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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론직설]임혁백 "日 경제도발, 남방 3각구도 핵심축인 미국 움직여야 해결"

■임혁백 고려대 명예교수 겸 광주과기원 석좌교수

트럼프, 한일 갈등 관계서 '돈 많이 주는 쪽' 손 들어줄 것

방위비 1조 더 올려도 괜찮아…호르무즈 파병도 고민해야

지소미아 카드 엄포용으로만 써야지 실제 파기해선 안돼

진정한 자주는 자강과 함께 '동맹 통한 자주'가 더 현실적

임혁백 고려대 명예교수 겸 광주과학기술원 석좌교수. /서울경제DB






“일본의 경제도발은 결국 한국·미국·일본 남방 삼각구조의 중심축인 미국을 움직여 해결해야 합니다.” 임혁백(67·사진) 고려대 명예교수 겸 광주과학기술원 석좌교수는 최근 서울 종로구 내수동 연구실에서 본지와 두 차례 인터뷰를 갖고 “소재 국산화 등 자강 노력과 함께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미국에 정통한 국제정치학자이자 4차 산업혁명의 흐름에도 이해가 깊다는 평을 듣는다. 임 교수는 미국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공식 외교채널에만 의존하지 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실질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비공식 라인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 11월 트럼프의 재선이 거의 확실시된다며 그전에 북미 간에 핵 문제 해결을 위한 단계적 해법을 모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트럼프의 마음을 잡기 위해 △주한미군 주둔비 대폭 인상 △호르무즈해협 파병 △대미 기업투자 확대 등을 통해 ‘주고받기’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문제는 미국이 파기를 원하지 않아 일본에 대한 엄포용으로만 써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일본 경제도발의 의도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반세계화 바람이 불었다. 2016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나 트럼피즘 등은 보호주의, 자국 우선주의, 민족주의, 포퓰리즘을 분출하며 포스트 세계화 시대를 알렸다. 동아시아는 문재인 대통령만 빼고 아베 신조, 시진핑, 블라디미르 푸틴 등 비자유주의적(illiberal) 스트롱맨이 자국 이익을 우선하며 국수주의적 포퓰리즘으로 나아가고 있다. 시진핑의 사드(THAAD) 보복에 이어 아베의 경제도발이 진행 중이고 푸틴도 어떤 식으로 압박할지 모른다. 용미(用美·미국 활용)가 최선의 전략이다.

-미국을 통해야 해법이 나온다는 얘기인데.

△경제도발은 강제징용 배상 문제에서 비롯돼 정치적인 것이다. 일제 식민지 시대를 어떻게 규정하느냐다. 소재 대체재를 구하고 국산화하고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것은 시간이 걸려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한미동맹을 강화해야 한다.

-미국이 우리 편을 들어줄까.

△중국의 부상에도 불구하고 동아시아의 유일 패권국은 미국이 아닌가. 트럼프 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 허버트 맥매스터는 베트남전을 평가하는 책에서 “전쟁은 베트남의 정글이 아니라 워싱턴에서 결정됐다”는 유명한 말을 했다. ‘워싱턴 외교’가 중요하다. 아베는 경제도발 이전에 미국에 로비를 세게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우리는 2년 전 미국에서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오던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USKI) 같은 중요한 자산을 없앴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도 얼마 전 미국을 방문해 많은 사람을 만났지만 트럼프를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을 만났는지는 의문이다.

-어떻게 트럼프의 마음을 잡나.

△트럼프는 한일관계에 관해 이해관계가 없어 돈을 많이 주는 쪽의 손을 들어줄 것이다. 내년 11월 둘째주 화요일에 재선에 도전하는데 오하이오주 등 러스트벨트(제조업 사양화로 불황을 맞은 곳)라든지 남부 핵심 주에도 우리 대기업들이 투자해야 한다. 롯데가 석유화학 공장을 짓는다고 해 신동빈 회장이 백악관에 점심 초대를 받지 않았나. 트럼프 스타일은 주고받는 거래적(transactional) 리더십이다. 대선을 좌우할 핵심 주의 상하원 의원에 대한 로비도 필요하다. 내년 대선에서 하원의원은 전원, 상원의원은 3분의1이 선거를 치른다. 트럼프의 딸(이방카 트럼프 보좌관)과 사위(재러드 쿠슈너 선임고문)를 통해 트럼프에 어필하고 비공식적으로 목사나 로비스트 등도 활용해야 한다.

