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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국 외교, 겨울에 대비하라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

美中 패권경쟁·北도발·韓日갈등

한반도 주변정세 꽁꽁 얼어붙어

한미동맹 강화·경제내실 다져야





여름이 가고 있다. 태풍이 한반도 주위를 스쳐 간 후 더위가 한풀 꺾였다. 하지만 한반도 외교 상황은 가을을 건너 겨울을 맞고 있다. 미중 패권다툼, 북한 도발, 한일관계 악화로 지역 정세가 꽁꽁 얼어붙고 있다. 더욱 걱정되는 것은 이 중 어느 하나도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긴 겨울에 대비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 이유다.

외교의 겨울은 몇 가지 현상을 예고한다. 강대국 간 진영 싸움으로 인한 편 가르기가 예상된다. 미국은 동맹국인 한국이 철저히 자기편이 되기를 요구할 것이고 그 맞은편에 있는 중국은 그랬다간 먼저 다칠 수 있다고 겁을 줄 것이다. 국제 정치가 국제 경제의 발목을 잡아 경기침체가 도래할 것이다. 관세나 자국 기업 보호 같은 불공정 관행이 다시 살아나 무역으로 부를 축적하는 우리에게 치명적인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 군비경쟁이 전망된다. 국가 간 불신이 군사력의 비교우위에 대한 집착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뭐 하나 우리에겐 좋은 일이 없다.

찾아오는 계절을 막을 수 없는 것처럼 국제 정세의 흐름을 돌리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계절 변화에 맞춰 살기 위한 빈틈없는 준비가 필요하다. 환절기에 유의해야 각종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것처럼 격변하는 정세에 잘 대응해야 국가의 안위를 보전할 수 있다.

정부가 해야 할 첫 번째 일은 계절의 변화를 직시하는 것이다. 겨울이 오고 있는데 봄이나 여름으로 착각하면 안 된다. 남북관계의 봄은 이미 지나갔다. 북한이 열매만 따 먹고 돌아섰다. 이미 외교적 고립을 탈피한 북한이 우리 생각대로 움직일 거라고 기대하면 안 된다. 막연한 희망만으로 핵 보유와 군사 도발과 갖은 모욕에 침묵하는 것은 북한만 이롭게 한다. 올바른 남북관계를 만들기 위해 할 말은 하고 해야 할 일은 해야 한다. 얼어붙은 겨울 땅에서는 농사를 지을 수 없는 것처럼 봄이 오기를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



찬바람을 막아줄 울타리를 튼튼히 해야 한다. 한미동맹이 해오던 일이다. 동맹을 강화하면 북한이 싫어하고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소외되지 않나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동맹을 싫어하는 북한이 평화를 사랑하는 게 아니다. 동맹이 해체되면 핵 능력을 토대로 남북관계를 주도하겠다는 것이다. 미국 편에 서지 말라는 중러의 경고를, 중립을 택하면 잘해줄 것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동맹이 약화되면 더 험하게 우리를 다룰 수 있다. 물론 미국도 전 같지 않다. 방위 공약보다 방위비 분담에 관심이 더 크다. 하지만 상식을 넘어서는 주장은 협상카드일 수 있으며 명분과 항목에 부합하는 대응을 해나가면 된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한미동맹의 겨울일 수 있다. 현명히 대처하며 새로운 봄을 기다려야 한다.

겨울을 보낼 식량을 마련해야 한다. 한국 경제는 위기를 맞고 있다. 우리 주력산업의 수익이 줄고 내수시장이 침체되고 있다. 세금 수입은 줄고 복지수요는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무리한 예산사업을 줄이고 내실을 다져야 한다. 여름과 겨울의 먹거리가 다른 것처럼 성장기에 좋은 정책이 있고 정체기에 좋은 정책이 있다. 국내 경제정책을 먼저 가다듬고 외교를 통해 경제적 기회를 창출해야 한다. 주변국과의 경제 마찰 요인을 최대한 줄이고 새로운 시장을 찾으며 수출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군비경쟁에 대처할 지혜를 모아야 한다. 강대국들은 비교우위에 서기 위한 첨단무기를 개발하고 있다. 맞불을 놓는다고 이길 경쟁은 아니다. 적정 국방비를 유지하며 투자 여력을 확보하고 한국형 비대칭전략을 강구해야 한다. 강대국 간 군비경쟁의 희생물이 되지 않도록 북한의 위협 억제, 주변국의 잠재적 위험 관리, 국제안보 기여라는 우리만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원칙을 넘는 요구는 잘 거절하는 것도 실력이다.

계절의 변화를 직시하고 철저히 대비한다면 마냥 춥지만은 않을 텐데 아직은 걱정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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