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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연구진, 알츠하이머 치료의 길 열다

묵인희 서울대 교수팀 연구 성과

대사촉진 물질 주입해 뇌 면역세포 활성화

신경독성물질 제거, 인지기능 회복 확인

뇌 면역세포인 미아교세포가 알츠하이머 원인물질로 꼽히는 베타아밀로이드와 접촉하는 이미지. 감마인터페론을 주입해 미아교세포를 활성화하면 베타아밀로이드를 제거하고 손상된 인지능력이 회복된다는 사실이 묵인희 서울대 교수팀의 쥐 실험 결과로 밝혀졌다. /사진제공=묵인희 교수팀




의료과학계의 최대 난제 중 하나였던 알츠하이머 예방·치료의 실마리가 잡혔다.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뇌 면역세포를 활성화해 알츠하이머 유발 독성물질을 제거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 같은 묵인희 서울대 교수 연구팀의 연구결과가 28일 국제 학술지 ‘셀 메타볼리즘’에 게재된다고 27일 밝혔다.

묵 교수팀이 활성화에 성공한 것은 뇌 면역세포의 일종인 ‘미세아교세포’다. 이 세포는 뇌에서 알츠하이머를 일으키는 신경 독성물질인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을 만나면 이를 제거한다. 하지만 미세아교세포가 만성적으로 베타아밀로이드에 노출되면 그 기능을 잃게 된다는 것을 묵 교수팀은 확인했다. 해당 세포가 활동하기 위한 에너지 대사작용이 손상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면역세포가 힘을 내지 못해 독성물질을 제거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대사기능을 촉진하는 물질인 ‘감마인터페론’을 실험쥐에 주입했다. 그 결과 묵 교수팀은 미세아교세포의 면역반응이 활성화돼 베타 아밀로이드가 줄어들고, 인지능력이 회복됐음을 확인했다.

그간 전세계 의료계는 알츠하이머로 손상된 뇌 신경세포를 직접 회복시키는 방향으로 치료물질이나 시술 방법을 연구해왔으나 고배를 마셔왔다. 반면 묵 교수는 뇌 신경세포가 아니라 신경세포를 돕는 신경교세포(미세아교세포)의 기능을 정상화하는 방향으로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열었다. 묵 교수는 이번 연구에 대해 “미세아교세포의 조절을 통해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줄이는 뇌 환경 정상화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며 “이를 바탕으로 신경질환 치료에 한 걸음 더 다가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뇌세포 손상시 면역세포(미아교세포)의 복구능력 비교. 60분간 관찰 결과 일반 실험쥐(WT)에선 미아교세포들(녹색 반점들)이 손상된 세포 복구를 위해 가운데 지점으로 활발히 몰려들지만, 유전자변형으로 치매 걸린 쥐(5XFAD)에선 이같은 반응이 현저히 감소한다. /사진제공=묵인희 교수팀




그동안 치매에 대해선 예방법도 치료방법도 없었다. 병의 진행을 조기에 발견해 속도를 늦추는 수준의 대처만이 가능했다. 치매 환자 중에서도 약 70%인 알츠하이머 질환은 정확한 발병원인이 무엇이고 어떤 메커니즘(기존)으로 진행되는 지에 대한 핵심적인 사안조차 아직 완전히 풀리지 않았다.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개발 중인 김봉철 뉴라클사이언스 대표는 “발표된 내용대로라면 큰 의미가 있다”며 “미세아교세포 활성화로 베타아밀로이드를 비롯해 (뇌 신경 손상 유발 원인으로 지목되는) 비정상적인 단백질들을 청소한다면 혁신적인 치료법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물론 실제로 사람에게 적용되기 까지는 아직 한참 더 먼 길을 가야 한다. 곽병주 GNT파마 대표는 “그동안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을 제거하려고 했던 전세계 연구진의 시도가 실험쥐를 대상으로 하면 성공했지만 인체 실험 단계에선 효능을 보이지 못했다”고 전했다. 앞서 치매 치료 도전장을 냈던 세계 유수의 제약사, 연구진도 줄줄이 쓴 잔을 마신 바 있다. 2016년에는 글로벌기업 릴리가, 2017년에는 바이오제약사인 악소반트 사이언스, 2018년에는 화이자, 머크(MSD), 아스트라제테카 등이 임상 등의 단계에서 좌절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만 전세계에서 최소 200건이 넘는 치매 치료제 개발 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성공한 것은 전무하다.



이처럼 치매치료제 개발은 리스크가 크지만 시장성장의 잠재력이 상당하다. 영국 정보기업 글로벌데이터의 아키코 후쿠이(Akiko Fukui)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10월 발표한 ‘알츠하이머 질병 시장 보고서’를 통해 주요 7개국(G7)의 알츠하이머 질병 관련 시장이 2016년 30억 달러였으나 연평균 17.5% 증가해 2026년 148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따라서 이번 국내 연구가 한국 제약·바이오업계의 실질적인 치료제 개발로 이어지기 위해선 연구개발 투자 위험을 분산시켜주기 위한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해 보인다. /민병권·박홍용·우영탁기자 newsroo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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