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김형철의 철학경영] 나는 항상 옳은가

<103> 리더에게 필요한 질문들

전 연세대 교수

자기 확신 지나치게 강한 상사는

오히려 판단력 더 흐릴 수도 있어

남을 늘 설득하고 가르치는 리더

자신이 독재자라는 사실 알아야





‘어떤 일을 추진하려면 먼저 비전이 있어야 하고 둘째, 강한 자기 확신이 있어야 하고, 그리고 열정이 있어야 한다.’ 리더십 교과서 첫 장에 나오는 말이다. 그러나 부하들의 관점에서 자기 확신이 지나치게 강한 리더를 상대하기란 정말 힘들다. ‘자신이 항상 옳다’는 생각을 지닌 사람일수록 판단력이 흐리다는 역설을 아는가. 다른 사람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이 뭐라고 얘기하면 다 듣기도 전에 “아~ 그거! 자네 이 말 하려는 거지”라며 남의 말을 잘라버리고는 자기 해석만을 늘어놓는다. 이것이 바로 불통이다.

“저는 직원들에게 강제로 일을 시키지 않습니다. 대화로 설득하는 스타일이죠.” 이런 말을 하는 리더가 모르는 것이 하나 있다. 상사는 부하를 절대로 설득할 수 없다. 상사가 하는 말은 결국 다 명령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상사로서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회의에서 말을 하되 가장 나중에 하는 것이 좋다. 상사가 앞장서서 말을 해나가면 다들 동의할 수밖에 없다. 리더는 부하를 설득하는 사람이 아니다. 부하에게 설득당하는 사람이다. 문제는 자신이 틀렸는데도 부하에게 설득당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미국에 한 큰 부자가 있었다. 기자가 묻는다. “당신은 어떻게 그렇게 큰돈을 벌었습니까.” “네, 저는 저와 생각이 다른 젊은이들을 찾아가서 그들의 생각을 배웠기 때문입니다.” 리더가 자신에게 던져야 할 첫 번째 질문은 ‘나는 항상 옳은가’이다. 자신의 의견에 반대하는 부하를 가까이하는 사람이 균형감각이 있는 사람이다.



조직에서 승승장구한 최고경영자(CEO)가 있었다. 그는 지위가 높아지면서 더 많은 정보를 얻게 된다. 조직에 몸담은 기간과 경험이 누적되면서 이제 조직에 관해 그 누구보다도 더 잘 안다고 생각한다. 주위 사람들이 자신에게 많은 것을 물어 온다. 그리고 새로운 직원들에게 늘 가르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이것이 다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 임원이 자신에게 해야 할 질문 하나가 있다. ‘나는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가.’

리더가 조직에서 반드시 알아야 할 세 가지가 있다. 첫째, 신입사원에게 먼저 물어보라. 신입사원이 들어오면 대개 조직에 관해 가르쳐주기 바쁘다. 여기는 이런 역사와 전통을 가진 곳이다. 그래서 반드시 이렇게 행동해야 하고 저렇게 행동하면 안 된다 등등. 조직을 혁신하기 위해 새로운 외부 시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외부 컨설턴트를 고용하기 전에 먼저 신입사원들에게 물어보라. “자네들 눈에 신기해 보이는 조직문화 세 가지를 써내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그런 문화 말일세.” 이 질문의 유효기간은 대개 석 달이다. 그 이상 지나면 신입사원들도 “그저 다 그러려니” 하며 적응하기 때문이다.



둘째, 소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라. 그러면 분란이 일어나지 않는다. 사내 불평분자들을 멀리하지 말라. 그들은 어쩌면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더 예민한 사람일 수 있다. 조직 내에 있는 오타쿠들을 가까이하라. 그들은 항상 특이한 것을 추구한다. 그것을 조직의 활동과 연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라. 셋째, 조직 내 나쁜 소식을 리더가 제일 먼저 알아야 한다. 국가 재난사태 때 TV 발표가 금방 소설을 쓴 것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조직의 장이 일부러 허위발표를 할까. 아닐 수도 있다. 조직 내의 나쁜 소식을 리더가 가장 먼저 알아야만 대처할 수 있다.

항상 혼자 바쁜 리더가 있다. 열정이 철철 넘치는 것이다. 24시간이 모자라고 주말도 없이 뛴다. 직원들이 ‘워라밸’이라는 이상한 단어를 입에 달고 다니는 것이 영 못마땅한 리더가 있다면 자신에게 세 번째 질문을 하라. ‘왜 나는 항상 바쁜가.’ 어쩌면 부하들이 해야 하는 일을 가로채고 있는 것은 아닌가. 매일 30분간 휴대폰과 e메일로부터 은퇴하라. 긴 호흡으로 명상하라. CEO도 주 52시간만 근무하라. 1년에 한 달은 휴가를 떠나라.

나만 항상 옳기 때문에 남을 늘 설득해야 하고 나만 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남을 꼭 가르쳐야 하며 항상 나 혼자만 바쁜 사람은 바로 자신이 독재자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