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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택의 세상보기] 무조건 이겨야 하는 한일전?

정석인하학원 이사장

日상품 안사고 여행 안가기 확산

고용부 취업 박람회까지 연기

일자리 축소 등 부작용도 커져

경제보복에 성숙한 대응 나서야





일본과 축구 경기가 열리게 되면 평소 축구에 별 관심이 없던 사람을 포함해 대한민국 온 국민은 ‘숙명’의 한일전에 빠져든다. 물론 목표와 기대는 이기는 것이다. 일본이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몇 계단을 앞서든, 게임당 관중 수가 우리의 세 배에 가깝든 상관없이 우리는 투지든, 정신력이든 총동원해 무조건 이겨야만 한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이런 한국을 수출규제 조치로 건드리는 우(愚)를 범했다. 청와대의 한 참모는 ‘죽창가’를 얘기하고 다른 참모는 국토방위 및 한미일동맹에 필요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재검토할 뜻까지 비쳤다. 여당은 일본경제침략특별대책위원회를 설치하고 제2의 독립운동을 펼치자고 했으며 한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친일 잔재청산 단죄문 제막식을 열어 친일 인사와 관련된 시설물과 시(詩) 교가 등을 청산해 나가기로 했다고 한다.

국민들은 맥주나 의류·화장품 등 일본 상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전개하고 일본 여행을 가지 말자는 바람을 확산시키고 있다. 지난달 초부터는 주말마다 도심에서 ‘노 재팬(No Japan)’에서 ‘노 아베(No Abe)’로 이어진 촛불집회를 개최했다.

일본과의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자기가 타고 다니던 렉서스 자동차를 망치로 때려 부수는 일이 외신을 타기도 하고 불매운동의 여파로 KBS로부터 피해를 본 야당에서조차 여당 대표가 사케 마신 일을 문제 삼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몇 달 전 같은 교회 사람이 직장을 옮겨 적성에 맞는 일을 맡게 됐다고 해 축하해준 적이 있다. 새로 일하게 된 곳이 일본계 회사였는데 그 후 공교롭게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터지고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확산되면서 다섯 살과 두 살 아이를 둔 가장인 그가 큰 시름을 앓고 있다. 일본을 편드는 막말과 여성 비하 내용의 유튜브 방송을 틀어 언론과 네티즌들로부터 집중포화를 맞고 회장이 사퇴한 한국콜마에는 1,231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는데, 조회 때 틀어 준 영상을 본 죄(?)밖에 없는 이들이 불매운동으로 겪는 고초는 누가 헤아려줄지 궁금하다. 유니클로라는 의류 매점이 하나둘씩 사라져 손뼉을 치는 동안 거기 딸린 일자리도 열 개 스무 개씩 함께 없어지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일본 여행 축소로 김해공항에서 출발하는 일본 노선 항공편은 추석 연휴가 포함된 9~10월 두 달 동안 500편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어려워진 지방공항과 항공사들의 사정으로 국토교통부가 착륙료 감면 같은 지원책을 검토해야 하는 실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대화와 협력을 촉구하고 일본과 기꺼이 손잡을 수 있다는 의지를 밝힌 후에도, 정부는 ‘다시는 지지 않겠습니다’는 제목으로 일본 조치에 대한 책자를 만들어 뿌리고, 고용노동부에서는 일본 기업이 참여하는 글로벌 일자리대전 행사를 연기했다. 한일 양국이 경제전쟁 수준의 갈등을 빚는 상황에서 일본 기업이 다수 참가하는 해외 취업박람회를 개최하는 것이 부적절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해외 진출 통합정보망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취업을 원한 구직자 4,000명 중 1,828명이 취업했는데 매년 30% 이상 증가하는 추세다. 업무지시 1호로 대통령 직속 일자리특별위원회를 설치하며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목표로 내건 정부의 고용 담당 부처가 일본 기업도 한국 기업이나 미국 기업과 마찬가지로 소중한 일자리를 만든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사드 배치를 이유로 우리나라 상품과 기업을 차별하고 한국 여행을 제한했던 중국의 편협한 처사로 우리 국민이 분개했던 경험이 있다. 우리는 광복절 경축사의 표현처럼 수준 높은 국민의식으로 일본의 경제보복에 성숙하게 대응해 우리의 이익과 두 나라 사이의 우호가 훼손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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