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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경제갈등 안보로 확전 … 한미동맹도 가시밭길 예고

■ 지소미아 끝내 종료

美, 한 정부에 수차례 유지 필요성 강조했지만

韓은 수출보다 더 높은 수준 안보서 日 신뢰 못해

美 국방부 “정보공유는 안보 핵심” 우회적 유감 표명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관련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회의 내용을 보고받고 있다./사진제공=청와대




청와대가 22일 고심 끝에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한 것은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즉 경제적 공격을 감행하면서 한국을 ‘안보상 믿을 수 없는 국가’라는 이유를 댄 것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한국을 신뢰하지 못하는 상대국에 대해서는 우리 역시 신뢰를 줄 수 없다는, 즉 맞대응을 하는 것이 국익에 더 부합한다고 결론 내린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대다수가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라는 반응을 보였다. 청와대 발표 직전까지도 동북아 안보협력의 주요 축인 한미·한미일 안보협력 관계를 고려한다면 연장 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었다. 이들은 “한일관계를 넘어 한일 양국에 지소미아를 제안했던 미국과의 관계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청와대는 이날 오후3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었다. 단연 핵심 의제는 한일 지소미아 연장 여부였다. 일본이 지난달 1일 양국 무역관계에서 전격적으로 칼을 빼 들고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를 실제로 단행하자 우리 정부는 이에 맞설 카드로 지소미아를 지목했다. 일본이 신뢰, 그중에서도 안보 신뢰 훼손을 이유로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배제한 만큼 더 높은 수준의 안보 신뢰도를 요구하는 군사 분야의 협력을 지속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한 사실이 22일 오후 일본 도쿄에서 NHK를 통해 속보로 보도되고 있다./연합뉴스


한일 지소미아는 지난 2016년 미국의 적극적인 제안으로 체결됐다. 이후 동북아에서 한미일 동맹의 윤활유 역할을 해왔다. 특히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는 데 있어 한미일 3각 연대의 고리 역할을 해왔다. 일본 입장에서도 북한은 군사적으로 위협적인 존재인 만큼 한국으로부터 받는 북한 정보는 안보 전략상 상당한 가치가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은 한국이 예상치 못하게 지소미아 파기 카드를 만지작거리자 당황하기 시작했다. 일본은 복수의 채널을 통해 한국 측에 유지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미국에도 지원 요청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지난달 방한한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과 이달 들어 한국을 찾은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등도 한미일 3각 안보협력을 강조하면서 한일 지소미아 유지 의견을 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청와대는 미국과 일본의 연장 필요성 강조에도 그간 두 차례의 대일특사 파견을 포함해 거듭된 대화 및 외교협상 제의에 일본이 무대응으로 일관해왔다는 점에서 연장 대신 종료 결정을 내렸다. 청와대 관계자는 일본이 문제 삼고 있는 강제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서도 “우리 정부의 중재안이 최종안이 아님을 수차례 상기시켰으나 이에 대해서도 일본이 대화를 거부했다”고 말했다.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이 22일 오후 춘추관에서 한일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했다는 브리핑을 마친 후 자리를 떠나고 있다./연합뉴스


청와대의 결정으로 한일관계의 추가 경색은 불가피하게 됐다. 일본 역시 오는 28일로 예정된 화이트리스트 시행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양기웅 한림대 교수는 “한일 지소미아는 양국 관계에 있어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며 “이렇게까지 될 것이라는 생각을 안 했고 적어도 조건부 유지 결정을 예상했는데 종료 결정은 다소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양 교수는 “이번 결정으로 미국이 한일을 중재할 수 있는 외교적 공간이 더 좁아졌다”며 “외부적으로 유지는 하면서 정보 교환 양을 줄이는 형태로 운용하는 게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한미동맹 약화에 대한 전문가들의 우려는 더 컸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한일 지소미아는 미국의 요청으로 만들어진 한미일 협력 안보 고리”라며 “지금 안보 상황이 녹록하지 않은 상황에서 너무 아쉬운 결정”이라고 말했다.

미국 국방부도 22일(현지시간) 한일 양국이 조기에 이견을 해소하길 희망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데이비드 이스트번 미 국방부 대변인은 “미국와 일본, 한국이 연대와 우의로 함께 협력할 때 우리 모두는 더 강하고 동북아는 더 안전하다”며 “정보 공유는 공동의 안보 정책과 전략을 발전시키는 데 있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양국 간 갈등이 외교적 비난에서 시작해 세계적인 공급망에 위협이 될 수 있는 무역 조치로 확산했다”며 “지소미아 종료 결정은 한일 양국의 전례 없는 반목 속에 이해관계 문제가 더욱 커지는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AP는 “한일과의 3각 안보협력 강화를 위한 미국의 노력이 차질을 빚은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정영현·박우인·김인엽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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