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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 만난 사람]손병석 코레일 사장 "민관 힘 합쳐 팀코리아 구성...철도 패키지수출 추진"

대담=서정명 경제부장 vicsjm@sedaily.com

설계·조달·시공 함께가야 효과...낙후된 국내 펀딩 수준 아쉬워

신규차량 도입 등 안전인프라 개선에 5년간 8.7조 투입할 것

지출 효율화·보유자산 투자로 재무부담 줄이는 방안도 모색





“지금은 철도 르네상스입니다. 동남아시아·중동·중남미 쪽의 철도 수요가 늘면서 많은 수출 기회가 생기고 있는데 공공과 민간이 팀코리아를 구성해 해외 패키지 수출을 추진해야 합니다.”

지난 2일 서울 용산구 코레일 서울본부 집무실에서 만난 손병석 코레일 사장은 취임 100일여 만에 정부 관료의 티를 벗고 공기업을 이끄는 사업가적 면모를 확실히 보여줬다. 특히 철도 수출을 이야기할 때 그는 “수년 내 좋은 소식이 있지 않겠냐”며 자신감이 넘쳤다. 손 사장은 “지금까지 한국의 철도 기술은 성장해왔는데 금융 분야에서 경쟁국인 중국과 일본보다 펀딩 능력이 떨어져 성과가 나오지 못했다”면서도 “이번 정부 들어 우리 기업의 해외 인프라 개발·투자 사업 진출을 지원하기 위한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를 출범시키는 등 금융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개발도상국에서의 철도 수주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사업 쿠킹(물밑 작업)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레일은 현재 자문계약이 체결돼 있는 필리핀 마닐라 메트로 사업의 운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최근 필리핀 지사를 설립하는 등 적극적으로 뛰고 있다. 손 사장이 취임 이후 가장 신경 쓰고 있는 또 다른 분야는 ‘안전’이다. 국토교통부 차관을 끝으로 32년간의 공직 생활을 마친 손 사장은 지난해 12월 발생한 KTX 강릉선 탈선사고의 책임을 지고 자리를 떠난 오영식 전 사장의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손 사장은 “지난해 말에는 철도 관련 대형사고가 11건이나 발생해 개인적으로는 ‘철도의 치욕주간’이라고 생각한다”며 “잃어버린 코레일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잃어버린 코레일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면서도 적자에 허덕이는 코레일의 경영 성과를 개선하는 어려운 미션을 부여받은 손 사장은 과감한 혁신을 예고했다.



3월27일 손 사장은 경기 고양에 있는 코레일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에서 제9대 사장 취임식을 가졌다. 대전 본사 강당에서 취임식을 진행하던 관례를 깨고 현장 최우선 경영에 대한 의지를 반영한 이례적인 행보였다. 손 사장은 취임사에서 “안전한 철도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되찾는 것이 최우선 목표”라며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철도 안전에 대한 패러다임을 기본부터 다시 세우겠다”고 강조했다. 취임 100일 동안 그 약속은 지켜졌을까. 숫자에 답이 있다. 손 사장은 취임식 이틀 뒤 강릉역 탈선 사고 현장을 찾아 직원들에게 “안전은 절대 타협할 수 없는 최우선 목표”라며 “책임감을 갖고 사각지대 없이 철저한 점검에 힘써 달라”고 주문했다. 100일간 ‘총 27회’ 현장을 찾았다. 올 들어 1~4월 철도 사고는 지난해보다 ‘40%’ 가까이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기기고장으로 인한 운행 장애도 ‘24%’ 줄었다. 지난해 12월 KTX 강릉선 철도사고 이후 정부가 실시한 철도안전 강화대책과 손 사장의 현장 경영이 한몫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대해 손 사장은 “제가 한 것이 아니다”라며 “철도라는 육중한 쇳덩어리를 365일 24시간 제시간에 사고 없이 움직이기 위해 현장 직원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밤낮으로 정비하고 관리한 결과”라고 말하며 직원들에게 공을 돌렸다.



