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서경이 만난 사람] 황서종 인사혁신처장 "한일갈등 같은 급변상황 대응, 국익지킬 전문 공무원 키워야"

대담=문성진 정치부장 hnsj@sedaily.com

日수산물 분쟁 승소 이끈 '개방형 인재' 영입제도 확대할 것

'적극행정 공무원 우대·상습적 소극행정 엄벌' 법적토대 마련

공직자 재취업 투명성 확보위해 심사 강화방안도 고민





“한 우물을 파는 공무원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직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고 최고가 됐을 때 국민을 책임질 수 있는 적극행정이 가능합니다.”

황서종 (58·사진) 인사혁신처장은 지난 19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적극행정을 위한 공무원들의 전문성을 강조했다. 공직문화를 선도하는 수장으로서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조직의 혁신을 반드시 이뤄내겠다는 절박함이 그대로 전해졌다.

황 처장은 공무원의 존재 이유에 대해 “헌법에 보면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해 책임을 지는 사람”이라며 “합리적이고 바람직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전문성이 있어야 책임지는 행정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 한일 갈등 등 한국의 운명을 좌우할 이슈가 쏟아지는 현 정국에서 전문성 없이는 국민과 국익을 지킬 수 없다고 그는 진단했다. 황 처장은 “한일 갈등 등 국제통상, 남북관계 교류협력은 그 분야에서 계속 일해온 사람이 해야 경쟁력이 있다”며 “상대국들은 그 일을 해온 사람들이 전문성을 더 키우는 데 반해 우리는 1~2년 사이에 사람이 바뀌니 경쟁력이 없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지적했다.

황 처장은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전문직 공무원을 확대하는 한편 외부에서 유능한 인재도 적극적으로 영입하고 있다. 정부는 2017년 전문직공무원제도를 만들고 지난해부터 시행해 현재 90여명이 각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지식 전달 위주, 공급자 중심의 기존 교육방식을 탈피해 미래 역량 및 직무 전문성 교육을 강화할 것”이라며 “한 우물을 파는 공무원이 우대받는 공직사회를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세계무역기구(WTO)의 일본산 수산물 분쟁 관련 승소를 이끈 정하늘 산업통상자원부 통상분쟁대응과장을 사례로 들며 공직사회의 개방성이 더 확장돼야 한다고 봤다. 정 과장은 최근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한 한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논의 과정에도 참여해 정부에 힘을 보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로 일하던 정 과장은 지난해 2월 ‘개방형 직위’ 제도를 통해 통상분쟁대응과의 전신인 통상법무과 과장으로 공직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정 과장은 우리나라의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규제가 부당하다며 일본이 WTO에 제소한 사건의 상소심을 맡아 1심 패소 판결을 뒤집었다.

황 처장은 정 과장처럼 공직사회의 다양성과 전문성을 강화해줄 인재를 더 영입하기 위해 우수한 성과를 낸 개방형 직위 민간 임용자의 일반직 전환기간을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그는 “개방형 직위 제도를 활용해 전문성을 갖춘 인재가 들어올 수 있는 통로를 더 확보해줘야 한다”며 “개방형으로 들어온 인재는 공직사회와는 다른 새로운 접근방식을 보여줄 수 있어 기존 공무원들에게 새로운 자극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전문성을 갖춘 인재가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행정을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데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황 처장은 취임 초부터 공무원들의 적극행정을 유도하기 위해 물심양면으로 힘쓰고 있다. 인사처는 적극행정 공무원에 대한 인사상 우대 등을 위한 지원근거를 마련하고 상습적인 소극행정은 엄벌한다는 내용을 담은 적극행정 운영규정 제정안을 입법화하기도 했다. 종전에는 적극행정에 나선 공무원이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것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사적인 이해관계가 없음 △절차에 충분한 검토 △법령상 행정절차 모두 이행 △필요한 보고절차 등 갖춰야 할 요건이 네 개나 돼 매우 까다로웠으나 네 가지 요건 중 사적인 이해관계가 없고 중대한 절차상 하자가 없으면 면책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을 완화했다.

황 처장은 “적극행정으로 고소·고발을 당했을 때 변호인의 법률지원과 함께 적극행정지원위원회의 도움을 통해 공무원들이 적극적으로 일할 수 있게 제도화를 시도하고 있다”며 “올해 하반기부터 적극행정을 발굴하고 국민직접추천제도도 도입하는 만큼 곧 좋은 사례들이 발굴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인사처는 공직사회에 적극행정이 잘 뿌리 내릴 수 있도록 이르면 이달 내에 적극행정 운영규정도 시행할 예정이다.