임혁백 고려대 명예교수 겸 광주과학기술원 석좌교수. /서울경제 DB


-비공식 라인까지 외교 폭을 넓히자는 것인데.

△그렇다. 트럼프는 내년 대선에서 당선이 거의 확실시된다. 여론조사는 별로 믿을 게 못 된다. 백인 지식인들은 트럼프를 증오하지만 중하층은 포퓰리스트 지도자인 그를 열광적으로 좋아한다. 그런데 트럼프를 움직이려면 돈이 든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나 김 2차장이 이런 것을 좀 알아야 한다. 트럼프는 재선 가도에서 우리가 간접 지원하면 움직일 것이다.

-일본은 100여년 전 워싱턴DC에 수천 그루의 벚꽃나무를 선물해 지금도 매년 벚꽃축제가 벌어지지 않나. 우리가 로비력에서 당할 수 있나.

△물론 일본의 로비는 촘촘하다. 태평양전쟁의 ‘A급 전범’인 사사카와 료이치가 세운 일본재단이 1995년 연세대에 100억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미국에 대한 로비는 말할 것도 없다. 돈이 들더라도 적법한 방법으로 여러 루트를 찾아야 한다.

-주한미군 주둔비라든지 현안은.

△지금 연 1조원 정도를 우리가 부담하는데, 파격적이지만 1조원 더 올려주는 것도 괜찮다고 본다. 그렇게 해서 한일관계라든지 여러 측면에서 더 큰 손해를 막을 수 있다면 그게 낫지 않나. 담대하게 무기도 사주고 미국에 투자도 해야 한다. 워싱턴에서의 외교전은 철저히 이익에 기반해야 한다.

-미국이 요청한 호르무즈해협 군함 파견 문제는.

△일본은 호르무즈 군함 파견을 거절했다. 트럼프가 아베에게 상당히 분노했을 것으로 보인다. 6월 말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트럼프가 ‘우리는 너희를 지켜주니 아랍에서 우리를 지켜달라’고 하지 않았나. 우리가 군함도 파견하고 미군 주둔비도 더 내주는 게 역외균형(offshore balancingㆍ미국 밖의 안보는 동맹국 지원으로 관여)의 핵심이다.



-이란은 파병하지 말라고 하는데.

△‘왜 중동을 자극하느냐’는 것은 근시안적 시각이다. 한미동맹은 상호 방위조약이다. 미국은 한국전쟁 이래 계속 주둔하고 있다. 우리가 파병하지 않으면 미국에서 ‘그게 동맹이냐’고 할 수 있다.

-지소미아 문제는.

△우리가 오는 24일까지 안 하겠다고 일본에 얘기하면 그냥 끝난다. 우리가 휴민트(humint) 등 주는 게 더 많다. 일본의 정보는 미국 정보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다. 하지만 파기 카드는 엄포용으로만 써야 한다. 칼은 칼집에 있을 때 무섭다. 지소미아는 박근혜 정부 시절 아베가 요청했지만 실상 미국이 삼각동맹을 위해 노골적으로 옆구리를 찔러서 한 것이다. 지금 미국에 로비를 해야 할 판국에 결정적으로 심기를 거스를 필요가 있나.

-한미동맹이 양보만 한다고 되나.

△국제정치학에는 두 가지 균형이론이 있다. 한국은 국내총생산(GDP)이 일본의 3분의1, 중국의 8분의1가량인데 내적균형(internal balancing) 이론에 따라 소재 국산화 등 자강도 필요하지만 외적균형(external balancing) 이론에 맞춰 한미동맹을 강화해 일본·중국·러시아와 힘의 균형을 이뤄야 한다. 미국을 불러와야 하는 이유는 수백 가지나 될 것이다.

-미국의 대외전략 변화는.

△미국의 핵심 전략지역 중 유럽연합(EU)은 ‘너희끼리 해’이고 중동은 미국에서 셰일가스가 터져 중요도가 떨어졌다. 중국 견제용으로 한국과 일본의 가치가 큰데 미국은 해·공군을 담당하고 지상군은 한일이 더 분담하게 하려는 전략이다. 미국은 중국을 봉쇄하기 위한 인도·태평양전략에서 다이아몬드 안보체계 중심으로 일본·호주·인도를 세웠는데 한반도는 린치핀(linchpin, 조직·계획 등의 핵심축)이라며 달랬다. 그런데 우리가 호르무즈에 파병하면 다이아몬드가 일본에서 한국으로 바뀔 수도 있다.

