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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차별 바로잡으려다 걸음 꼬인 방통위…네이버·카카오만 망이용료 덤터기 쓰나

국내 망 이용료 부과협상 가시밭길

항소 일정·판결 전망 면밀 계산 후

가이드라인 내용·발표시점 정해야

해외 서버로 접속을 우회해 국내 서비스 속도를 떨어뜨린 페이스북의 행위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의 과징금 부과가 부당하다는 서울행정법원 1심 판결이 22일 나오면서 해외 콘텐츠공급자(CP)들에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 보려던 정책들에 경고등이 켜지게 됐다. 1심 법원이 접속경로 변경의 고의성을 인정하지 않음에 따라 페이스북이 한국 통신망에 대한 이용료 납부를 요구하는 국내 여론을 역으로 압박하기 위해 일부러 접속경로 우회를 시도했다는 국내 정보통신 업계의 의혹 제기에 힘이 빠지게 됐기 때문이다.





통신 업계의 한 관계자는 “행정법원이 페이스북의 실제 의도가 무엇이든 결과적으로 국내 서비스 이용자에 대한 권리 보호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점에 주목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고의성’ 여부에 초점을 둬 페이스북의 손을 들어줬다는 점이 앞으로 큰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국내 기업도 어떤 민·형사 사안이 터질 때 고의성을 증명할 물증을 잡기 어려운데 해외 기업의 고의성을 물리적으로 입증하기는 더욱 어렵다. 결국 이번 판례가 향후 항소재판 등에서도 굳어질 경우 앞으로 글로벌 CP들의 일방적 서비스 횡포에 면죄부를 주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당장 불똥은 페이스북 등에 대한 국내 망 이용료 부과 협상으로 튀게 됐다. 국내 통신사들은 페이스북과 같은 글로벌 CP들이 한국에서 기업당 많게는 연간 수조원씩의 매출을 가져가면서도 자사 서비스가 한국 통신망에 막대한 트래픽 부담을 지워 사회적 비용을 늘리는 데 대해서는 눈을 감은 채 무임승차해왔다며 이용료 부과를 주장해왔다. 이 같은 논란을 의식한 방통위가 공정한 질서를 세우는 방향으로 망 이용료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와중에 페이스북과의 1심 재판에서 패배하면서 입지가 위축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물론 방통위는 22일 판결 직후 입장문을 통해 이번 판결이 망 이용료 가이드라인과는 ‘별개의 건’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정보통신 업계는 방통위의 가이드라인이 글로벌 CP들의 ‘입맛’에 맞는 수준으로 짜일 공산이 적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방통위가 엄격한 가이드라인을 내놓아 글로벌 CP들이 반발, 다시 소송전이 벌어져도 방통위의 승소를 자신하기 어렵게 됐음이 이번 행정소송에서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를 바라보는 네이버·카카오 등 토종 CP들의 심정은 한층 복잡하다. 페이스북 등이 이번 판결에 한층 자신을 얻어 ‘국내 기업들의 역차별’을 해소하려는 방통위 등 당국의 정책에 비협조적으로 나올 경우 해당 역차별 해소 정책은 흐지부지되고 도리어 기울어진 운동장의 상황이 한층 고착화되거나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당면한 망 이용료 문제의 경우 방통위가 CP에 부과하는 방향으로 가이드라인을 내려도 글로벌 기업들은 지금처럼 소송으로 시간 벌기에 나서는 반면 당국의 행정적 감독권이 미치는 울타리 안에 있는 국내 CP들만 기존의 이용료 부담을 계속 지게 되는 상황이 고착화될 수 있다.

따라서 방통위가 가이드라인 발표를 기존의 스케줄에 얽매여 서두를 게 아니라 앞으로의 항소 일정 및 판결 전망에 대한 면밀한 재계산을 한 뒤 해당 판단에 맞춰 발표 시점과 내용을 정교하게 조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방통위는 늦어도 연말까지는 망 이용 대가 산정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 예정이다. 국내 CP들은 페이스북 등 해외 CP들에 대한 이용료 부과가 계속 불발될 경우 자신들의 이용료 부담을 경감해달라는 방향으로 국내 통신사들과 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데 이런 부분이 가이드라인에 반영될지 등을 방통위가 보다 세심하게 살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은 우리의 행정주권 밖에 있는 역외 사업자들에 대한 정책 및 감독 당국의 대응 한계를 재확인해준 사례라는 점에서 과징금 이외의 조세 및 준조세 부과 차원에서도 향후 여파가 미칠지 주목된다. 현재 구글 유튜브 등에 대해 국내 지상파 방송사 등처럼 방송통신발전기금상의 법정 분담금을 징수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방송계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고 관계 당국도 그 가능성 여부를 좌고우면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대해서도 해당 글로벌 CP 등이 법정 대응으로 시간을 끌며 국내 정책당국의 진을 빼놓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페이스북 행정1심 재판에서의 방통위 패인을 관계 당국들도 면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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