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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 메이저 사냥꾼' KO, 한국인 첫 3관왕 향해 GO!

■고진영, LPGA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

실수 없는 로봇같은 경기력으로

4타차 열세 뒤집고 시즌 3승 선착

통산 5승 중 2승이 메이저 타이틀

세계 정상 탈환...상금도 1위 올라

올해의선수 포인트·평균타수서도

2위와 격차 벌리며 '독주 태세'

‘스키여제’ 린지 본(왼쪽)으로부터 트로피를 건네받는 고진영. /에비앙레뱅=EPA연합뉴스




고진영이 29일(한국시간) 에비앙 챔피언십 시상식에서 스카이다이버가 태극기를 들고 하늘에서 내려오는 모습을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다. /에비앙레뱅=EPA연합뉴스


고진영(24·하이트진로)은 지난달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대회 기자회견에서 남자골프 세계랭킹 1위 브룩스 켑카(미국)의 팬이라고 밝혔다. “표정 변화가 없는 포커 페이스가 좋다” “꿈에서도 만났다” “체격이 큰 사람을 좋아한다”고 설명하며 ‘팬심’ 가득한 미소를 띠었다. 켑카는 통산 7승 중 메이저대회 우승이 4승인 ‘메이저 사냥꾼’이다.

고진영이 켑카를 닮아가고 있다. 지난 4월 시즌 첫 메이저 ANA 인스퍼레이션 우승으로 챔피언 호수에 풍덩 몸을 던지더니 생수 브랜드가 주최한 시즌 네 번째 메이저 에비앙 챔피언십마저 제패했다. LPGA 투어 시즌 3승에 통산 5승째다. 5승 중 2승을 메이저 우승으로 장식해 ‘여자 켑카’ 별명에 가까워졌다.

고진영은 29일(한국시간) 프랑스 에비앙레뱅의 에비앙리조트GC(파71)에서 끝난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4라운드 합계 15언더파 269타로 우승했다. 13언더파 공동 2위 김효주·펑산산(중국)·제니퍼 컵초(미국)를 2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상금 61만5,000달러(약 7억2,000만원)를 거머쥐었다. 4타 차 열세를 뒤집는 짜릿한 역전승이었다. 함께 챔피언조에서 대결한 김효주와 박성현이 각각 2타, 4타씩을 잃는 동안 고진영은 흔들리지 않았다. 버디 5개와 보기 1개로 4언더파 67타를 쳤다.

같은 조 김효주는 고진영과 동갑이지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한 해 먼저 데뷔했다. 박성현과 고진영은 KLPGA 투어 시절 여왕 자리를 다투던 사이다. 3라운드까지 김효주에게 4타, 박성현에게 3타 뒤진 공동 3위였던 고진영은 마지막에 웃었다. 그는 지난 1일 아칸소 챔피언십 때 박성현을 끝까지 기다렸다가 우승과 세계랭킹 1위 탈환을 축하했는데 이번에는 박성현이 자신을 2위로 밀어낸 고진영을 축하했다. 가장 먼저 시즌 3승째를 올린 고진영은 한 달 만에 세계 1위에 복귀했고 상금 2위에서 1위(약 198만3,000달러)로 올라섰다. 올해의 선수 포인트와 평균타수 부문에서는 2위와 격차를 벌리기 시작했다. 한국 선수 최초로 올해의 선수, 최소타수상, 상금왕을 휩쓸 수도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날 고진영의 플레이는 미국 골프채널 해설자 주디 랭킨의 한마디로 정리된다. LPGA 투어 통산 26승의 명예의 전당 회원인 랭킨은 “실수를 모르는 경기를 했다”고 칭찬했다. 많은 비로 경기가 2시간 지연됐고 흠뻑 젖은 코스에 대다수 선수가 거리 계산에 애를 먹었지만 고진영은 달랐다. LPGA 투어에서 가장 정교한 그의 아이언은 4라운드에도 그린을 딱 한 번 놓쳤을 뿐이다. 적중률이 94.4%였다. 부지런히 타수를 줄여 1타 차 2위로 올라간 고진영은 14번홀(파3)에서 선두 김효주가 트리플 보기를 범하는 사이 파를 지켜 2타 차 선두가 됐다. 이후 펑산산과 신인 컵초가 쫓아왔지만 17번홀(파4)에서 열 발짝 거리의 버디 퍼트를 넣고 다시 2타 차로 달아나 우승을 예약했다. 고진영은 “다른 선수의 스코어나 스윙은 보지 않으려 노력하면서 인내심을 가지고 플레이했다”고 했다. 스카이다이버가 우승자 나라의 국기를 전달하는 대회 전통에 따라 고진영은 하늘에서 내려온 태극기를 둘렀다. 그는 “진짜 안 울려고 했는데 태극기가 보이고 애국가가 들리자 못 참겠더라.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러웠다”고 했다.

앞서 3라운드 66타도 우승의 밑거름이 됐다. 고진영은 당시 12번홀부터 버디-보기-버디-보기-버디-파-버디를 적었다. 보기를 범할 때마다 다음 홀 버디로 만회했다. 스포츠심리학자한테서 멘털 관리를 받고 있는 고진영은 “보기도 괜찮다는 생각으로 경기한다. 나는 로봇이 아니라 인간이기 때문”이라고 돌아봤다. 강인한 정신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그는 이 얘기를 꺼낸다. ‘로봇이 아니다’라는 여유로운 마음가짐이 로봇 같은 경기력의 비결인 셈이다.

로이터통신은 “흠잡을 데 없는 스윙과 꾸준함이 성공 비결이다. 올 시즌 3승 외 준우승도 세 번이고 30위 밖으로는 한 번도 나간 적 없다”고 고진영을 칭찬했다. AP통신은 “지난 10개 메이저에서 10명의 각기 다른 선수가 우승했는데 고진영이 이 흐름을 깼다”고 했고 BBC는 “센세이셔널한 시즌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1·2번홀 보기로 출발한 박성현은 11번홀(파4) 더블 보기 등으로 총 4타를 잃고 10언더파 공동 6위로 마쳤다. 2타를 잃은 박인비는 9언더파 공동 8위다. 한국은 네 차례 메이저에서 3승을 합작하는 등 올 시즌 21개 대회에서 10승을 모았다. 8월1일 시작되는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 고진영은 2013년 박인비 이후 6년 만의 한 시즌 메이저 3승에 도전한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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