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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희정의 All thath style] 향기로운 그 여자·그 남자, 뒤를 돌아보게 하다

■패션의 완성 '향수'

'뉘 드 셀로판' '엔젤 디 피렌체'

은은하고 청순한 샴푸·꽃비누향

'블랑쉬' 청량함...남성 매료시켜

'슈퍼시더' '상탈33' '로드조지'

모던·시크한 남성의 느낌 풍겨

명함에 뿌려 지갑 등에 넣거나

샤워젤·바디로션과 섞어 사용도

바이레도 ‘블랑쉬’






외출 전 당신이 입은 향은 무엇인가요. 오늘 나의 기분에 따라, 옷 스타일에 따라, 날씨에 따라 다른 향을 입고 밖에 나서는지요. 아니면 여전히 향수 유목민인가요. 이제는 향수는 뿌리는 뷰티 의식에서 마무리로 착장하는 패션 의식으로 변모했습니다. 과거에는 일종의 사치품이나 굳이 없어도 되는 품목으로 여겼지만 최근 향수를 뿌린다는 개념에서 ‘입다(wear)’라는 개념의 ‘착향한다’로 패러다임이 바뀌었지요. 르라보 관계자는 “향수는 옷처럼 개성으로 많이 표현되고 있다”며 “패션의 마지막, 화룡점정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귀띔합니다.

‘프랑스 남자들은 뒷모습에 주목한다’는 책에서 작가는 ‘향기 없는 사람에게는 미래가 없다’며 ‘향수라는 상자’는 가능성과 기억을 담고 있다고 말했지요. 저도 20대 때 첫 사랑이 사용했던 향수를 기억하는 30대 한 남성분을 본 적이 있는데 이와 비슷한 향이 나는 여성을 볼 때마다 설렌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한 번은 어떤 모임에서 옆자리에 앉았던 지인이 제게서 풍기던 향을 기억해 한 달 뒤 같은 모임에서 “그 때와 같은 향수를 썼다”고 속삭인 적이 있는데요. 향이라는 것은 어느 것보다도 강한 기억을 남기는 구나 하고 놀란 적이 있습니다.

르라보


야생이끼향의 불리1803 ‘리켄 데코스’


◇남성의 마음을 흔드는 향=드러나지 않는 부분까지 가꾸는 뒤태가 아름다운 사람은 사실 참 한끗 차이입니다. 그 핵심이 바로 그와 그녀를 돌아보게 만드는 매혹적인 향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향수를 고를 때 기준이 무엇일까요. ‘타인을 끄는 향’이냐 ‘내가 선호하는 향’이냐가 크게 선택의 기준이 됩니다. 이번에 저는 백화점의 다양한 향수 매장에서 여성들이 어떤 향수를 뿌렸을 때 남자들이 심쿵하는지 전문가들로부터 추천을 받고 시향을 해 보았는데요. 남자들이 내 여친에게 향수 선물을 할 때는 자신이 맡고 싶은 향을 고르는 경향이 있답니다. 그들이 선호하는 향은 주로 은은한 비누향, 시트러스와 꽃향, 달콤한 향 혹은 매혹적이고 유혹적인 여성스러운 향으로 압축되더군요.

세르주루텐


희소가치 높은 프리미엄 향수를 뜻하는 ‘니치향수’라는 단어를 만든 세르주 루텐의 향수는 모든 향이 미스터리합니다. 세르주루텐의 최고가 라인인 느와의 컬렉션의 ‘뉘 드 셀로판’은 무척 은은하고 차분하고 달콤하고 풍성해 하루종일 생각나게 하는 향이지요. ‘라 비에르쥐 드페’는 너무 달달한 백합향이 아닌 강렬하되 거부감이 없는, 그래서 남성들로부터 ‘향사병(향기상사병)’을 일으킨다는 주인공입니다.

