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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쟁대위 여는 현대차..."지금이 돈 더 달라고 파업할 땐가"

[이 와중에...주력산업 노조 夏鬪 강행]

현대중·대우조선 합병 차질로 '조선 재도약' 타격 우려

車업계도 어렵게 반등 기회 잡았는데 생산 발목 가능성

울산상인 "심정 이해하지만 생계 위협...이제는 진저리"

일부 "자제 필요" 불구 민노총 "日은 핑계" 강경 예고







현대중공업 노조가 지난 6월 울산시청 앞에서 현대중공업 법인분할 주주총회 효력 무효를 주장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일본이 한일관계 악화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간의 기업결합심사에 제동을 걸 경우 국내 조선산업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한다. /서울경제DB


현대중공업 협력업체들이 여름휴가를 떠난 울산 동구 울산국가산업단지. 일주일째 도시가 텅 빈 듯하다. 지난주 말 이곳에서 만난 상인들은 산단의 휴가 종료가 반가우면서도 걱정스럽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상인들에게 현대중공업 노조는 동구 상권을 떠받치는 소중한 존재다. 사실 그들이 없으면 이 지역 상인들도 생계를 꾸려나가기 힘들다. 그렇지만 습관처럼 반복되는 파업에는 진저리가 날 정도다. 대놓고 말은 못해도 동생 같고 조카 같은 노조 집행부에 서운함도 만만치 않다. 최근 개인 부동산 사무실을 접고 인근 부동산과 합친 김효정(51)씨는 “인구가 줄면서 몇 년째 집값도, 상가임대료도 내려가고만 있다”며 “파업을 심정적으로는 이해하지만 반복되는 파업으로 생계에 위협을 느낀다”고 말했다. 일본의 수출규제에 우리 경제가 휘청이는 시기에 파업을 강행하는 이유를 되묻기도 한다. 울산상공회의소의 한 관계자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심사를 두고 일본이 몽니를 부릴 수 있는데 노조까지 이를 반대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우려했다.

노동계가 예고한 대규모 ‘하투(夏鬪)’에 재계는 물론 지역 소상인들까지 반대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내우외환에 시달리는 한국 경제에 또 다른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환율 효과로 발생한 이익 공유와 신규 채용을 요구하는 노조에 대해 눈앞에 닥친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를 읽지 못하는 ‘우물 안 개구리’처럼 행동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물론 노조가 주장하듯 현대중공업과 현대·기아차(000270), 한국GM, 건설노조 등 당장 파업 깃발을 올리겠다는 업체들이 일본 수출규제의 영향을 받는 곳들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 차·조선·철강·건설 등의 업종은 지난 몇 년간 위축된 후 이제 겨우 침체의 터널을 빠져나와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을 뿐이다. 아직은 이익을 나누고 샴페인을 터뜨릴 만큼 회복하지 못했다.



대우조선해양과의 합병을 지렛대로 삼고 있는 현대중공업의 파업은 한국 조선산업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몇 년간 세계 교역 부진과 해양플랜트 사업의 적자, 중국 조선업의 부상으로 산업은행의 공적자금으로 연명하던 대우조선해양을 정부의 안내를 받아 인수했다. 덩치를 키워 중국과 일본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한일관계의 악화로 일본이 대우조선해양과의 기업결합심사에 제동을 걸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일본 입장에서는 현대중공업 노조의 합병 반대가 부족한 그들의 명분을 채울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파업이 일본을 돕는 것이라면 노조도 다시 생각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밝혔다.

자동차 업계도 마찬가지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최악의 실적 감소를 겪은 후 ‘절치부심’한 끝에 올해 신차를 출시하며 반등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여전히 고전하고 있지만 미국과 인도·유럽 등에서 자동차 수요 감소에도 선전하고 있다. 기아차는 지난달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셀토스와 K7을 내세워 4만7,080대를 팔았다. 올해 들어 신차 부재로 3만대 후반에서 4만대 초반의 판매량을 기록하던 기아차 입장에서는 ‘V자’ 반등의 계기를 맞이하게 됐다. 현대차(005380)도 미국에서 팰리세이드를 앞세워 지난달 기분 좋은 반등세를 보였다. 현대차는 지난달 미국 시장에서 5만7,340대를 팔아 전년 동기(5만1,137대)보다 판매량을 12%나 늘렸다. 겨우 반등의 기회를 마련한 상황에서 노조의 파업은 생산 차질로 이어지고, 자동차를 기다리는 소비자들의 회사와 차량 품질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신뢰도 하락은 판매량 감소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의 2·4분기 영업이익 증가액 2,870억원 가운데 2,640억원이 환율 효과였다”며 “노조도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노조 내부에서도 파업 강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조금씩 나오고 있는 점이다. 현대차와 현대중공업 노조 내부에서도 파업과 관련해 ‘비상시국’에 파업을 강행해야 하는 만큼 현재 한일관계를 고려해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불거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문제는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의 강성 분위기다. 민주노총은 최근 파업 자제 요구에 대해 “정부는 그동안 경제위기 때마다 재벌에는 규제 완화를, 노동자에게는 노동권 후퇴와 양보를 요구했다”며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를 핑계로 유연근무제를 확대 도입하는 등 한국 노동자에게 고통을 전가하고 책임을 미루는 노동정책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현대·기아차의 경우 올해 노조위원장 선거가 있는 만큼 경쟁 세력의 비판에서 자유롭기 위해서라도 일단 파업에 돌입한 뒤 수위를 조절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노조 내부의 여러 정치 세력 간 선명성 경쟁이 진행될 경우 온건하고, 타협을 외치는 것보다는 강성 이미지가 도움이 된다는 것은 모두가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며 “노조의 파업은 예정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고 향후 여론의 움직임에 따라 노조의 거취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호·구경우기자 울산=장지승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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