코레일은 중장기 안전투자계획도 수립하고 있다. 노후시설 개량과 신규 차량 도입, 유지보수 장비 구입 등 철도 안전 인프라를 개선하는 데 5년간 8조7,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올해부터 안전 분야에만 지난해보다 투자금액을 30% 늘린 1조1,000억원을 투입한다. 손 사장은 “코레일의 경우 주말에 철도 차량 운용률이 평균 87%까지 올라가는데 이는 보유한 차량 100대 중 87대가 움직이며 혹사당하고 있는 것”이라며 “차량 발주를 하면 3~5년 뒤에 들어오는 탓에 재임 중에 투자를 해도 투자의 결실을 거두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정부와 코레일 간의 시각 차도 안전 분야 투자가 미흡한 원인으로 꼽힌다. 손 사장은 “정부는 새로운 차량의 50%는 보전하고 나머지는 코레일이 책임지도록 하고 있는데 코레일 입장에서는 열악한 재정 상태를 탓하며 신차 도입을 미루면서 정부와 코레일의 치킨게임이 반복돼왔다”며 “앞으로 정부가 안전투자는 경영실적에서 따로 본다고 하니 코레일이 안전 투자를 늘려도 불이익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정부의 지원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전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면 재무적으로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이를 위해 코레일은 자체적으로 부채를 해소하고 재무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손 사장은 “안전 투자로 인해 단기적으로 재정 상황이 어려워져도 철도의 중장기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면 투자를 늦춰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이 때문에 발생한 재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코레일은 크게 세 가지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우선 내부적인 비효율을 최대한 줄이는 방안이다. 손 사장은 “화이트칼라 직무의 비효율 해소, 인력 배치 효율화와 더불어 빅데이터 기술을 도입한 철도 좌석 배분 효율화 등 매출은 늘리고 비용은 줄이는 과제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코레일이 가진 자산을 최대한 활용해 수익을 늘릴 계획이다. 손 사장은 “서울역 북부 개발사업, 용산역세권 등 우리가 가진 자산을 효율적으로 개발해 수익을 극대화해 안전 분야 투자금을 충당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는 “철도청에서 공사로 전환하면서 넘어오지 못한 자산을 회수하면 부채 비율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7년에 이어 지난해 2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지난해 영업적자가 전년에 비해 줄어들었는데 자체 노력 등을 통해 적자 폭이 계속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코레일은 2014년 공사 창립 이후 처음으로 흑자를 낸 뒤 2015년과 2016년 1,000억~1,500억원대 흑자행진을 이어갔다. 그러다 철도산업의 경쟁체제를 유도하기 위해 2016년 말 수서발 고속철 운영사 SR이 출범한 뒤 적자로 돌아섰다. 2017년에는 5,282억원의 적자를 냈고 지난해에는 이보다는 줄어든 987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손 사장은 대통령 공약사항이기도 한 코레일과 SR의 통합 논의에 대해 “주무부처인 국토부의 방침에 따라야 한다”면서도 원칙은 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손 사장은 “통합 논의가 코레일의 이익 증대 측면에서 추진되면 당연히 통합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올 것이고 철도의 경쟁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측면에서는 통합 불가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결국 룰 세팅(원칙 설정)이 중요한데 개인적으로는 철도의 공공성 확대와 고객들의 서비스 편의 극대화 측면에서 원칙을 정해놓고 논의가 진행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코레일과 SR의 통합 문제와 관련해 연구용역을 진행하다가 지난해 말 KTX 강릉선 탈선 사고를 계기로 감사원 감사가 시작되자 일시 유보한 상태다. 손 사장은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나오면 다시 진행될 논의에서 코레일의 입장과 의사결정을 올바로 낼 수 있도록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 “현재 우리 입장에서는 ‘코레일이 SR까지 맡아서 하겠느냐’는 부정적 여론을 불식시키기 위해 신뢰를 쌓아가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철도 수출과 관련해서는 정부와 공공, 민간이 힘을 합쳐 ‘통수주’하는 패키지 수출을 추진한다. 손 사장은 “과거 설계·조달·시공(EPC) 방식일 때는 코레일 따로, 현대로템(철도차량 제조) 따로 수출했는데 요즘은 팀코리아가 투자하고 운영해 수익을 거둬가는 민관협력사업(PPP) 방식으로 바뀌었다”며 “시스템 운영을 담당하는 코레일, 인프라를 담당하는 철도시설공단이 민간의 철도차량 제조업체, 건설업체와 신호체계 등 모든 분야에서 팀코리아가 함께 가야 성공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다만 그는 한국의 금융이 경쟁국에 비해 낙후됐다고 꼬집었다. 손 사장은 “국토부 시절에도 느꼈지만 한국 금융의 펀딩 능력은 경쟁국에 비해 너무 부족하다”면서 “다만 최근 정부가 KIND를 통해 금융 쪽에서 고삐를 조이고 있으니까 수년 내 좋은 소식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레일은 해외 사업 확장을 위해 최근 필리핀 지사를 신설하고 중국·프랑스 해외주재도 지사로 격상하는 등 해외 조직을 강화했다.



이번 정부 들어 대화의 물꼬가 트이고 있는 통일에 대비하는 것도 코레일의 주된 임무다. 남북을 넘어 대륙으로 철도를 연결하는 게 코레일이 가진 큰 비전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난해 가입에 성공한 국제철도협력기구(OSJD)에서의 역할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 손 사장은 “정부가 대북제재 하에서도 철도·도로 현대화를 위한 기본계획과 열차운행 합의서 검토 등 사전 준비를 차근차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코레일도 남북열차 운행, 나아가 대륙열차 운행을 차분히 준비해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철도가 국경을 넘으려면 기술적 측면의 문제뿐 아니라 관세와 법제 등도 국제 협의체를 통해 일괄로 처리할 수 있어야 하는데 OSJD가 그런 역할을 한다”며 “정회원 가입의 후속으로 국제화물운송협정(SMGS), 국제여객운송협정(SMPS) 협약 가입이 돼야 하는 만큼 적극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코레일은 정부의 방침에 따라 청년 고용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부분에 대해서도 공기업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겠다는 방침이다. 손 사장은 “지난해 코레일은 공기업 최대 규모인 2,100명을 채용했는데 올해는 이보다 더 늘린 2,700명을 채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에 대해서는 “자회사 방식으로 추진되더라도 기존의 민간 업체에 하도급을 주는 것보다는 근로자들이 더욱 안전한 환경에서 더 나은 처우를 받을 수 있다”며 “코레일은 지난해까지 이 작업을 일단락 지었다”고 소개했다.
/정리=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 사진=이호재기자

손병석 코레일 사장./이호재기자


He is...

△1962년 경남 밀양 △1980년 배재고 △1886년 서울대 건축학과 △1992년 동 대학원 건축학 석사 △1986년 제22회 기술고등고시 △2012년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 국토정책국장 △2013년 국토부 수자원정책국장 △2014년 국토부 철도국장 △2015년 국토부 중앙토지수용위원회 상임위원 △2016년 국토부 기획조정실장 △2017년 국토부 1차관 △2019년 3월 코레일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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