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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만 종교인과세]'교단정치 활동비' 전용 가능성…불교는 수행수용비 신고 안해

■혼란의 핵심 종교활동비

활동비 범위·액수 스스로 결정

정관 만들려면 "돈 밝히네" 수근

"어디까지 신고해야할지 애매해

수십년 된 관행과 부딪혀 마찰"

국세청 "기준 명확해야 비과세"

영수증 없으면 세무조사 가능성

종교인 과세 규정은 기획재정부 내에서도 문제가 많은 법 규정으로 꼽힌다. 종교계와의 정치적 타협이 법 규정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았다는 지적이다. 지난 2018년 3월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한국납세자연맹과 종교투명성센터 회원들이 종교인 과세 법령에 대한 헌법소원청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십년간 특별한 규정과 세금신고 없이 목사들이 사례비(급여)와 목회활동비를 받아왔습니다. 이제 새롭게 규정을 만들고 세금신고를 하라고 하니 수십년 된 관행과 부딪히는 일이 곳곳에서 생기고 있습니다.” (교회재정건강성운동 현창환 목사)

종교인 과세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확대 실시되면서 곳곳에서 크고 작은 혼선이 이어지고 있다. 천주교는 지난 1994년부터 해오던 대로 사제들의 근로소득세 신고 및 납세를 그대로 하고 있기 때문에 혼란이랄 것도 없다. 그러나 기독교 교회는 개별 교회별로 처리하기 때문에 비슷한 규모 교회라도 담임목사의 스타일과 그동안의 관행에 따라 천차만별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불교 조계종 역시 중앙에서 일괄처리하고 있기 때문에 일선 사찰에서의 혼란은 덜하다.



◇종교활동비 범위 애매=종교인 소득에는 크게 과세소득과 비과세소득이 있다. 비과세소득이라고 해도 신고는 해야 한다. 비과세소득에는 종교인 본인 학자금(자녀 학자금은 제외), 월 10만원 이내 식사대, 월 10만원 이내 출산 및 보육 관련 비용, 사택 제공 이익, 종교활동비 등이 있다.