산타마리아 노벨라 ‘피렌체’


산타마리아 노벨라의 ‘엔젤 디 피렌체’는 화이트 머스크 베이스에 일랑 일랑 꽃, 복숭아, 제라늄, 피치, 멜론 등을 담아 천사의 향을 뿜는다고 합니다. 내 살 냄새와 조화를 이루는 은은한 꽃비누향이 담백하고 청순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존재감 강하게 뿜는 향수보다 호불호가 덜 갈리는 편이죠. 이 향수를 뿌리는 여성은 젊고 하얗고 청순하고 맑을 것 같은 상상이 드는 것이, 그래서 남성들이 끌리는 향수인가 봅니다. 마테차가 주원료인 루이비통의 ‘칵투스 가든(cactus garden)’은 여행을 다니면서 느끼는 바다 정원의 향을 그렸는데 베르가못의 시트러스한 느낌의 향과 상쾌함이 특징입니다. 은은하고 그윽한 백차의 잔향은 어느 브랜드에서도 쉽게 맡아 보지 못한 매우 독특한 향으로 요즘 핫합니다. 화이트 셔츠 원피스를 입은 그녀와 잘 어울린답니다.

프레데릭말의 ‘오드 매그놀리아’는 목련 생화향에 가까운데요. 호불호가 갈리는 튜베로즈나 쟈스민보다 좀 더 무난하고 자연의 꽃 같은 향이죠. 겨울에 착향하면 도도하고 야리야리한 느낌일 듯해 분위기 있어 보일 것 같아요. ‘엉빠성’은 봄날에 라일락 나무를 슥 ‘지나가다(엉빠성)’가 맡는 심쿵한 라일락 꽃 향기를 떠올리면 됩니다.

프레데릭말 ‘엉빠썽’


불리1803


불리1803의 향수는 알코올 대신 물을 넣어 임산부와 아이들 모두 사용해도 될 만큼 순하다고 알려져 있죠. 천연에 가깝도록 만들었기 때문에 유통기한이 짧고 지속 시간도 4시간에 불과합니다. 시그니처 향수인 야행 이끼향의 ‘리켄 데코스’는 바디미스트나 헤어미스트로도 많이 써 원래 나의 페로몬 향인 것 마냥 연출할 수 있죠. 해바라기씨 오일이 들어있기 때문에 저는 외출하기 전 머리 끝에 입혀 샴푸 향인 듯 자연스럽게 연출합니다.

바이레도의 창립자 벤 고햄이 자신의 첫 사랑을 생각하며 영감을 얻어 개발한 ‘블랑쉬(Blanche)’는 ‘화이트’라는 이름처럼 갓 세탁한 깨끗하고 하얀 면과 같은 부드러움을 연상시키는데 순수하고 청량한 향기가 남성들을 매료시키나 봅니다.



◇여성을 뒤돌아 보게 하는 남자 향수=바이레도의 대표적인 우디 계열인 ‘슈퍼 시더’는 봄 바람에 흐드러지는 삼나무의 온화한 향을 담아 강렬하면서도 모던한 느낌을 주죠. 여성들이 “내 남자친구가 뿌리면 설렌다”는 그 향, 이상하게 이 향을 맡으면 위로의 따뜻함이 느껴지더라고요.신세계백화점 산타마리아 노벨라 매장의 백민정 부매니저는 “40년 전 이탈리아 여왕이 두통이 심해 만들었다고 하는 바닐라 베이스의 시가향이 나는 ‘타바코 토스카노’와 새벽녘 서울의 소나무향을 연상시키는 ‘알바 디 서울’이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다”며 “산타마리아 노벨라 향수는 피부에 입는 옷이라는 개념으로 만들어 뿌리지 않고 찍어 바르는 것이 특징”이라고 귀띔합니다.

루이비통의 신세계백화점 매장 직원 하누리씨는 ‘길 위에서’라는 뜻의 ‘쉬르 라 루트(sur la route)’를 추천합니다. 여행을 모티브로 한 루이비통은 향수에도 여행과 관련한 스토리를 담았는데요. 하씨는 “당신이 걸어가는 길 위에서 새로운 것을 시작할 때 함께 할 수 있는 향수라는 의미로 보통 취업을 하거나 새로 무언가를 도전할 때 권한다”며 “여자들이 남친을 위해 많이 선택한다”고 합니다.

