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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플레이 빼곤 '수출 품목' 제자리…신산업 바이오도 '험난'

[주력산업 징비록 쓰자]

<중>1999년에 멈춰선 제조한국

中은 액세서리 빠지고 전자기기

獨도 車부품 위주서 백신 등포함

글로벌 '산업구조 고도화'에 총력

韓, 각종규제에 신사업 여력 상실

콘텐츠·배터리 등도 악재 수두룩





‘반도체, 자동차, 컴퓨터, 선박부품, 금은 및 백금, 무선통신기기, 의류, 석유제품, 철강판, 합성수지.’

지난 1999년 한국의 주요 수출품목 상위 10개에 이름을 올린 업종들이다. 20년의 세월이 흐른 2019년 한국의 주요 수출품목 상위 10개는 무엇일까. 20년 전 항목에서 컴퓨터, 금은 및 백금, 의류가 빠지고 자동차부품, 평판디스플레이 및 센서, 플라스틱제품이 새로 들어갔다. 20년 동안 3개 업종만 교체됐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변화가 사실상 한국의 주력수출제품과 산업이 20년간 고착돼 있었다는 점을 여실히 드러낸다고 평가한다. 실제 자동차부품은 현대·기아차의 유럽과 멕시코 공장 등에 수출하기 위한 것이며 플라스틱제품은 합성수지 등 석유화학 기술 기반에서 파생됐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평판디스플레이 및 센서가 사실상 지난 20년 사이에 새로 추가된 유일한 항목이다. 문제는 20년 만에 새로 진입한 디스플레이 또한 중국의 저가 공세로 시장을 잠식당하며 힘을 잃고 있다는 것이다.

中은 액세서리 빠지고 전자기기

獨도 車부품 위주서 백신 등 포함

글로벌 ‘산업구조 고도화’에 총력



반면 중국의 경우 20년 전 주력수출상품이 장난감(2위), 액세서리(3위), 의류(4위), 신발(5위) 등이었지만 올해는 무선통신기기(1위), 전자기기(3위), 석유제품(4위) 등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로 탈바꿈했다. 전통의 기술 강국 독일 또한 수출 품목이 자동차 및 관련 소재·부품 위주였지만 20년 사이 백신(4위), 항공기(5위)가 새로 이름을 올리며 수출 포트폴리오가 한층 다양해졌다. 특히 이들 국가는 ‘중국제조 2025’와 ‘인더스트리4.0’ 같은 정책을 통해 산업구조를 보다 고도화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한국의 주력산업군이 최근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률(화평법) 강화, 주 52시간제 도입,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으로 신사업 발굴에 쏟을 여력을 상실했다는 점과는 대조적이다.

정부와 기업이 유망 수출상품으로 육성하던 분야 또한 잇따른 악재와 경쟁의 격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 바이오산업의 경우 최근 ‘인보사 파문’과 한미약품의 잇따른 기술수출 권리 반환, 삼성바이오로직스 관련 검찰 수사 등으로 찬바람이 불고 있다. SK(034730)LG(003550) 등도 최근 몇 년간 바이오 분야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 개발된 신약 또한 CJ헬스케어의 ‘케이캡정’ 단 한 건에 불과하며 올해는 아예 등록된 신약이 없다. 이 같은 상황은 최근 10년 새 2.6배가량 늘어나며 급성장한 의약품 수출 시장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2017년 기준 한국의 의약품 수출액은 약 4조6,000억원으로 글로벌 의약품 시장(약 1,400조원)의 0.3% 수준에 불과해 갈 길이 멀다.



‘제2의 반도체’를 노리며 삼성·LG·SK 등 대기업이 집중투자하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 또한 아직 손익분기점(BEP)을 못 넘거나 간신히 적자만 면하는 수준이다. 특히 중국이 자국 보조금 및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세계 1위의 점유율을 과시하는데다 독일 등 유럽에서는 전기차 배터리를 자체 개발해 양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향후 몇 년간 ‘치킨게임’이 전개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반면 정부는 ‘구미형 일자리’를 위해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부품인 양극재 공장을 경북 구미에 지으라고 압박을 가하고 있어 관련 제품의 글로벌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해외에 공장을 짓더라도 연구개발(R&D) 및 운용 등은 대부분 한국 본사인력이 도맡는데다 자동차부품처럼 중간재 수출로 한국 경제에 기여할 수 있어 한국 내 공장 건설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K팝과 게임 등의 콘텐츠산업 육성에 힘써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2017년 기준 국내 콘텐츠산업의 수출액은 88억달러로 제조업 대비 규모가 크게 작다. 특히 게임산업의 경우 셧다운제와 같은 규제 정책 및 게임 중독에 관한 부정적 여론 등으로 후발 국가인 중국에 주도권을 내준 상황이라 다시금 덩치를 키우기 쉽지 않다.

韓, 각종 규제에 신사업 여력 상실

바이오·배터리 등도 악재 수두룩



무엇보다 글로벌 수출 시장에서 한국의 입지는 아직 불안하다. 무역협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이 글로벌 시장에서 1위를 기록 중인 수출제품은 2017년 기준 77개로 중국(1,720개), 독일(693개), 미국(550개), 이탈리아(220개), 일본(171개), 인도(155개) 등과 차이가 크다. 1위 품목 또한 화학제품이 31개이며 철강(13개), 섬유제품(8개), 비전자기계(5개) 등 특정 분야에 대한 쏠림 현상이 보인다. 특히 1위를 기록 중인 16개 품목에서 2위와의 점유율 격차가 5%포인트 미만에 불과해 언제든 추월당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또 다른 분야에서 새로운 수출주력상품이 나타날 수 있도록 인재 양성 및 투자 인센티브 등이 제공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오준범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기업은 잘하는 것만 계속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정부 등이 나서서 새로운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신규 분야에 대한 투자를 장려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R&D에 대한 투자를 늘리거나 공대 지원책과 같은 인재 양성 정책을 병행해 또 다른 분야에서 수출 성공 사례가 나오도록 국가 전체적으로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밝혔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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