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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최저임금제와 분양가 상한제

김덕례 주택산업硏 주택정책연구실장

최저임금제로 일자리 줄었듯

분양가 규제도 부작용만 양산

공급감소 등 시장혼란 커질것





인위적인 가격 규제는 성공하기 어렵다. 우리 사회가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경제는 가격을 신호로 움직인다. 시장에 참여하는 기업과 가계는 가격에 따라 자발적으로 생산과 소비를 한다. 그런데 시장에서 정해지는 가격에 정부가 개입하면 기업과 가계의 자발적인 생산과 소비활동은 왜곡되고 중단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시장은 정부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부작용을 양산한다.

가격 규제는 하한제와 상한제가 있다. 최저임금제가 대표적인 가격하한제다. 정부는 최저임금 1만원을 정책 목표로 설정했다. 그리고 2년이 지났다. 어떠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을까.

편의점에서 1,000원짜리 생수가 사라졌다. 최저임금제가 적용되면서 인건비와 물류비를 감당할 수 없게 된 중소 제조사들의 인상 요구 결과다. 결국 소비자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증가하게 된 것이다. 동네 마트에도 변화가 있다. 4명이던 캐셔가 2명으로 줄었다. 그 자리를 기계가 대신하고 있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기계 사용을 낯설어해 보조원 1명이 대기하고 있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은 기계에 익숙해졌고 보조원도 사라졌다. 두 명의 비자발적 실직이 일어난 것이다.

주택건설현장도 다르지 않다. 최저임금제의 도입으로 기업은 더 이상 사람을 고용할 수 없다. 결국 최저임금으로 근로여건을 보장해주고 싶었던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거나 없어지는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가격 규제가 가져온 부작용이다.



분양가상한제도 다르지 않다. 분양가상한제는 지난 1977년과 1983년, 2007년에 시행됐으나 모두 실패했다. 분양가상한제 도입 후 주택공급은 줄었고 그 결과 집값·전셋값이 급등하는 현상을 겪으면서 시장은 더 불안해졌다. 규제를 완화하면 어김없이 분양가는 급등했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2007년 분양가상한제 도입으로 공급시장은 대혼란에 빠졌다. 정부가 2007년까지 사업계획승인을 받은 물량에 대해서는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하자 주택사업자들은 몰아내기식으로 사업승인을 받았고, 금융위기와 겹치면서 한동안 과잉공급에 시달렸다. 당시 정부가 도입하지 않았다면 겪지 않았어도 될 일이었다. 2007년 이후에는 주택공급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 2008년 37만1,000가구, 2009년 38만1,000가구, 2010년 38만6,000가구가 공급되면서 외환위기 때보다도 줄었다. 특히 서울은 2008년에 4만8,417가구, 2009년에 3만6,090가구로 급감했다.

주택공급 감소는 장기적으로 가격상승 압력요인으로 작용한다. 무엇보다 시장경제에서 정부가 인위적으로 가격 규제를 하면 안 되는 것은 주택공급의 85%를 민간이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2018년에 인허가 기준으로 공급된 주택 55만4,000가구 중에서 민간이 47만3,000가구를 공급했다. 공공이 공급한 주택은 8만1,000가구에 불과하다. 규제를 강화하면 민간은 주택사업을 포기하거나 축소할 수밖에 없다. 주택공급은 줄어들고 2~3년 이후에 가격불안이 재연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기업의 신규고용계획 축소 및 기존인력 감축으로 이어져 실직자를 양산할 수도 있다.

분양가상한제는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공공택지에 적용하면 된다. 민간까지 확대하는 것은 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없을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도 지속되기 어렵다. 단기적인 분양가 인하 효과는 기대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로또 분양, 공급 감소, 비자발적 실직 증가, 기업도태와 신규일자리 창출 한계 등의 부작용을 양산할 뿐이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문제의 본질에 집중하라고 했다. 지금 주택시장에서 벌어지는 문제에 대해 재조명을 해보자. 규제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정부와 시장의 균형이 필요하다. 경제회복을 위한 공공과 민간의 역할 재정립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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