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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학 영원무역 회장 "다음 목표는 섬유·패션 특화도시 건설"

[방글라데시 현지 인터뷰 ]

영원무역 물량 70% 현지공장서 생산

세계2위 섬유수출 국가 도약 일조

치타공 KEPZ토지 인허가 난항 여전

이 총리 현지 방문 "확실히 큰 도움"

교육 기반시설 갖춰지면 인재 모여

패션 디자인 전문대학 설립 등 검토

성기학(왼쪽) 영원무역 회장이 지난 14일 다카 생산공장을 방문한 이낙연(오른쪽) 국무총리, 사이푸지만 초두리 방글라데시 국토부 장관과 손을 맞잡고 있다. /다카=정영현기자




전 세계 인구밀도 1위 도시, 방글라데시의 수도 다카. 도시 어느 곳을 가든 ‘사람 반, 자동차 반’이다. 습한 더위 속에 밤낮없이 울려대는 자동차 경적은 사람의 혼을 쏙 빼놓기 일쑤다. 한밤중에도 꽉 막힌 도로를 간신히 뚫고 지난 14일 밤(현지시간)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의 다카 자택을 직접 방문했다. 영원무역은 국내에서 ‘노스페이스’ 브랜드로 유명한 아웃도어 의류 기업, 세계적으로는 40여개 거래처로부터 주문받은 6,800여종의 옷을 만드는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 생산기업으로 유명하다.

이날 인터뷰는 성 회장이 같은 날 오전 다카 영원무역 공장에서 ‘큰 행사’를 치른 직후 진행됐다. 방글라데시 섬유·의류 수출산업을 이끌고 있는 한국 기업, 영원무역의 생산현장을 직접 보기 위해 이낙연 국무총리가 방글라데시 정부 고위관계자들과 함께 찾았던 것이다.

성 회장은 “사실 다카 공장에 한국인 상주직원은 1명밖에 없다”며 “현지화가 잘됐고 현지직원들의 수준도 높다”고 말했다.

1980년 ‘미지의 땅’ 방글라데시에 첫발을 내디딘 성 회장은 영원무역을 방글라데시 의류 수출사업에 투자한 외국계 기업 리스트 최상단에 올렸다. 현재는 현지인력 6만4,000여명을 고용해 전 세계에서 OEM 주문을 받아 수출하고 있다.

오늘날 방글라데시가 세계 2위 섬유·의류 수출국 반열에 오르는 데 영원무역의 공이 컸음을 부인할 수 있는 이는 현지에 없다. 하지만 잘나가는 외국계 기업 앞에는 늘 ‘현지 사정’이라는 장애물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방글라데시를 공식 방문한 이낙연(오른쪽) 국무총리가 14일(현지시간) 수도인 다카에 위치한 영원무역 다카공장을 방문해 사이푸자만 초두리(〃 두번째) 방글라데시 국토부 장관, 성기학(〃 세번째) 영원무역 회장과 함께 생산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연합뉴스


영원무역의 방글라데시 핵심공장은 다카와 벵골만을 품은 남동부 항구도시 치타공에 위치한다. 생산 시설 규모는 치타공이 더 크다. 하지만 치타공엔 난제가 있다. 대규모 토지를 구입해 한국수출가공공단(KEPZ)을 조성했지만 토지 인허가권 이전 문제가 20년째 풀리지 않고 있다. 이에 이 총리는 사이푸지만 초두리 국토부 장관에게 “영원무역은 이미 방글라데시의 일부가 됐고 KEPZ도 방글라데시의 것”이라고 직접 당부했다.

성 회장은 이 총리의 방문이 현지사업에 도움이 되는지를 묻자 “확실히(definitely)”라고 답했다. 한국 정부의 측면지원이 절실하다는 의미다.



이처럼 성 회장이 치타공에 마음을 두는 것은 ‘넥스트 드림(next dream)’ 때문이다. 성 회장은 “치타공에 섬유·패션 분야 특화도시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영원무역은 지난 10년간 꾸준히 두 자릿수 성장을 했다. 지주회사인 영원무역홀딩스의 지난해 매출은 2조5,200억원이다. 지난 한 해 생산물량은 4,700만장에 달하고 이 중 70%를 방글라데시에서 소화했다. 영원무역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방글라데시를 더 이상 단순한 생산기지로 삼고 싶지 않다는 게 성 회장의 생각이다.

성 회장은 “치타공에 초중고 사립학교를 세우면 자녀교육 문제가 해결돼 더 우수한 직원들을 채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돈벌이를 위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성 회장은 이곳에 섬유·패션·디자인 전문대학 설립도 꿈꾸고 있다. 이미 미국 등지의 유수 학교와 관련 계획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또 의류 생산을 넘어 산악자전거 제조·생산기지도 구상하고 있다. 성 회장은 “치타공 공장에서 현재 5만명 정도 일하고 있는데 앞으로 치타공 직접고용을 10만명까지 늘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14일(현지시간) 영원무역 다카공장을 방문해 생산 현장을 살펴본 뒤 작성한 방명록./연합뉴스


성 회장은 영원무역만의 ‘브랜드’를 가질 계획은 없다고 했다. 성 회장은 “OEM 납품 사업도 잘하면 브랜드 사업보다 더 잘될 수 있다”며 “지금 한일 갈등 사안인 일본의 불화수소(에칭가스)가 대표적인 예다. 일본 사람들은 남들이 못 만드는 특수제품을 만드는 데 굉장히 강하다”고 강조했다.

영원무역의 공장은 아프리카 대륙, 에티오피아에도 있다. 방글라데시(1980년)·중국(1995년)·엘살바도르(2001년)·베트남(2004년)·우즈베키스탄(2014년)에 이어 가장 최근에 세운 여섯 번째 글로벌 생산기지다. 기업인으로서 철저한 손익계산 끝에 진출을 결정했지만 ‘감성적’ 판단도 다소 작용했음을 성 회장은 부인하지 않았다.

성 회장은 “에티오피아는 6·25전쟁 참전국, 우리나라를 도왔던 나라”라며 “에티오피아 정부의 요청이 있기 전부터 늘 에티오피아에서 뭔가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성 회장은 2015년 방한한 물라투 테쇼메 위르투 에티오피아 대통령의 초청을 받고 에티오피아 현지조사를 진행했고 이듬해 생산기지를 조성했다. 성 회장은 “일단 에티오피아 공장은 지켜보고 있다”며 “(성장하는) 계기가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1947년생인 성 회장은 전쟁과 생활고의 아픔을 잘 안다고 했다. 서울 태생이지만 선조들의 고향, 경남 창녕에 마음을 두고 스스로 ‘창녕 사람’이라고 하는 성 회장은 6·25 전쟁통에 화마에 휩싸였던 본가를 손수 복원하기도 했다. 같은 맥락에서 기부의 중요성도 늘 마음에 품고 산다. 이에 영원무역은 그간 600만장 정도의 어린이 겨울옷을 기부했다. 시장가로 환산하면 1억달러어치다. 성 회장은 “아이들에게 주는 옷은 후드를 꼭 만들어준다”고 했다. 추위와 궂은 날씨를 피하라는 의미에서다. 성 회장은 “신발도 주는데 아이들이 신지를 못하더라. 닳을까 봐…”라고 말했다.
/다카=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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