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인구조사 시민권 질문 포기 대신 "비시민 인구" 파악 행정명령

모든 정부기관이 시민, 비시민 관련 자료 제공해야

외신 "트럼프, 시민권 이슈에서 후퇴"

트럼프 "모든 방법 다 동원할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 브리핑에서 인구조사와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DC=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년 인구조사에서 시민권 보유 여부를 물으려던 계획에서 한 발 물러나 모든 정부기관에 비시민의 숫자를 파악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11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로즈가든 브리핑에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시민과 비시민, 불법 이민자가 이 나라에 있는지 믿을 만한 통계를 가져야 한다”면서 “오늘 행정명령의 결과로써 2020년 인구조사 때 미국 내에 있는 시민, 비시민, 불법 이민자의 정확한 숫자를 확신하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린 행정명령의 핵심은 모든 연방 부처와 기관이 시민·비시민 숫자와 관련된 모든 자료를 상무부에 제공하도록 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새로운 계획이 즉각적으로 발효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결정은 법원의 판결을 거스르면서까지 시민권 질문을 인구조사 항목에 포함하려는 계획을 철회하는 대신 불법 이민자의 수를 파악하도록 다른 수단을 강구한 것으로 보인다. CNN은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인구조사 시민권 질문 이슈에서 후퇴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 일간 USA투데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민권 질문 추가 노력을 철회한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미국 인구에서 시민권 보유자의 수를 명확하게 하기 위한 노력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브리핑에 배석한 윌리엄 바 미 법무장관은 연방정부가 시민권 질문을 추가하려는 계획을 포기하는 것은 적법성 때문이 아니라 실행계획 때문이라고 밝혔다. 바 장관은 “행정부는 시민권 지위에 관해 질문을 할 수 있는 상당한 적법성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해 3월 미 상무부는 2020년 인구조사에서 미국 시민인지를 확인하는 질문을 추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으나, 18개 주(州) 정부가 이 질문이 포함되면 시민권이 없는 이민자들이 답변을 거부하는 사례가 속출해 인구조사의 정확성이 떨어진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연방대법원은 지난달 28일 판결에서 인구조사에 시민권자 여부를 묻는 문항을 추가하지 못하도록 결정했다. 정부는 소수 인종의 투표권 보호 법률을 더욱 잘 집행하기 위해 인구조사에 시민권 질문을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이런 논리를 “억지로 꾸민 것 같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희윤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