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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화의 4차산업혁명] 비용보다 소비자 대응이 중요하다

<144>글로벌 가치사슬의 분해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

AI·빅데이터 등 4차혁명기술로

소비자 중심으로 시장 재융합

가치사슬도 '네트워크'로 진화

故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




<편집자 주> 본 칼럼은 고(故) 이민화 이사장이 유명을 달리하기 전 본지에 마지막으로 보내온 원고입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3차 산업혁명에서 확대되던 글로벌 가치사슬(GVC)이 해체되고 있다. GVC는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가 제시한 가치사슬이 3차 산업혁명의 연결망으로 인해 글로벌로 확대된 것이다. 이 분야 연구의 대표 학자인 제프리 클라크 듀크대 교수는 GVC를 ‘핵심역량을 제외한 가치사슬상의 활동을 글로벌 소싱으로 대체하는 것’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예를 들어 저부가가치의 단순 신발 제조는 개발도상국에서 하고 고부가가치의 신발 디자인과 연구 개발은 선진국에서 수행하는 형태로 세계화가 진행돼왔다. 미국·유럽 등 주요국의 GVC 참여율은 50%대에 육박하고 특히 한국의 참여율은 70% 수준으로 전 세계 최상위권에 해당한다. 그런데 4차 산업혁명에서 이러한 세계화 추세가 역전되고 있다. GVC 역전 현상의 본질을 파악해 국가 미래를 전략화하는 연구가 대한민국에 필요하다.

2009년까지 확대되던 GVC가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되는 2010년 이후 하락하기 시작했다. 주요국의 보호무역과 내수 중심 경제 전환 등이 원인으로 지목되나, 가장 중요한 요인은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생산 프로세스상 GVC 효과 감소와 소비자 중심의 경험 경제 전환에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생산 과정인 가치사슬의 비용 절감보다 소비자 요구에 대응하는 온디맨드(on-demand)의 가치창출이 더 중요해진 것이다.

신발 산업을 보자. 아디다스는 18개월 걸리던 디자인-구매-조달-생산-유통-영업-관리의 복잡한 가치사슬을 앱으로 주문하고 3D프린터와 봉제 로봇으로 맞춤 제조해 24시간 만에 배송하는 스피드 공장을 선보였다. 국가 간 원재료와 완제품 무역이 축소되고 소비자 중심으로 가치사슬이 분해되고 재융합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GVC의 핵심인 거버넌스와 부가가치를 4차 산업혁명 관점에서 분석해보자. 우선 거버넌스 변화를 보자. 4차 산업혁명의 인공지능(AI)·빅데이터·클라우드와 플랫폼 기술 등이 기존 GVC의 거버넌스 개념을 바꾸고 있다. 정보가 공유되면서 부가가치 분배의 투명성이 증대되고 산업의 거버넌스가 공급자에서 소비자로 급속히 이동한다. 과거 거대 다국적 기업들의 파이프라인형 가치사슬은 눈사태같이 붕괴하고 있다. 이제 소비자를 중심으로 혁신 생태계와 시장 플랫폼이 재융합하고 있다. GVC가 글로벌 가치 네트워크(GVN)로 진화하기 시작했다.

다음 부가가치의 변화를 보자. 가치사슬은 프로세스가 중심이고 최종 제품을 상정하고 있다. 가치 네트워크는 소비자가 중심이고 지속적 서비스를 전제하고 있다. 애플과 삼성의 스마트폰이란 제품은 더 이상 단순한 제품이 아니다. 소비자마다 다른 앱을 올려 지속적 서비스가 개별적으로 제공되는 제품-서비스 융합이다. 소비자의 가치는 애플·삼성이 아니라 숱한 응용 앱 개발자와 콘텐츠 제공자와 더불어 만들어간다. 1차원적인 가치사슬 개념에서 다차원적인 가치 네트워크 개념으로의 진화다.

여기에 4차 산업혁명이 제공하는 똑똑한 공장, 똑똑한 사무실이 GVC를 혁신하고 있다. 스마트 공장은 효율적인 자동화 공장이 아니라 고객에게 예측과 맞춤을 제공하는 지능화 공장이다. 스마트오피스는 이제 시공간을 넘는 개방 협력을 가능하게 한다. 슬랙·카카오아지트 같은 코워킹 도구와 스카이프·구글행아웃 같은 원격회의 도구가 시공간의 한계를 극복하게 한다. 개발도상국의 저임금이 더는 매력적이지 않게 된 것이다.

이제 4차 산업혁명에서 GVN의 진화 방향은 제품과 서비스가 지속적으로 소비자의 미충족 욕망을 위해 상호작용하고 생산자와 소비자가 데이터를 통해 프로슈머화하면서 이뤄지는 소셜이노베이션이다. 결국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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