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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정치 무관심·변화 주저…日 미래세대 방조속 우경화 가속

■정치 외면하는 日 젊은층

10~30대 3명중 2명 기권

참의원 선거 투표율 48.8%

여야 모두 중도·고령층 겨냥

천편일률식 복지공약만 남발

학교서 받는 '주권자 교육'은

정치용어 등 지식 습득 그쳐

개혁 성공의 경험 없는 사회

정권 지지·선거 포기로 귀결





“젊은 층의 정치 무관심은 무책임이다.”

“어린애 취급하다 선거 때만 책임 타령이냐.”

지난달 21일 실시된 일본 참의원선거(25회)의 투표율 저조를 둘러싸고 ‘청년층의 정치 무관심’이 열도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일본 젊은이들의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갈수록 심화하는 정치 회피가 변화를 주저하고 정해진 룰에 맞춰가는 ‘수동적인 시민’만 양산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주권자 교육’까지 실시하며 공들인 18세 청소년의 투표율이 10%포인트 넘게 급락한 데 큰 충격을 받은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표를 의식한 정치권의 고령자·복지 위주 정책 경쟁과 지식 습득에 머물러 있는 주권자 교육 등이 청년층으로 하여금 변화를 주저하게 하고, 이 같은 현실이 반복되면서 침묵하는 다수, 이른바 ‘사일런트 머조리티(silent majority)’를 만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주 활동 계층과 미래 세대가 침묵하는 다수로 편입되면서 ‘청년의 소극적 보수화’로 이어지고 ‘아베 신조 정권 우경화’를 강화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이번 참의원선거 종합 투표율은 48.80%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6년 선거 당시 투표율(54.70%)보다 5.90%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1995년 44.52%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수치다. 일본 내에서는 이에 대한 원인을 젊은 층의 투표 불참에서 찾고 있다. 특히 10대와 20대의 투표율이 30%대, 30~39세는 40%대에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사회의 핵심 활동층 및 미래 세대 3명 중 2명은 선거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특히 일본은 주권자 교육까지 실시하며 공들인 10대의 투표율 급락에 충격을 받았다. 18~19세 투표율은 31.33%로 전체 연령대 평균 투표율(48.80%)을 한참 밑돌았다. 선거권 연령을 18세로 하향한 뒤 처음 시행된 2016년의 참의원선거 투표율(46.78%)보다도 15%포인트 넘게 급락한 것이다. 다만 공식적인 25회 선거 연령대별 투표율은 아직 일본 총무성에서 집계 중이다.



일본 내 전문가들은 이처럼 젊은 층이 정치에 무관심한 원인의 근간에는 정치권의 ‘정책 경쟁 실종’이 있다고 분석한다. 표밭이 넓은 ‘중도층’ ‘고령자’를 겨냥한 대동소이한 정책을 남발하다 보니 유권자에게 ‘차이도, 흥미도 못 느낀다’는 정치적 회의감을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다케나카 요시히코 쓰쿠바대 정치학과 교수는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두툼한 중산층의 표심 잡기를 목표로 각 당이 사회보장 등 큰 틀에서 주장의 격차가 없는 정책을 펴게 된다”며 “이렇게 되면 유권자들의 판단 기준이 정책이 아닌 당수의 리더십(실현 능력)으로 옮겨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 선거에서 자민당은 ‘10월부터 수입이 적은 연금 생활자에게 연간 최대 6만엔의 복지 급여금 지급’ ‘저(低)연금자에 대한 복지로 최대 월 5,000엔 지급’을, 입헌민주당은 ‘연금의 최저보장 기능 강화’를, 국민민주당은 ‘저소득의 연금 생활자에게 월 최저 5,000엔 지급’을, 공산당은 ‘기초연금액이 예정 금액 이하인 연금 생활자에게 일률적으로 월 5,000엔 추가’를 내세웠다. 연금 부담을 안고 있는 젊은 층으로서는 이 같은 천편일률적인 복지정책 남발이 달가울 리 없고 반감에 따른 냉소와 불신이 정치 무시를 넘어 ‘일상에서의 배제’를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모든 정당이 ‘젊은이에게 미래를’을 외치고 있지만 정작 미래를 위한 정책의 부재 속에 ‘청년들은 투표를 안 하는 게 아니라 선택권을 박탈당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청소년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는 주권자 교육이 유명무실하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일본은 2016년 참의원선거부터 18세에게도 선거권을 부여했다. 이에 주권자 교육도 일선 학교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됐지만 그 실효성을 두고는 물음표가 따라 붙는다. 정치 용어와 구조 설명 등 지식 전달 차원으로만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법안 통과 과정이나 각 정당의 차이, 문제 해결 수단으로서 정치를 활용하는 방법 등의 내용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현역 정치인과의 만남이나 토론회 등의 기회도 거의 없어 청소년들에게는 선거가 ‘잘 모르거나 스캔들로 이미지가 나쁜 사람들에 대해 갑자기 흥미를 가져야 하는 이벤트’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일본인들이 가장 뼈아파 하는 원인은 따로 있다. 정치도, 정부도 아닌 바로 국민 스스로가 자초한 원인, 바로 변화를 주도해 성공한 경험이 없다는 점이다. ‘일본 청년들은 룰을 바꿔 성공한 경험도, 이런 사례를 본 적도 없다’는 한탄이 나오는 이유다. 변화를 주저하는 미래 세대를 향한 일본 내 우려는 해를 거듭할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바뀌느니 현상 유지가 낫다’는 젊은 층의 사고는 청년층의 소극적인 보수화, 아베 내각의 지지를 더욱 견고히 하는 동력으로까지 작용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선거 전 아베 내각의 지지 배경을 분석한 기사에서 ‘변화에 따른 혼란을 원하지 않기에 현 내각을 지지한다’는 20~30대의 목소리를 집중 보도했다. 최근 3년치 여론조사 평균을 분석한 결과 18~29세 남성의 아베 내각 지지율은 57.5%, 30대 남성은 52.8%였다. 전체 지지율(남녀, 연령층 합계) 42.5%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신문에서 소개한 청년들의 입장은 ‘바뀌어서 지금보다 나빠지는 것이라면 안 변하는 쪽을 택하겠다’거나 ‘정치가 도와주는 것은 없으니 현상 유지가 방해받지 않고 좋다’ 등 ‘소극적인 아베 내각 지지’를 나타냈다. 버블 붕괴 이후 30여년간 지속된 디플레이션을 경험한 이들은 안정 지향이 강할 수밖에 없고 ‘적당히 경기 좋고 취업 잘 되는 지금 상태면 정치에 문제가 있어도 이대로가 좋다’는 심리로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아베 총리의 사학 스캔들과 자민당 의원들의 잇따른 실언에도 아베 내각에 대한 지지율은 견고하다. 과거 집권 세력이 자민당에서 민주당으로 바뀌었을 당시 ‘대(大)실패’의 이미지가 남아 있어 또 한번의 변화에 대한 공포감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일본 젊은 층의 이 같은 생각은 현상 유지 성격의 자민당 지지 또는 투표 불참으로 이어지며 오히려 아베 내각의 지지 기반을 다지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아베 내각이 추진하는 개헌을 비롯한 각종 우경화 정책은 미래 세대의 방조 속에 힘을 받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도쿄=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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