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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감정 악화하는데도…'한국인이 되고 싶다'는 요즘 일본 10대들 [썸띵나우]

케이팝부터 떡볶이까지 총망라하는 일본의 3차 한류

  • 정현정 기자
  • 2019-07-17 14:16:26
  • 정치·사회

한국, 일본, 아베, 10대, 케이팝, 떡볶이, 수출규제, 혐한

한일 갈등이 극으로 치닫는 요즘, 일본 10대 사이에서 핫한 문장이 있다고 합니다.

그 문장은 바로 ‘韓國人になりたい。(한국인이 되고 싶어.)’

인스타그램 등 SNS에 ‘韓國人になりたい。’라는 문장을 검색하면 2만 8,000여 개의 게시물이 등장하고, ‘한국인이 되고 싶어’라고 한글로 쓰인 해시태그도 1,000건 가깝게 검색됩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온갖 궤변을 늘어놓으며 무논리한 한국 수출 규제를 가하고 있는 지금, 일본의 10대들은 왜 한국인이 되고 싶다고 외치는 걸까요?


한일 감정 악화하는데도…'한국인이 되고 싶다'는 요즘 일본 10대들 [썸띵나우]

지난 4월, 일본 최대 공영방송사 NHK인 아침 방송인 ‘아사이치(あさイチ)’는 일본 중고등학생들의 한류 현상에 대해 다뤘습니다. 드라마 <겨울연가>가 열풍을 일으키기 시작한 2003년쯤 태어난 아이들이 2010년 아이돌 걸그룹 ‘소녀시대’나 ‘카라’를 보고 자라면서 중고등학생이 됐고, 지금은 한국 음식과 화장, 패션 같은 문화 전반에 푹 빠졌다는 것이 그들의 분석인데요. 실제로 방송에서 만나본 여학생의 가방 속에서는 한국어 교재가 나왔습니다. 심지어 길거리에서 만난 여학생의 핸드폰에는 한글 자판이 등록돼 있습니다. 한글이 귀엽다는 이유였죠.

한일 감정 악화하는데도…'한국인이 되고 싶다'는 요즘 일본 10대들 [썸띵나우]

또 다른 방송에서는 10대 배우인 ‘시라모토 아야나’가 일본 여고생 대표로 나와 “지금 일본 여고생은 한국에 의해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화장품부터 먹는 것까지 한국 것을 좋아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는 지난 십 여년 간 ‘겨울연가’를 필두로 한 ‘한류 열풍’과는 조금 다른데요. 단순히 한국 드라마나 노래를 좋아하고, 그에 등장하는 배우나 가수를 좋아하는 것에서 나아가 말 그대로 한국인의 ‘모든 것’을 좋아하고 따라 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실제 일본 방송 속 인터뷰이로 나오는 학생이나, ‘한국인이 되고 싶다’는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 속 일본인을 보면 외모 등 스타일링 방식도 한국의 10~20대와 비슷합니다.

한일 감정 악화하는데도…'한국인이 되고 싶다'는 요즘 일본 10대들 [썸띵나우]

인스타그램에 ‘한국인이 되고 싶다’는 해시태그를 단 일본 여학생 두 명을 직접 인터뷰 해봤습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한국의 음식과 패션·뷰티 스타일을 좋아하고 한국 여성이 예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한국인이 되고 싶다고 답했습니다. 특히 음식은 자장면이나 떡볶이를 좋아한다고 답하고, 화장품은 클리오·에뛰드·이니스프리 같은 국산 브랜드를 콕 집어 언급하기도 했죠.
한일 감정 악화하는데도…'한국인이 되고 싶다'는 요즘 일본 10대들 [썸띵나우]

한일 감정 악화하는데도…'한국인이 되고 싶다'는 요즘 일본 10대들 [썸띵나우]

또 방송에 나온 여학생들처럼 독학을 통해 한글을 쓸 줄 알고 간단한 회화도 가능하다고 답했습니다. ‘한국인이 되고 싶다’는 해시태그를 단 일본인들의 인스타그램을 들여다보면 프로필에 한글로 자기소개가 되어 있는 경우도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학교 친구들 대부분이 한류를 좋아한다는 대답도 나왔습니다.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한국 여성의 스타일이 일본 여성의 것과 달리 ‘멋지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동경한다는 점이었죠.

