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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금융정책
국가위기땐 규제 풀어 '제2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허용

[한일 경제전쟁]

■소재·부품 특별법 개정

수도권 입지규제 대폭 완화해

기업별 애로해소·인센티브 제공

日 규제 영향 계열사 부품 조달땐

대기업 '일감몰아주기'서 제외도

홍남기(가운데) 경제부총리가 6일 ‘서울-세종청사 영상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정부서울청사 회의실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일본의 경제보복과 같은 국가 위기 상황이 발생할 때 수도권 입지 규제 등을 대폭 완화할 수 있는 특례 규정을 소재·부품·장비 특별법 개정안에 담을 계획이다. 정부가 올해 초 국가적 필요성을 인정해 SK하이닉스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특별 부지 물량을 허용한 것처럼 국가 안보상의 위기가 발생할 때에는 각종 규제를 일시에 해소할 수 있도록 정책 수단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규제 해소 외에도 연구개발(R&D) 자금 지원 등 인센티브를 줄 수 있는 특례 규정 등도 대폭 반영할 방침이다.

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는 한시법인 소재·부품 특별법을 상시법으로 전환하고 장비를 추가하는 법령 개정을 추진하는 가운데 위기 상황에 한 해 수도권 입지 규제 등을 해소하거나 R&D 자금 우선 지원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는 특례 규정을 개정안에 넣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정부가 전날 발표한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의 후속조치다. 정부는 대책을 발표하면서 수요·공급기업이 국가 핵심 품목을 개발하기 위해 서로의 공급망을 연계해 공동 시설 투자에 나설 경우(유형B) 수도권 산업단지 물량을 우선적으로 배정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서도 물량이 부족하면 산업단지 물량을 추가로 공급한다. 이 같은 방식은 올해 초 SK하이닉스가 부품·소재·장비 기업들과 함께 경기도 용인에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를 설립하기 위해 산업부의 협조로 수도권 특별 물량을 배정받은 것과 동일한 방식이다. 경기도 등 수도권은 3년마다 국토교통부로부터 산업단지 물량을 배정받아 신청 기업들에 다시 나눠주는데 물량이 모두 소진되면 정부가 특별 물량을 배정해야 한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사례를 아예 특별법에 명시해 위기 때마다 정책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산업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수도권 입지 규제뿐만 아니라 기업별로 원하는 규제 해소와 인센티브 제공 등 다양한 방안을 특례 규정으로 최대한 많이 넣어두려고 한다”며 “이후 수요·공급 기업이 협업 모델을 제안하면 신설되는 소재·부품·장비 경쟁력위원회(경제부총리가 위원장)에 안건을 올려 해결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이 요청하는 규제를 일시에 해소해주는 ‘규제 샌드박스’의 의사결정 구조와 상당히 비슷하다. 다만 아직 정부를 통해 수도권에 공급망 연계형 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나선 기업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아직 신청이 들어온 것은 없다”며 “신청이 들어오면 지난해 수도권에 배정한 3년치 산업단지 물량 중 남는 물량을 우선적으로 배정하고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추가 물량을 배정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이면서 당장 적용 가능한 극일(克日) 대책도 나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날 일본의 수출규제로 피해를 본 대기업이 수입이 막힌 소재와 부품을 계열사에서 조달하는 경우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일본의 수출규제 때문에 대기업이 계열사에서 부품 등을 구매하는 것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긴급성’ 요건을 갖춘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총수일가 지분이 30% 이상인 상장회사와 20% 이상인 비상장회사를 사익편취 규제 대상으로 분류하고 내부거래 금액이 200억원 이상이거나 매출의 12% 이상이면 일감 몰아주기 등 불공정거래가 이뤄지는지 조사한다. 그러나 경기 급변, 금융위기 등 회사 외적 요인으로 긴급한 사업상 필요에 따른 불가피한 거래는 예외를 인정해주는데 공정위가 이번 사안에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통상당국은 일본이 우리 측 수출규제를 문제 삼을 경우 일본이 북한에 전략물자를 밀수출한 사실을 공식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달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일본의 비정부기관인 안전보장무역정보센터(CISTEC)의 자료를 인용해 관련 사실을 밝힌 바 있지만 정부 차원에서 이 문제를 공식 제기하는 것은 처음이다. 정부가 해당 방안을 검토하는 것은 일본에 대한 수출규제를 정당화하기 위함으로 분석된다. 이에 대해 한 통상 전문가는 “일본이 WTO에서 ‘한국도 마찬가지로 수출규제를 하고 있다’는 식으로 맞불을 놓을 수 있다”며 “이 경우 우리는 군사 전용 우려 등의 문제가 있는 상품을 규제하는 것에 대해서는 예외를 인정하는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GATT)’ 21조를 인용해 일본의 공격을 무력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강광우·김우보기자 press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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