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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 '勢 불리기·선명성 경쟁' 매몰된 勞…"이대론 PIIGS 꼴 난다"

[창간기획 : 한국판 노동 4.0 大計 세우자]

<중>노동 디바이드 수술 시급

-80년대 사고에 갇힌 勞

PIGS ☞ 포르투갈·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





# 현대자동차 노조는 최근 임단협 과정에서 ‘정년퇴직에 대비한 정규직 인원 충원’을 요구했다. 올해 말 1,400명을 시작으로 오는 2025년까지 모두 1만7,500명이 정년퇴직하니 이에 상응하는 규모의 인력을 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회사 측은 “과거와 달리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인력 충원 요인이 많지 않다”고 거부했다. 현대차 내부에서는 “금속노조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돌았다. 조합원 17만6,000명을 확보해 민주노총에서 ‘톱(TOP) 3 산별노조’ 지위를 누리고 있는 금속노조에서 현대차 조합원이 2만여명이나 빠지면 세력 축소가 불가피하니 ‘머리’를 채워야 한다는 것이다.

양대노총 귀닫은채 최저임금 반발

차등화 적용 등 사회적대화 외면

남유럽국가 개혁실패 재연 우려



4차 산업혁명을 맞아 기존 제조업 시대와 달리 노동 환경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지만 이에 대비할 사회적 대화는 공전하고 있다. 양대 노총의 세 불리기와 선명성 경쟁에 대해 ‘1980년대 노동운동’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으며 심지어는 우리나라의 노사정 신뢰 수준이 남유럽 국가들과 유사하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양대 노총을 대화의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정부와 정치권의 역할을 강조했다.

지난달 12일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 대비 2.87% 올린 8,590원으로 결정한 후 노사정 관계는 또다시 경색된 상황이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 총사퇴 입장을 밝혀 최저임금 차등화 논의는 시작조차 못하고 있다. 양대 노총은 고용노동부의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관련 정부 입법안에 사업장 내 쟁의행위 금지와 임단협 유효기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 등의 내용이 들어가자 ‘강력한 저항’을 경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양대 노총이 최저임금 인상률에 반발해 내놓은 근거는 이들이 조합원의 이익에 충실하고 전체 근로자를 대변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바로 산입범위 확대다. 지난해 최저임금법 개정으로 산입범위가 기존 기본급에서 복리후생비·상여금까지 확대돼 실질적 삭감안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양대 노총이 노동자 전체를 대변하지 못하는 실례라고 꼬집는다. 기본급에 더해 수당을 받는 사람들은 ‘최저생계비에 미치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자는 최저임금제도의 목적 대상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주객전도다. 최저임금은 말 그대로 최저임금으로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는 사람들의) 사회 보장을 두텁게 하고 소득을 보전하기 위한 것인데 근로조건의 향상을 도모하는 관점과는 다르다”며 “조합원의 임금을 높이기 위해 최저임금을 쓰는 것은 본질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노동계가 조합원 중심의 선명성 경쟁, 제조업 시대의 투쟁적 노동운동에서 탈피하지 않는다면 인공지능(AI)의 도입으로 인한 업무 자동화, 플랫폼 노동, 긱 이코노미 등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노동 패러다임 변화’에 뒤처질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사회 전반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본위원회 당연직 위원을 제외한 모든 위원의 사퇴와 계층별 근로자 위원 3인에 대한 해촉이라는 강수를 꺼내 들며 사회적 대화 정상화에 나섰지만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최저임금 결정구조 이원화 등 각종 현안이 얽혀 노사정 관계가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부·정치권 ‘4.0 위원회’ 만들어

노조·경영계에 방향성 제시해야”



계속해서 사회적 대화가 공전하자 우리나라가 2010년 중반 무렵 재정위기를 겪었음에도 연금·노동 개혁에 번번이 실패한 ‘PIGS(포르투갈·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의 예와 비슷한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권 교수는 “제조업 시대에는 공장이 망하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사용자는 착취하고 노동자는 쟁취하는 태도가 일반적이었고 이는 우리나라의 고도성장 시대 때까지 유효했지만 지금은 노동환경이 급변하고 있다”며 “노사가 전술적인 투쟁에 매몰될 때가 아니다. 패러다임의 변화를 추적해 생산적인 논의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4차 산업혁명에 가장 선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평가받는 독일의 경우 최대 노동조합인 이게메탈(금속노조)부터 자체적으로 시대 변화에 연착륙하기 위해 근로자 재교육 방안을 연구하고 노사정 협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게메탈 뒤셀도르프지부에서 ‘노동 2020 프로젝트’를 연구하고 있는 가비 실링 팀장은 “생산 현장에서 볼 때 자동화에 대한 두려움이 없지는 않지만 새로운 세계에 진입하는 것은 우리의 숙명으로 모든 노동자가 피할 수 없다”며 “생산 환경의 현장이 바뀌는데 아무 생각 없이 일하는 것도 문제다. 이들을 재교육해 변화된 환경을 받아들여 새로운 일을 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기 위한 노사정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 정부와 정치권의 역할을 강조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나 정치권이 콘텐츠가 없으니 노동계가 반대하면 모두 수포로 돌아가는 것”이라며 “국회가 노동 4.0 위원회를 만들어 방향성에 대한 결과물을 내놓으면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에 압박 효과가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변재현기자 뒤셀도르프=한재영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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