금융 시장은 국내 대형 은행들이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고 기업대출은 자본시장 발달로 회사채 등 직접 조달 시장에 밀리면서 틈새를 공략하기 어려워졌다. 특히 한동안 외국계 은행들의 주요 수익원 노릇을 했던 ‘주식워런트증권(ELW)’ 등 파생상품 판매는 당국의 규제 강화로 사실상 시장이 죽어버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외국계 은행들의 한국 철수가 잇따랐고 국제금융도시로서 경쟁력을 평가하는 국제금융센터지수(GFCI)의 최근 순위에서 서울은 세계 112개 도시 중 36위에 그쳤다. 부산도 같은 기간 24위에서 46위로 급락했다. 정부는 외국 금융사들에 한국으로 오라고 하지만 외국 금융사들이 한국 시장에 진출할 유인은 거의 없다는 분석이다.

실제 2009년 정부가 서울과 부산을 국제금융중심지로 선정한 뒤 국내에 진출한 외국 은행 지점 수는 반짝 증가했다가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2011년 53개였던 외국은행의 국내 지점 수는 2013년 56개까지 늘었다가 지난해 45개 수준으로 감소했다.





외국계 은행의 수익성도 꾸준히 악화하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에 지점 철수 의사를 밝힌 인도해외은행은 지난해 말 본점 기준 총자산이 385억달러(약 46조원)로 인도 현지에 3,300여개의 지점을 보유한 6위권 은행이다. 하지만 국내 지점의 경우 총자산수익률(ROA)이 2016년 마이너스로 돌아선 뒤 2017년 -5.78%, 2018년 -7.01% 등으로 손실 폭이 확대돼왔다. ROA는 기업의 총자산에서 순이익을 얼마나 냈는지를 가늠하는 지표로 ROA가 높을수록 기업의 수익성과 성장성·효율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외국계 은행들은 금융시장 환경이 규제 완화 쪽으로 옮겨 간다면 새로운 먹거리를 찾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현 정권 들어 국내 금융산업에 대한 규제는 더욱 강화되는 추세다. 당국은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가계대출 총량 규제는 물론 대출금리의 일부로 각 은행의 비용과 이익 등을 녹이는 가산금리에 대한 압박도 당연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금융을 중소기업이나 서민을 지원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며 부실 가능성이 큰 중금리대출 출시를 압박하기도 한다. 외국계 은행의 한 관계자는 “현 정부에서 금융당국은 은행의 역할을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으로 보기보다는 기업에 자금을 지원해주는 조력자로서 공공재 역할을 강조하는 경향이 강한 것 같다”며 “이런 환경에서는 외국계 은행들이 국내에서 새로운 사업을 찾으려는 유인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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