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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료 안올린다더니...국민 지갑 털어 한전 적자 메워

■탈원전에 전기요금 사실상 인상

"매년 2,000억 추가부담 떠안는

누진제 개편땐 배임소송 우려"

한전 사외이사 의견 정부 수용

선택적 요금제도 추진한다지만

"전기료 인상 감추는 꼼수" 지적





지난 28일 한국전력 임시이사회가 끝난 직후 김태유 서울대 공과대 명예교수(한전 이사회 의장)가 언급했던 ‘전반적인 전기요금 체계 개편 안건’이 1일 베일을 벗었다. 당시 이사회에서는 1주일 전 배임 가능성이 높아 ‘보류’ 결정을 했던 주택용 전기요금 개편안만 의결할 것으로 예상됐는데, 하나의 안건이 추가됐다. 그 안건이 바로 사외이사들의 집단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정부가 합의한 ‘전기요금 체계 개편방안’이다. 한전은 이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통해 “주택용 전기요금 하계 누진제 개편에 따른 회사의 재무적 손실을 보전해 한전에 재무부담이 지속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동시에 합리적 요금 체계를 실현하고, 투자자들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자 의결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공개된 전기요금 개편안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사실상 ‘전기요금 인상’에 방점이 찍혀 있다. 우선 월 전기 사용량이 200kWh 이하인 가구에 4,000원 한도로 요금을 깎아주는 ‘필수사용량 보장공제’를 없애거나 수정보완(할인 폭 감소)하는 방안이다. 이 제도는 김종갑 한전 사장이 직접 “한전 사장도 월 4,000원의 보조를 받는다”면서 폐지의 필요성을 강조한 제도다. 하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한번 준 복지를 뺏을 수 없다”는 정치 논리가 강력하게 작용하면서 이번 누진제 개편안에서는 빠졌다. 상황을 반전시킨 건 한전 사외이사들의 강력한 반발이었다. 사외이사들은 한전이 적자로 돌아선 상황에서 매년 2,847억원 수준의 추가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누진제 개편안을 의결하면 배임으로 소송을 당할 수 있다며 의결 보류 카드를 꺼내는 등 정부 정책에 반기를 들었다. 결국 정부도 사외이사들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이와 관련해 여름철 전기요금을 깎아주려고 주로 저소득층이 혜택을 받고 있는 제도를 없애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조삼모사 개편”이라며 “탈원전 정책으로 정부가 전기요금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했지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자인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필수사용량공제 개편과 관련해 산업부의 접근 방식은 한전과 결이 다르다. 한전의 적자 문제를 보전해주려는 목적이 아니라 지난 2016년 누진제 개편 당시 저소득층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도입된 이 제도가 당초 취지와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산업부는 “필수사용공제 제도에 대해 1인 중상위 소득 가구에 그 혜택이 집중된다는 의견이 제기됨에 따라 한전은 올 하반기에 소득과 전기사용량에 대한 보다 정밀한 실태조사를 실시할 것”이라며 “이에 기반한 필수사용공제의 합리적 개편안을 내년 상반기까지 마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전은 또 전기요금의 이용자 부담원칙을 분명히 해 원가 이하의 전력 요금체계를 현실에 맞게 개편하겠다고도 밝혔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정부와 한전이 현재 원가 이하로 공급되는 산업용 경부하 요금을 인상하고, 연료비에 일정 마진을 붙여 전기요금을 산정하는 연료비 연동제 도입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산업용 경부하 요금제가 인상되면 대기업뿐만 아니라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경영 비용 부담이 커진 중소기업들의 반발이 더욱 거세질 수 있다. 또 연료비 연동제가 도입되면 전기요금이 승용차용 휘발유처럼 매달 달라져 소비자들이 얼마를 예상 요금을 산정하기 어려워진다.

특히 한전이 “전기요금과 에너지 복지를 분리하고 복지에 대해서는 요금체계 밖에서 별도로 시행하겠다”고 밝힌 부분에 대해서는 세금 투입이 예상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한전이 저소득층 지원 등 에너지 복지성 요금 할인을 굉장히 많이 해주고 있는데, 이것을 정부가 복지 문제로 보고 해결해달라는 요청”이라며 “결국 정부의 복지 예산을 투입하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전은 또 국민들이 스스로 전기사용 패턴을 고려해 다양한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는 선택적 요금제 등으로 주택용 전기요금 제도를 개편하겠다고 공시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전기요금 인상을 감추기 위한 꼼수”라며 “현실적으로 엄청난 예산과 시간이 필요한 스마트 계량기 보급이 전제돼야 가능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세종=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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