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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中 추가관세도 연준 때리기?…트럼프 눈치에 고민깊은 파월

0.5%포인트 이상 큰 폭의 금리인하 없었지만
양적긴축 조기축소 등 트럼프 요구 일부 충족
美 경기 나쁘지 않은데 완화하다 보니 말 꼬여

“중국과의 무역협상을 성사시키고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금리를 내리도록 강요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리고 있다.”

마켓워치에 실린 옥스포드 이코노믹스의 그레고리 다코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의 말입니다. 중국과 연준을 함께 노린다니 도대체 무슨 얘기일까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다음달부터 3,000억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10%의 관세를 물리겠다고 밝혔습니다. 지난달 말 있었던 중국과의 무역협상이 별다른 소득없이 끝났기 때문이죠. 미중 무역갈등이 고조된다는 소식에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같은 주요 지수가 1일(현지시간) 1% 안팎씩 떨어진데 이어 2일에도 하락세를 이어갔습니다. 다우존스는 0.37%, S& P 500은 0.73% 빠졌습니다. 나스닥은 1.32%나 급락했죠. 시장을 뒤흔든 소식, 그런데 여기에 통화완화를 바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이 담겨있다는 것입니다.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中 추가관세도 연준 때리기?…트럼프 눈치에 고민깊은 파월

약달러가 최고의 선…자나 깨나 달러약세 노래하는 트럼프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간단한 배경지식이 필요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약달러론자 입니다. 자나 깨나 “달러화가 너무 강하다”는 말을 달고 삽니다. 그러면서 “중국이 환율을 조작해왔다”는 말도 서슴지 않습니다.

그가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트럼프의 정책 목표 가운데 하나가 연 경제성장률 3%입니다. 취임 첫해였던 2017년 2.4%였던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해 2.9%까지 뛰어올랐습니다. 올 들어서도 1·4분기에는 3.1%(연환산 기준), 2·4분기에는 2.1%를 기록했습니다. 최근 성장세가 주춤하고 있지만 여전히 강한 모습입니다.

트럼프는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지기 바랍니다. 그것이 미국을 위해서 좋은 일이고 자신의 재선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기 때문이죠. 경제가 잘 굴러가야 일자리가 많이 생기고 국민소득이 올라가 트럼프를 지지하는 이들이 늘어나게 됩니다.

이를 위한 만병통치약이 있습니다. 바로 환율입니다. 환율이 올라가면(약세) 수출 경쟁력이 생기고 기업이 더 많은 이윤을 얻게 됩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개당 1,000원인 공책이 있다고 해보죠. 1달러당 800원이던 원화 환율이 1,200원으로 뛰면 어떻게 될까요. 같은 공책이 환율이 800원일 때는 1.25달러인데 1,200원이되면 0.83달러로 떨어집니다. 품질이 같은데 가격은 싸니까 글로벌 시장에서 날개 돋힌 듯 팔리겠죠. 원화를 기준으로 설명했지만 달러화도 마찬가지입니다. 거꾸로 달러화가 약세(원화강세)가 되면 미국 기업들에 경쟁력이 생깁니다. 그래서 국제금융통 관료들은 “경제전쟁의 핵심은 환율”이라고 합니다.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中 추가관세도 연준 때리기?…트럼프 눈치에 고민깊은 파월
美 기준금리 추이

미중 갈등 경기둔화와 금리인하 불러와

미중 갈등은 경기둔화 가능성을 높입니다. 고율의 보복관세이 계속되면 무역이 위축되고 세계경제를 떠받치는 미국과 중국 경제도 가라앉을 수밖에 없습니다. 1일에 이어 2일도 미 주식시장이 떨어진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런 추측이 가능합니다. ‘트럼프 3,000억달러 추가관세 발표→높아지는 경기둔화 가능성→경기대응용 금리인하’ 말이지요.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리면 해당국 통화는 약세를 보이게 됩니다. 돈은 높은 금리(이자)를 쫓아 다니기 마련인데 금리가 낮은 나라에서 높은 나라로 돈이 흘러가게 됩니다. 달러화 수요가 많아지면 달러화는 강세를 보이게 되지만 수요가 줄면 약세를 보이게 됩니다. 이렇다 보니 트럼프가 중국에 무역합의를 압박하면서 동시에 연준에 추가 금리인하를 고민하게 만들기 위해 관세카드를 꺼냈다는 설명이 나오는 것입니다. 충분히 생각해볼 문제이지요.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中 추가관세도 연준 때리기?…트럼프 눈치에 고민깊은 파월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 /EPA연합뉴스

눈치껏 트럼프 말 듣는데도 사면초가인 파월

문제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입니다. 연준은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가장 잘 지켜지는 곳이었습니다. 미 대통령도 함부로 할 수 없다는 믿음이 있었던 것이죠.

트럼프는 다릅니다. 줄기차게 대놓고, 그것도 노골적으로 통화정책에 간섭합니다. 이번에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리기 직전 이틀 연속 최소 0.5%포인트 이상의 “큰 폭의 금리 인하”를 요구했습니다. 그러면서 양적긴축의 조기종료도 언급했죠.

파월 의장은 최소 둘 중 하나는 확실히 들어줬습니다. 지난달 31일 기준금리는 0.25%포인트 내리면서 양적긴축 종료시점을 9월 말에서 7월로 두 달 앞당긴 것입니다. 금리인하 소식에 묻혀 잘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말이죠. 금리인하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여 만에 처음이니 트럼프 요구를 상당 부분 반영했다고 봐야 합니다. FOMC 위원 가운데 두 명이 금리인하를 반대할 정도였습니다.

특히 파월 의장은 “장기적 인하 사이클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지만 “(금리인하를) 한 번만 한다고 한 것은 아니다”라고 여운을 남겼습니다. 단발성 추가 금리인하가 더 있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금리를 계속 내리는 건 아니지만 내릴 수는 있다”는 것이죠. 우스갯소리처럼 “술은 먹었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랄까요. 원래 중앙은행 수장의 발언은 알쏭달쏭하지만 파월 의장의 경우에는 이곳 전문가들도 잘 이해를 못하는 것 같습니다. 금융그룹 제프리스의 워드 매카시 수석 금융경제학자는 “정책이 모호하고 이를 명확하기 하기 위한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며 “자신이 없는 것 같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아직 미국 경제가 굳건하기 때문이죠. 만의 하나를 대비하기 위한 보험적 성격임은 분명하지만 트럼프 눈치에 금리를 내리려고 하니 말이 꼬이는 게 아니냐는 추정이 가능합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 8월3일부터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가 매주 토요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국제금융의 중심인 뉴욕에서 한주 간의 미국 정치·경제·사회 소식의 뒷이야기와 배경을 쉽게 전달해드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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