비과세소득 중 가장 혼란스러운 부분은 종교활동비다. 국세청은 종교활동비가 비과세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 요건을 구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첫째, 소속 종교단체의 규약 또는 의결기구의 의결·승인이 있어야 하고 둘째, 승인으로 결정된 지급기준에 따라 지급돼야 하고 셋째, 종교활동을 위해 통상적으로 사용할 목적으로 지급 받아야 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종교마다 특수성이 있어 어디까지 종교활동비로 보고 어디까지 신고할 것인가 하는 점은 애매하다. 예를 들어 목사들의 교단 정치를 위한 대외활동비를 목회활동비로 볼 수 있느냐 하는 점도 논란거리다. 불교 조계종은 종교활동비를 종무활동비와 수행수용비로 나누고 이 중 수행수용비는 신고 대상에서 아예 제외하고 있다. 조계종의 한 관계자는 “수행수용비는 승려로서 생활하기 위한 기본적인 의식주와 기본 교육, 법계 교육, 병원비 등을 지원하기 위한 금액”이라며 “이는 개인에게 주는 게 아니라 승려로 생활하기 위한 기본 비용에 해당하기 때문에 신고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목회활동비 규정한 교회정관 거의 없어=교회의 경우 비과세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목회활동비 지급기준이 있는 교회정관이나 별도의 목회활동비 규정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 교회는 이런 것들이 없다. 종교인 과세 확대 실시를 계기로 이런 규정을 만들자는 움직임도 있지만 종교단체라는 특수성 때문에 쉽지 않다. 현창환 목사는 “교회에서 돈과 관련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한다. 그는 한 교회의 사례를 들어 “담임목사가 목회활동비 규정을 만들자고 했더니 교인들이 뒤에서 ‘우리 목사님이 돈에 관심 없는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관심 있네’라는 소문이 돌았다”고 전했다. 그래서 많은 교회가 정관이나 규정 없이 교회 전체회의를 거친 예결산(목회자 사례비, 목회 활동비 명시)을 이 같은 규약 대신으로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국세청에서 이를 인정해줄지는 의문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목사의 활동비와 관련된 조항 하나하나를 규정할 교회정관이니 목회활동비 규정을 교회가 공개적으로 논의하고 당회나 공동의회 의결을 거치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그래도 종교인 과세가 시행되는 만큼 법 규정에 따라 신고하려고 하면 사실상 목사의 소득이 줄어드는 결과를 낳는다. 많은 교회가 관행적으로 목회활동비에 사택지원비, 통신비, 건강보험 국민연금 개인부담분, 교단은급비, 자녀 학자금 등을 포함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종교인 과세 규정에 따르면 이런 금액들은 목회활동비가 아니라 종교인 소득에 포함되는 과세금액이다. 경기도의 한 중형 교회 A목사는 “종교인 과세가 실시되면서 소득이 줄었다”며 “교회가 보전해주지도 않는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정관 있어도 탈세에 무방비=대형 교회의 경우 목회활동비 관련 정관이나 규정 등을 갖춘 곳이 많다. 그러면 이들은 제대로 신고할까. 한 대형 교회의 종교인 소득을 신고대행한 A씨는 “담임목사가 소득 부분만 신고대행을 해주고 목회활동비 부분은 건드리지 말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왜일까. A씨는 “대형 교회 담임목사의 경우 교단 총회장 또는 부총회장 선거 등에 나서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이런 자리에 당선되기 위해서는 소위 교단 내 정치를 해야 하고 이를 위해 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회 재정이든, 목회활동비든 이런 용도로 쓰기 위해서는 ‘투명하지 않은 돈’이 필요하다. 이런 용도의 돈들이 목회활동비에 포함될 수도 있다. 과거 교회 내 분쟁이 있던 서울 한 대형 교회의 경우 담임목사 목회활동비가 공개된 적이 있다. 당시 고액의 안경, 양복 수선료, 골프 레슨비, 운동기구 구입비, 종친회 회비, 정치인 후원금 등이 목회활동비에 포함돼 한동안 논란이 됐었다.

종교활동비와 관련한 신고규정이 혼란을 부추기는 측면도 있다. 국세청 안내에 따르면 ‘지급명세서 제출 시 종교활동비의 총액만 기재하여 제출한다’고 돼 있다. 그냥 총액만 적으면 된다고 하고 있어 이 같은 종교인 사적 용도의 돈들이 이 항목에 들어갈 여지가 많다. 그러나 교회재정건강성운동 실행위원장인 최호윤 회계사는 “종교활동비란 말 그대로 공적 의미의 종교활동을 위한 비용”이라며 “세부항목 없이 총액만 적는다고 해서, 또 실비증명을 요구하는 명시적 규정이 없다고 해서 이 같은 기본 목적 외 비용이 이 항목에 포함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목회활동비, 세무조사 가능성=그럼 국세청에서 왜 세부항목 없이 총액으로만 목회활동비를 적으라고 했을까. 물론 종교인 과세를 강력히 반대하는 종교인들과의 정치적 타협의 산물이지만 나름 계산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 분석이다. 김종석 로템세무회계법인 세무사는 “종교활동비에 대해 총액을 신고하라는 것은 우선 해당 종교인의 소득 수준과 비교하고 또한 다른 비슷한 규모의 종교단체 종교활동비와 비교해보겠다는 것”이라며 “비교 결과 금액이 두드러지게 큰 경우 등은 향후 세무조사 시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를 대비해 영수증 처리와 함께 영수증 증빙이 어려우면 지출상황 메모라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 역시 “종교활동비가 소득 대비, 과거 대비, 남과 대비해서 지나치게 많다면 당연히 세무서에서는 증빙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세무사는 “종교활동비 증빙이 제대로 안 되면 그만큼을 소득으로 추가해 생각지도 못하는 세금을 내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탐사기획팀=안의식기자 miracl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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