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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드값 바닥 찍었나...삼성, 10% 인상 추진

삼성전자의 메모리 생산라인 모습. /서울경제DB




삼성전자가 낸드플래시 가격을 조만간 10%가량 올릴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조치로 생산 차질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수급 호전으로 재고부담이 낮아진 낸드의 가격을 선제적으로 조정하겠다는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10일 대만의 정보기술(IT) 전문매체 디지타임스와 반도체 업계 등에 따르면 삼성이 낸드 가격을 10%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마이크론 등도 삼성에 이어 가격 인상 행렬에 동참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의 배경으로 도시바의 정전 사고 등에 따른 수급 호전, D램과 달리 정상 범위인 4주 정도로 줄어든 재고, 그간 낙폭 과대에 따른 수요 촉발 등을 꼽고 있다. 특히 이대로 가격 하락을 방치하면 낸드 분야에서 간신히 흑자를 맞추고 있는 업계 1위 삼성마저 적자에 빠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낸드의 가격 흐름도 하락세가 진정되는 양상이다. 지난 6월 기업 간 거래 가격인 고정거래가격은 대당 3.93달러(128Gb MLC 기준)로 7개월 만에 하락세를 멈췄고 최근 현물 가격도 소폭 올랐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마이크론의 10% 감산, 정전으로 인한 도시바의 비자발적 감산이 겹쳐 재고가 D램의 절반 이하인 4주까지 내려온 것으로 보인다”며 “일본의 소재 수출규제 등으로 불안감을 느낀 일부 고객들의 매수 문의도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메모리 업황 회복 시점이 경기침체로 내년 상반기 이후로 밀리는 상황에서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높게 가져가기는 어렵지만 현재로서는 낸드 시장이 최악을 벗어나고 있는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낸드플래시 가격 10% 인상 추진 소식은 세 가지 요인이 겹친 데 따른 것이다. 우선 그동안 낸드 가격의 하락 폭이 컸다. 올 6월 낸드 가격은 지난 2016년 9월(3.75달러, 128Gb MLC 기준) 이후 가장 낮은 대당 3.93달러까지 떨어졌다. 1년 전에는 대당 5.50달러였다. 가격이 크게 빠지면서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 낸드 제품에서 수요가 슬금슬금 붙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지난달 기업 간 중장기 가래 가격인 고정거래가격도 11.73% 빠진 D램과 달리 보합세를 기록했다.

낸드 업계 2위인 도시바의 정전 사고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정확한 피해는 알 수 없지만 생산 라인 일부는 아직 정상 가동이 되지 않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에서는 도시바가 기존 생산 대비 20% 이상 감산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특히 도시바 공장에서는 미국의 웨스턴디지털도 낸드를 생산하고 있다. 도시바(19.3%·2018년)와 웨스턴디지털(15.3%)의 점유율 합계가 34.6%에 달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재고 수준을 낮추는 효과를 냈을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기업들의 재고 사정도 차츰 좋아지고 있다는 관측이다. 시장에서는 낸드 재고가 4주 정도까지 낮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직 8주 이상 재고가 쌓인 D램과는 대조적이라는 얘기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대형사만 봐도 마이크론이 웨이퍼 투입량을 -5%에서 -10%까지 축소했고 삼성 등도 생산 라인 효율화에 들어갔다”며 “특히 도시바 정전 사고 이후 비자발적 감산마저 나타나 재고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까지 회복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낸드 현물가격도 일부 제품을 중심으로 반등세가 나타났다. 시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현물가격은 고정거래 가격의 선행 지표 성격이 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주에 이미 저용량(128Gb TLC) 웨이퍼 낸드 현물 가격이 올랐고 전날 USB 및 메모리 카드 등의 스폿 가격도 반등했다”며 “낸드가 오랜 하락세를 딛고 강보합 수준에서 거래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정리하면 현재 낸드 시장 분위기는 바닥을 찍고 기력을 추스르는 상태로 볼 수 있다. 물론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에 따른 경기 침체,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라는 돌발 악재 등으로 중장기 전망은 여전히 ‘시계 제로’라 신중론이 대세지만 현재 상황만 놓고 보면 그렇다. 더구나 미국 정부의 화웨이 제재가 최근 이완되고 있다. 정보기술(IT) 수요가 이전보다 조금 더 살아날 수 있다는 뜻이다. 삼성의 두자릿수에 달하는 가격 인상 소식은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가격 인상 이후다. 스마트폰 기업이나 서버 업체 등의 수요가 낸드 가격 인상 이후에도 붙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업황 회복 시기를 올 하반기에서 내년 상반기 이후로 미뤘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낸드 가격의 상승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이번 가격 인상은 역설적으로 보면 이미 업계 1위 삼성전자를 뺀 모든 낸드 업체가 적자를 내는 판에 더 이상의 가격 하락은 방치하지 않겠다는 메모리 업계의 절박감이 반영돼 있기도 하다. 만에 하나 일본의 소재 수출 규제가 장기화해 메모리 생산에 차질이 빚어진다고 가정하면 기업들의 입도선매 수요가 추가로 발생할 여지도 배제할 수 없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연말 출시 예정인 인텔의 중앙처리장치(CPU)와 AMD의 라이젠 3세대 제품 간 경쟁도 가열되면서 최근 인텔이 CPU 가격을 15~20%가량 낮췄다”며 “그 결과 PC 수요도 개선되고 있고 SSD 수요도 괜찮아 낸드 업황에 긍정적 요인이 많아지고 있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D램 시장에 대해서는 “여전히 어렵다”는 입장이다. 반도체 업계의 한 고위 임원은 “D램은 형편이 더 어렵다”며 “고정거래가격은 물론 현물 가격도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고 재고 소진도 버겁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D램에서 가격 결정권을 갖춘 삼성 등이 나서서 일본의 소재 수출 규제 등을 명분으로 가격 조정을 저울질하지 않겠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D램 재고가 두 달 이상 있는 상황에서 경기까지 고려하면 그 가능성은 낮다고 보는 게 대부분이다. 적어도 단기에 그런 일이 벌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이상훈기자 s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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