그는 “적극행정이라는 것은 거창한 게 아니다”라며 “시골 어르신들의 불편함을 덜어주기 위한 ‘백원 택시’나 뙤약볕을 피하기 위해 횡단보도에 설치된 그늘막 등 국민 눈높이에 부응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작은 노력부터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끊임없이 도전하는 문화를 만들어내는 것이 적극행정의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인사처의 홍보대사로 ‘코리안 특급’ 박찬호씨를 위촉한 것도 황 처장의 이 같은 생각이 반영된 결과물이다. 그는 박찬호씨와 박세리씨 등 한국을 대표하는 스포츠 선수들의 애국심과 도전정신은 공직자들이 배워야 하는 자세라고 확신했다. 박찬호씨는 변방의 동양인 선수로 야구의 본고장인 메이저리그에 도전해 아시아 최다승, 아시아 선수 최초의 올스타전 등판이라는 기록을 남기며 국위를 선양했다. 박세리씨 역시 선수 시절에는 한국 여자골프의 첫 메이저대회 우승 신화를 써 국민에게 기쁨을 줬고 은퇴 이후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 때 외교관 역할을 훌륭히 소화해내며 많은 사람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황 처장은 “박찬호 선수의 아시아인 최다승 기록인 124승은 언젠가 깨질 수 있지만 최초라는 타이틀은 깰 수 없다. 그의 투철한 도전정신이 없었다면 최초라는 타이틀도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2020년 인사처는 적극행정의 문화를 만들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계속할 예정인데 이런 우리의 신념을 가장 잘 대변해 줄 수 있는 모델이 박찬호 선수였다”고 흡족해했다.

16일부터 직장 내에서 상하관계를 악용해 타인에게 고통을 가하는 행위를 금지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발맞춰 공직사회 내 ‘갑질’은 엄벌하겠다는 강한 의지도 피력했다. 그는 “신고된 갑질 사건이 묵인ㆍ은폐ㆍ축소되거나 2차 피해가 발생한 사실이 감사 등을 통해 확인된 경우 기관명과 그 사실 등을 공개할 것”이라며 “제도화된 것은 아니지만 중대한 갑질이 있으면 개인의 명단까지도 공개하는 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강력한 처벌 의사를 밝혔다.



재취업 심사에 대한 투명성 확보는 황 처장이 해결해야 할 또 다른 과제다. 인사처의 지난해 공무원 재취업 심사 결과 신청자의 약 84%가 재취업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인사처의 재취업 심사가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인사처에서 자료를 받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3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재취업을 신청한 퇴직공직자 3,184명 가운데 2,391명이 취업 가능과 취업 승인 판정을 받아 통과율이 80%를 넘은 것으로 확인된다. 황 처장은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세월호 참사 이후 취업제한 기관 자체가 2014년도의 4,000개 정도에서 현재 1만7,000개로 네 배 이상 증가하고 고위직은 과거에 비해 재취업 승인 비율이 떨어지는 등 심사가 굉장히 엄격해졌다”며 “공직자윤리위원회 위원 총 11명 가운데 7명이 민간위원인데 이는 다양한 의견이 수렴돼 의사결정이 되는 체제를 의미한다”고 일각에서 제기된 비판을 반박했다.

다만 황 처장은 법령에 규정된 요건을 넘어서는 더 엄격한 심사가 불가능한 만큼 재취업 심사 승인 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고 아쉬워했다. 황 처장은 “과거에는 청탁받은 사람이 이를 신고하도록 했는데 누구든지 신고할 수 있도록 개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제는 행위제한도 더 강화해 공직윤리가 확립될 수 있는 기반을 만들도록 하겠다”며 법령 규정을 토대로 보다 엄격하게 재취업 심사를 할 계획이라고 약속했다.

문재인 정부의 주요 정책인 ‘저녁이 있는 삶’ 등 일·가정이 양립하는 공직문화를 정착시키겠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문화가 안정적으로 도입되기 위해서는 업무의 개념을 ‘투입’에서 ‘산출’ 관점으로 바꿔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황 처장은 “근무혁신은 일을 적게 하는 것이 아니라 일의 성과와 생산성을 높이는 일”이라며 “예를 들어 구두보고도 가능한데 굳이 문서로 만들어 보고를 위한 보고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것들을 내부 프로세스를 통해 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 중”이라고 솔선수범의 자세를 보였다. /정리=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사진=성형주기자



◇He is...

△1961년 전남 강진 △서울대 외교학과 △인디애나대 대학원 행정학석사 △서울시립대 대학원 행정학박사 △1987년 제31회 행정고시 합격 △2013년 안전행정부 인사실 인사정책관 △2015년 인사혁신처 인사혁신국장·차장 △2016년 소청심사위원회 상임위원 △2018년~ 인사혁신처장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