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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춘US] 건설공정의 디지털화

BUILDING WITH BITS AND BYTES10조 달러 규모의 글로벌 건설 산업이 마침내 디지털화하고 있다. 현장에서 소프트웨어 활용을 통해 과정을 능률화하고, 낭비를 줄이고, 많은 업무를 자동화하고 있다. 앞으로 효율이 개선될 것이란 전망은 있었지만, 사업 방식의 전면 개편은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By Clay Dillow

보스턴의 백 베이 Back Bay 위로 치솟은 61층짜리 럭셔리 레지던셜 타워 ‘원 돌턴 OneDalton’의 공사 부지에선 주요 건설 현장의 모든 요소를 발견할 수 있다: 형광색 조끼와 안전모를 착용한 인부들, 디젤 화물 트럭들의 소음, 아직 미완성된 건물 외관을 따라 도구와 자재를 운반하는 거대한 승강 장치 등이 그것들이다.

눈에 잘 띄지 않는 요소도 있다. 바로 건설 도면이다. 한때 건설 현장에는 대형 도면과 설계도 뭉치들이 곳곳에 흩어져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태블릿 컴퓨터와 스마트폰 앱이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원 돌턴 개발을 맡은 보스턴 소재 건설기업 서퍽 컨스트럭션 Suffolk Construction이 직접 제작한 앱들도 그런 것들 중에 포함되어 있다.

다른 산업들과 비교하면, 실물에서 디지털 영역으로 전환하는 건 이미 철 지난 주제인 듯하다. 하지만 10조 달러 규모의 글로벌 건설 산업이 기술 부문에서 타 산업을 따라잡고 있다는 건 가히 혁명적인 현상이다. 엔지니어링 및 건설 부문은 세계 최대 산업이지만 가장 비효율적인 부문으로도 악명이 높다. 일반적으로 한 프로젝트 당 건설비의 최대 3분의 1정도가 낭비된다. 매킨지 앤드 코 McKinsey & Co.에 따르면, 건설 부문의 생산성은 지난 20년 간 매년 평균 1%씩 증가하는데 그쳤다. 세계 경제 전반의 평균 성장률이 2.8%인 것과 대비되는 수준이다.

자본 생산성을 전문으로 다루는 매킨지 임원 슈테펜 푹스 Steffen Fuchs는 “건설 산업은 단 한번도 제대로 기술이나 IT에 투자한 적이 없다. 사업 방식도 1940년대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건설 산업의 생산성을 타 분야와 동등한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면, 약 1조 6,000억 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건설 기업들은 (마침내) 인공지능과 클라우드 기반 데이터 분석, 모바일 컴퓨팅 같은 기술을 활용해 효율성과 수익을 높이려 하고 있다. 매킨지에 따르면, 2013년 이후 건설 기술에 대한 누적 투자액은 180억 달러를 상회했다. 실리콘밸리의 소프트웨어 대기업들이 특히 건설 기술에 많은 투자를 했다. 지난 2월에는 오라클이 아코넥스 Aconex를 12억 달러에 인수했다(앞서 2016년에는 그 절반 금액으로 텍스투라 Textura를 인수했다). 4월에는 글로벌 대기업 트림블 Trimble이 12억 달러에 뷰포인트 Viewpoint를, 7월에는 오토데스크 Autodesk가 어셈블 시스템즈 Assemble Systems를 비공개 금액으로 인수하기도 했다.

유타 주에 있는 건설업체 레이턴 컨스트럭션 Layton Construction은 작업속도를 높이고 과거에 활용하지 못한 기회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건설현장에 기술을 접목하고 있다. 사진=포춘US






오토데스크가 건물정보모델링(building information modeling·BIM)을 추진하면서 업계 전반의 변화를 촉진했다고 볼 수 있다. BIM이란 건물과 구조물을 나타낼 때 2차원 설계도 대신 3차원의 디지털 모델을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BIM이 나오기 전에는 건축 도면을 통해 구조물이 어떤 모습이 될지 가늠을 했다. 하지만 제작 방법을 알 수는 없었다. 오랜 기간 동안 건설업자들은 현장에서 소위 맞춤형 건설 솔루션을 만들어야 했다. 매사추세츠 주 워터타운 소재 설비 시공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존 카니스트라로 주니어 John Cannistraro Jr.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프로젝트를 역설계(reverseengineering)/*역주: 분해 공학. 신제품을 설계해 구조를 정밀하게 분석하고 그 설계를 역으로 탐지하는 기술/해야 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우리가 설계 과정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이 뿐만이 아니다. BIM을 통해 막대한 분량의 프로젝트 데이터를 디지털 형태로 수집하고 저장할 수 있게 되었다. 수집한 데이터는 건설 산업 디지털화의 핵심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기술기업들은 통찰력을 얻기 위해 데이터 발굴에 주력하고 있다. 그렇게 하면 직접 건설업체 모바일 기기에 실행 가능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송해 현재 및 미래 건설 프로젝트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외부 전문가들은 “지속적인 디지털화 노력이 단순히 건설 산업을 넘어 전체 건설 세계, 즉 인간이 만든 모든 구조물 형태를 바꿀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종합증권사 오펜하이머 앤드 코 Oppenheimer & Co.의 주식 리서치 애널리스트 고지 이케다 Koji Ikeda는 “여러 분야의 기술 기업들은 기존 기술을 다른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건설 부문은 단순히 그 차원을 넘어 산업의 방식 자체를 바꿔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멀리 갈 필요 없이, 지난 8월 준공식을 가진 원 돌턴 프로젝트를 보면 알 수 있다. 공사 관리를 책임진 서퍽의 내셔널 디렉터 짐 그로스만 Jim Grossmann은 “설계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상당히 뒤처져 있었다. 기술만이 이를 만회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고 말했다.

아직 짓지도 않은 건물을 설명하거나 미래의 치명적인 실수를 고려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건설업계는 이를 실현해 나가고 있다. 오토데스크의 CEO 앤드루 아나그노스트 Andrew Anagnost는 ”건설 부문이 앞으로 수십억 달러짜리 사업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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