임혁백 고려대 명예교수 겸 광주과학기술원 석좌교수. /서울경제 DB


-북미관계와 남북관계 전망은.

△트럼프가 대선 전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려고 하니 양쪽이 어느 정도 양보하면 작품이 나올 수 있다. 우선 영변 핵시설을 폐쇄하는 조건으로 유엔이 대북제재를 단계적으로 완화하고 무역 인센티브를 주며 평양에 100층짜리 트럼프타워도 만들고 원산 리조트에 관광투자도 하면 전 세계에 ‘북한에 투자해도 된다’는 신호를 보내는 상징적인 사건이 될 것이다. 트럼프가 첫 대선 캠페인에서 ‘김정은과 워싱턴에서 맥도날드 먹으며 만나면 된다’고 했었는데 맥도날드 정상회담은 재선 캠페인에서 효과를 극대화하는 역사적 만남이 될 것이다. 트럼프 2기 때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자유화·개방화로 가야 한다. 다만 북미수교는 가능해도 북일수교는 쉽지 않을 것이다. 아베의 경제도발에서 유추해볼 때 아베는 북한에 식민지 배상금을 주지 않거나 조금만 주려는 간교한 술수를 찾을 수 있다.

-미중 경제전쟁의 전망은.

△중국의 항복으로 끝나지 않겠나. 미국이 ‘기술패권을 인정하라, 특허권을 존중하라’고 압박하는데 결국 중국이 미국식 규범과 스탠더드를 따를 것이다.

-마지막으로 청와대에 조언할 게 있다면.

△최근 7개 부처·위원회 인사에 이어 11월쯤 총리도 교체될 텐데 후임 총리가 미국 등 국제정치·경제를 잘 알고 미래에 대한 안목이 있어야 한다. 대일(對日) 경제전쟁 승리, 북핵 문제와 남북 평화체제의 획기적 진전, 미중 경제전쟁 대처, 잠재성장률 회복 등 국내외 과제가 중첩돼 있다. 4차 산업혁명, 기후변화, 저출산·고령화도 해결해야 한다. 동시에 대권욕 없이 내년 4월 총선을 공정관리하고 합리적 보수와 대화가 돼야 한다. 중도통합형·동서통합형·세대통합형 인물이 바람직하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He is…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시카고대에서 세계적 석학인 애덤 프셰보르스키 교수 밑에서 정치학 석박사를 했다. 이화여대 정외과 교수에 이어 고려대 정외과 교수로 활발하게 국정 자문을 했다. 김대중 정부에서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 정치행정분과 위원장,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직인수위 정치개혁연구실장을 역임했다. 미국 조지타운대·스탠퍼드대·존스홉킨스대 초빙교수로서 국제 인맥을 쌓았다. ‘비동시성의 동시성’이라는 책으로 지난 2015년 대한민국 학술원상을 받았고 2017년 ‘The Possibility of Peace in the Korean Peninsula’를 출간했다.

추신: 임혁백 교수는 인터뷰가 끝난 뒤 다음과 같이 밝혔다. “우리가 일본과 중국에 대해 가장 자주적이고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때는 강력한 한미동맹을 유지하고 있었을 때입니다. 한미동맹이 강력하게 유지되었을 때 중국이 사드에 대해 우리를 겁박하지 못했고 일본이 독도가 자기 땅이라고 우격다짐하지 못했습니다. 이것이 저의 ‘동맹을 통한 자주’ 이론입니다. 일종의 호가호위 또는 국제정치 용어로 외적균형 (external balancing) 이론입니다.” 이어지는 임 교수의 말이다. “작금의 아베의 경제, 문화 침탈에 대해서도 시간이 소요되는 자강전략 또는 내적균형 전략을 장기전략으로 채택하고 단기적으로 동아시아 패권국인 미국을 움직여서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임 교수는 자강과 함께 호가호위 전략이 필요하다고 소신을 폈다. “진정한 자주는 이념(민족주의, 반미)이 아니라 이익의 거래와 공유를 통해 한미동맹을 강화해 달성할 수 있습니다. 자주파 민족주의자들에게는 마뜩잖겠지만 진정한 자주는 내부 또는 외부의 힘을 강화하여 달성할 수 있고, 내부의 힘이 달리는 상황에서는 외부세력인 미국의 힘을 빌리는 외적균형을 통한 호가호위 전략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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