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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평화경제와 통일대박

임종건 전 서울경제 부회장
日 추월할수 있다는 평화경제론
北 비핵화 진전없인 요원하고
주변국 '통일 경계심' 자극 우려

  • 2019-08-13 17:16:00
  • 사외칼럼
[시론] 평화경제와 통일대박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일 “남북 간의 경제협력으로 평화경제가 실현된다면 우리는 단숨에 일본경제의 우위를 따라잡을 수 있다”고 이른바 ‘평화경제론’을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4년 신년기자회견에서 ‘통일대박론’을 말하던 때가 생각났다.

남북이 평화통일을 이룬다면 아니 평화공존만이라도 이룰 수 있다면 그것이 일본을 경제적으로 따라잡는 것이든, 미국과 맞먹을 경제대박을 내는 것이든, 한반도에선 많은 일들이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의 대전제는 북한의 비핵화이다. 이 전제에 아무런 진전이 없는 것은 ‘통일대박’ 때나 지금이나 같다. 2018년 1월 이후 남북·북미 간에는 많은 일들이 벌어졌지만 북한의 비핵화가 얼마나 험난한 과제인가만을 새삼 확인 중이다.

무언가를 해보려는 것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는 심정에서 남북·북미 대화를 지켜보던 입장에서, 문 대통령이 평화경제를 말한 다음 날 미사일 시험발사를 하는 북한의 행태를 보며 평화경제도 ‘통일대박’ 꼴이 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그런 예감은 북한의 행태뿐만 아니라 문 대통령의 현실인식에 대한 의문 때문에 더욱 커진다. 문 대통령의 평화경제론에서 일본을 따라잡을 수 있는 수치적 논리 중에 그나마 근거가 있는 것은 한 가지 내수시장 확대이다.

남북한의 인구를 합하면 8,000만명에 이른다. 1억3,000만명인 일본 인구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인구가 늘어난다고 시장이 저절로 확장되지는 않는다. 그 시장은 생산과 소비와 소득의 증대를 통해 육성돼야 한다.

경제력에서 약 40배의 차이가 나는 남북의 경제가 시너지를 내려면 남한이 북한에 자금과 기술 등 많은 것을 나눠야 한다. 그 과정은 남북한 모두에게 혼란·고통·갈등의 원인이 될 것이다. 그것이 남한의 궁핍화를 초래한다면 평화경제는 시작도 하기 전에 좌초할 수 있다.

경제력에서 4배 정도 컸던 서독이 동독을 통일한 지 30년이 넘었다. 통일 독일은 아직도 그 갈등을 겪고 있다. 남북한은 그보다 10배 이상의 갈등과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는 얘기다. 과연 우리는 그럴 각오가 돼 있나.

국내총생산(GDP) 규모로는 일본이 한국보다 3배 정도 크다. 통계적으로 의미가 없는 북한경제를 배제하더라도, 우리 힘으로 따라잡을 수도 있다. 평화경제는 그 시간을 단축하는 데 일조할 수는 있을 것이다.

일본을 따라잡기 위해 극복해야 할 것 중엔 기술력 격차도 있다. 그것 또한 인력과 투자와 성숙하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하다. 경제정의를 위해 기업 규제에 몰두하던 정부가 이제야 허겁지겁 내미는 기업 지원책들은 믿을 만한가.

한반도 통일에 대해서는 남북한 당사국은 물론 주변국들 모두의 이해가 제각각이다. 그들은 한반도 통일이 자국에 조금이라도 불리하다고 생각하면 반대할 것이다. 일본은 그중에서 가장 한반도 통일을 경계하는 나라로 여겨져 왔다.

우리가 일본을 이기는 방법으로 평화통일을 말한다면 일본은 대놓고 남북한 통일 반대세력으로 나설 것이다. 누구를 이기는 것이 우리의 통일전략이라면 중국 러시아는 물론 미국까지도 우리를 의심할 수 있다. 일본의 한국에 대한 무역전쟁 도발도 이미 그것을 예상한 선제공격인지도 모르겠다.

한반도 통일은 무엇보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으로서 서로 반목하고 대립해온 남북한이 민족적 자각에서 하는 것이고, 민족의 번영 외에 지역의 평화와 안정, 자유민주체제의 확장을 위한 것이다. 일본을 이기는 것보다는 일본에도 기회가 되는 한반도 통일을 말해야 한다. 독일이 통일을 위해 주변국들의 의구심 해소에 기울인 노력을 거울삼아야 한다.

이런 냉엄한 현실 앞에서 한국의 대통령으로서 국민에게 환상을 심고, 주변국들로부터 의심을 사는 발언은 삼가야 한다. ‘김정은 껴안기’에 매달리는 북한 비핵화 전략만으로 평화경제는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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