혐한 서적이 베스트셀러가 될 정도로 혐한·반한 감정이 심한 일본에서 10대들은 왜 한국의 모든 것에 열광하다 못해 한국인이 되고자 하는 것일까요. 그 이유를 세계 한류학회 회장인 오인규 교수님께 들어봤습니다.

한일 감정 악화하는데도…'한국인이 되고 싶다'는 요즘 일본 10대들 [썸띵나우]

■왜 일본의 10대는 한국인이 되고 싶어 하나요.

=새로운 현상은 아닙니다. 일본 여성들은 겨울연가 이후부터 한국인의 스타일을 동경해왔습니다. 다만 일본 여성 기성세대들은 그런 취향을 지금의 10대들처럼 자유롭게 드러내지 못했습니다. 일본 정부나 우익 세력들이 한류를 좋아하는 여성들을 비난하고 인신공격까지 서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베 수상의 부인 아키에 여사처럼 자신이 한류 팬이 아니라고 공식적으로 자아비판 겸 공표해야 했습니다. 일본 남성들의 반한, 혐한, 우익 성향이 날이 갈수록 짙어지고 있는데다가 일본 여성들의 낮은 인권 탓에 상대적으로 한류를 향유하는 데 어려움이 컸습니다.

다만 일본의 10대들은 SNS가 발달 돼 자기 표현의 수단이 많아지고, 아직 극우 성향의 성인 남성들에게 많은 비판을 받은 경험이 없기 때문에 당당하게 스스로가 한류 팬임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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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일본 여성에게 한류는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가지나요.

=한류는 일본 여성들 사이에서 지난 20년간 주류문화로 자리 잡았습니다. 다만 앞서 말한 이유 때문에 여성 기성세대들은 스스로가 한류 팬임을 부정해야 했습니다. 또 여성이라는 집단이 일본 사회에서 소수집단의 지위를 갖고 있기 때문에 한류가 일본 사회 전체의 주류 문화라고 보기는 힘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 여성들 사이에서는 한류는 분명 주류 문화입니다.

한일 감정 악화하는데도…'한국인이 되고 싶다'는 요즘 일본 10대들 [썸띵나우]

■한국 스타일이 ‘멋있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카와이이(귀엽다)’형과 ‘아이쿄오(애교)’형 여성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카와이이 형은 일본 캔디캔디, 은하철도 같은 만화에 등장하는 소녀들의 스타일을 가리키고, 아이쿄오 형은 한국 드라마에 나오는 여성들의 스타일을 가리킵니다. 전통적으로 일본 남성들은 남자에게 의지하고 순종하는 카와이이 형 여성들을 좋아해왔기 때문에 일본 여성들은 카와이이 형을 지향해 왔습니다. 그러나 한국 드라마에 등장하는 성숙하고 청순하지만 자유로운 여성상을 보면서 그들을 닮고 싶어 ‘아이쿄오 형’ 스타일을 따라 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는 비단 스타일뿐만 아니라 일본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 변화에 대한 갈망도 담겨 있다고 읽을 수 있습니다.

한일 감정 악화하는데도…'한국인이 되고 싶다'는 요즘 일본 10대들 [썸띵나우]

여기까지 알아보니, 어쩌면 일본의 한류 팬들이 오래도록 갈등이 깊어 온 한일 관계 해결의 열쇠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본 인구 절반에 달하는 여성들의 주류문화가 한류이고, 그들이 친한(親韓) 감정을 갖고 있다면 외교관계에 충분히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앞서 SNS를 통해 인터뷰를 했던 한류 팬은 현재 한일 갈등에 대해 ‘일본과 한국이 친하게 지내면 좋겠다’는 답을 하기도 했습니다. 일본의 한류 현상을 문화적, 경제적 현상으로만 이해하는 것에서 나아가 긍정적인 정치 관계를 끌어낼 수 있는 현상으로 바라보는 것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정현정 인턴기자 jnghnji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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