루이비통 ‘칵투스 가든’


풀 잎사귀향이 나는 프레데릭 말의 ‘베티베 엑스트라오디네르’는 제냐 클래식 수트를 입은 남성이 떠올려집니다. 바로 그 자리에서 만들어 주는 핸드메이드 향수 르라보는 쉬운 우디향부터 하드코어 우디향까지 주로 중성적인 향이 주류를 이루는데 전체적으로 흔치 않은 향들입니다. 특히 말보로 광고 담배컷에서 서부 사나이가 말 안장에 앉아 있는 느낌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상탈33’은 처음에는 살짝 시원하면서 아이리스처럼 은은한 꽃 향이 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우디향이 강해지는데요. 시크한 내 남자가 쓰면 좋을 것 같다는.

사슴뿔이 멋지게 솟아 예술작품을 연상시키는 펜할리곤스의 ‘로드 조지’는 정석적인 나무 향보다 훨씬 부드럽고 달달한 브랜디 향이 납니다. 나는 우디랑은 안 맞는다고 하는 분들은 로드 조지로 우디향에 대한 생각을 바꿀 수 있을 것 같네요.

펜할리곤스


250년간 독창적인 향을 선보인 크리드의 ‘어벤투스’는 20~30대 남성들이 여친의 권유로 반강제적으로 뿌리는 경우가 많을 정도로 여성들을 끄는 향으로 알려져 있지요. 니콜라이의 ‘엠버오드’는 처음에 보라빛으로 가득한 라벤더 밭이 펼쳐지면서 달달하고 부드러운 향이 지속되다 점점 우디해지는 것이 향이 굉장히 풍부합니다. 세계적인 천재 조향사 프란시스 커정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만든 메종 프란시스 커정의 ‘매스큘린 플루리엘’은 아몬드 같은 견과류에 설탕을 부어 녹인 후 나무장작에 잼을 바르듯 한 향 같습니다. 가죽의 매캐함과 견과류의 달콤함 꽤 남성스러운 향입니다.

메종 프란시스 커정 ‘매스큘린 플루리엘’


◇나만의 퍼퓸 스토리 만들기=자신한테 가장 잘 맞는 ‘인생향수’가 있나요. 베이스 향을 고를 때 남자 향, 여자 향 고르는 사람은 이제 고루한 인물이 되어 버렸습니다. 남성복으로 러플이 달린 블라우스가 등장한 것처럼 남성들도 이제 플로럴(flolral)한 계열의 향을 많이 찾고 퍼퓸마니아인 여성들도 무거운 우디(woody) 계열을 크로스로 찾기 시작했습니다.

보통 자신의 이미지와 잘 어울리는 향수를 찾지만 가끔 언발란스한 향수도 매력적이거든요. 항상 깔맞춤으로 입는 것 보다 언발란스 믹스 매치가 주는 매력과 같은 것이죠. 다른 이미지를 연출하고 싶거나 색다른 기분을 내고 싶을 때를 위한 향수도 마련해 보는 것이 어떨까요. 요즘에는 여성들도 묵직하고 무거운 향을 좋아한답니다. 너무 달달한 향수를 오래 쓰다 보면 나무 향의 깊이감을 선호하게 되는 일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향수 초심자들도 우디향으로 먼저 시작하는 이들도 늘고 있고요. 그래서 쉬운 느낌의 우디향도 많아졌지요.

피부에 입는 향수는 물론 공간에서도 향을 즐겨 보세요. 곳곳에 포푸리, 왁스 타블렛, 퍼퓸 스틱, 향초, 디퓨저 등을 두고 일상에서 향을 즐기는 거죠. 향수를 명함에 뿌려 지갑이나 핸드백 속에 넣어 보세요. 지갑을 열 때마다 스치는 향의 매력이 또 남다릅니다. 종일 은은한 향기가 배어있는 명함을 오늘 저녁 비즈니스로 만난 상대방에게 건넬 때 매력적인 카운트파트로 기억하지 않을까요.

이미 정교하게 계산된 향수를 다른 향수와 섞는 것은 무모한 행위라고들 합니다. 하지만 동일한 베이스의 샤워 젤이나 보디로션에 사용하는 향수를 살짝, 한두방울 섞으며 피부에 스미는 향이 훨씬 깊어 하루 종일 지속성을 높일 수 있어서 괜찮답니다. 시트러스는 같은 시트러스로, 우디는 같은 우디로 말이에요. 아침에 뿌리고 나오면 금방 날아가 버리는 향기가 아닌 마치 원래 나의 향기인 것처럼 시치미는 뚝 뗄 수 있게 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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