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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락장에 '리픽싱' 봇물...CB 투자자들 좌불안석

6월 100건 → 8월 165건 매달↑

한달 새 76% 폭락한 신라젠 등

전환가액 못미치는 주가 상당수

수익 커녕 원금 건질지도 불투명

투자자 보호 위한 대책마련 필요





주식시장이 대내외 악재로 하락세를 이어가자 기업들이 전환사채(CB)의 전환가액을 조정하는 사례가 급증해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전환가액 조정에도 주가가 이를 밑도는 경우가 많고, 상장사 실적 악화로 주식전환은 물론 원금 상환 여부 또한 불확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상장사들이 전환가액의 조정을 공시한 건 수는 지난 6월 100건에서 7월 138건, 8월 165건으로 늘었다. 지난해 6월 83건, 7월 118건, 8월 111건보다 크게 증가한 수치다.

증시 부진으로 주가가 조정을 받으면서 일정 기간마다 전환가를 조정하는 리픽싱 조항에 따라 전환가를 하향 조정하는 기업이 많아진 것이다. 물론 전환가액이 낮아지면 이에 맞춰 전환 가능 주식 수 또한 늘어나지만, 주가가 전환 가액에 못 미치는 경우에는 의미가 희석된다.

CB는 투자자들이 정해진 비율로 이자를 받다가 주가가 오르면 전환가에 주식으로 전환해 추가 이익을 거둘 수 있어 매력적인 투자처로 꼽혔다. 대부분의 CB발행은 미래에 주가가 오를 것으로 기대되고, 신용도는 낮지만 성장성 높은 코스닥 기업 중심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코스닥 지수가 올 들어서만 10% 가까이 급락하는 등 상장사 주가가 속수무책으로 떨어지면서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는 관측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신라젠(215600)이다. 신라젠은 면역항암제 ‘펙사벡’의 임상 3상 중단 권고 이후 검찰의 압수수색까지 겹치며 주가가 8월 한달 간 76%나 폭락했다. 신라젠의 CB는 두 차례의 전환가액 조정을 거쳐 제한 한도인 4만9,078원까지 내려왔지만 현 주가는 1만500원으로 전환가액의 4분의 1에도 못 미친다. 대부분의 회사가 최초 발행가액의 70%까지 리픽싱이 가능하도록 제한하고 있는데, 기업들의 주가관리를 도모해 투자자 보호 기능을 했던 조항이 오히려 발목을 잡는 사태까지 벌어진 것이다. 2020년 3월부터 보통주 전환이 가능하지만 주가 회복 가능성이 희박한데다 투자자들이 대거 조기상환을 요구할 경우 매년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신라젠이 이를 상환할 여력이 있을지도 불확실해졌다.

이외에도 지난달 29일 에이치엘비생명과학(067630)이 전환가액을 제한 한도인 1만740원까지 조정하는 등 개인투자자가 몰린 바이오 기업들을 중심으로 리픽싱이 늘면서 우려의 목소리는 더 커지고 있다. CB 발행 당시인 지난 5월 1만6,000원까지 올랐던 에이치엘비생명과학 주가는 현재 7,160원으로 반토막 났다.

이에 CB 발행을 위한 신용등급 요건을 제한하거나 공시제도를 강화해 정보 제공을 늘리는 등 투자자보호를 위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전환사채의 경우 대부분 신용등급을 받지 않고, 투자자의 신용분석능력과 판단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는 문제가 있다”며 “투자자들이 기업의 성장 가능성과 신용도를 판단해 합리적으로 투자하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한나기자 han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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