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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1호 특허권자는 독립운동가였다

故 정인호 선생 '말총모자'

1909년 8월19일 특허등록

日·中 등에 수출해 번 수익

임시정부에 군자금 등 지원

특허청, 대전현충원서 추모행사





13일 오후3시30분께 국립대전현충원. 박원주 특허청장이 한 묘역 앞에 꽃을 내려놓고 향을 피운 후 비석에 표식을 하나 붙였다. 표식에 새겨진 내용은 ‘한국인 제1호 특허권자’. 우리나라 최초의 특허권자이자 독립운동가인 고(故) 정인호(사진) 선생의 표식이었다.

특허청과 임성현 국립대전현충원장은 이날 정 선생의 후손 4명과 함께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주년과 광복 74주년을 기념해 국립대전현충원 정인호 선생의 묘역에서 추모행사를 진행했다. 올해는 정 선생의 특허가 등록된 지 꼭 110년이 되는 해기도 하다.

정 선생은 1869년 경기도 양주에서 태어나 궁내부 감중관과 청도군수를 역임했다. 그러나 일제의 침탈이 본격화하자 군수직에서 물러나 ‘초등대한역사’ 등 교과서를 저술하는 등 민족 교육가·저술가로 활동했다.

그는 1909년 8월19일 통감부 특허국에 특허 제133호로 그가 개발한 말총모자를 등록했다. 한국인이 특허제도를 통해 자신의 발명품을 등록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대한매일신보 1909년 8월24일자에는 정 선생의 말총모자를 홍보하는 광고 지면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대한매일신보 1909년 8월24일자에 실린 정인호 선생의 ‘말총모자’ 지면 광고. /사진제공=특허청




그러나 1908년 ‘한국특허령’을 통해 도입된 일제의 특허제도는 한국인의 특허권보다는 미국·일본인의 권리 보호에 더 초점이 맞춰졌다. 1908년부터 1910년까지 통감부 특허국에 등록된 지식재산(IP)의 수는 총 845개였는데 이 중 한국인이 등록한 건수는 26건에 불과했다. 특허만 놓고 보면 한국인은 전체 275개 중 2개만 등록했다. 1910년 8월29일 경술국치일 이후 일본은 한국특허령을 폐지하고 일본 특허법을 우리나라 안에서 그대로 운영했다. 정 선생 역시 경술국치 후에는 말총모자 특허를 일본 특허국에 출원해 등록해야 했다.

정 선생은 이후 기업을 만들어 말총모자·말총핸드백·말총셔츠 등 다양한 말총 제품을 생산, 일본과 중국 등에 수출하고 여기서 번 돈을 독립운동자금으로 썼다. 1919년 3·1운동 이후에는 대한독립구국단을 결성해 상하이임시정부에 군자금을 지원했다. 그러나 동료의 밀고로 1921년 일본 경찰에 체포돼 서대문형무소에서 두 아들과 함께 수감됐고 1922년에는 다시 5년형을 선고받아 함경남도 원산형무소에서 옥고와 노역을 치렀다. 정 선생은 출소 이후 말총 사업을 다시 시작하고 여러 종의 특허도 취득했다. 하지만 광복을 7개월 앞둔 1945년 1월 서울 서대문구의 단칸 셋방에서 일기를 마쳤다. 향년 77세였다.

정부는 정 선생의 공훈을 기려 1990년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했다. 특허청이 추모식을 가진 것도 정 선생의 정신을 살려 국내 특허제도 발전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다지기 위해서다.

박 특허청장은 “일본 제도에 의한 한국인 1호 특허가 역설적으로 민족기업을 성장시켜 임시정부에 군자금을 지원하며 독립운동의 숨은 자금원이 됐다”며 “그동안 축적된 200만건에 달하는 특허와 새롭게 축적될 특허들이 우리 경제의 위기를 돌파하고 혁신성장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심우일기자 vit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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