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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마스터 넘어...글로벌 간편결제 선점 나선 하나금융

[리빌딩 파이낸스 2019] 금융, 미래를 경영하다

<3> 디지털로 무장...'네오뱅크' 도전

하나 간편결제 GLN 14개국 58개사 참여...글로벌 캐시리스시장 선도

신한 '퓨처스랩'·KB '스타터스' 등 핀테크 육성 플랫폼 구축 활발

골드만·JP모건 등 블록체인 스타트업에 과감한 투자로 활로 모색

김정태(오른쪽) 하나금융그룹 회장과 우동량 타이신금융그룹 회장이 23일(현지시간) 타이신 금융그룹 사옥에서 열린 ‘하나멤버스 대만결제 시범서비스’ 론칭 기념 행사에서 국내 최초로 출시한 전자지급수단 해외결제 서비스인 하나머니로 직접 결제해보고 있다. /사진제공=하나금융








“체크카드, 신용카드, 스위시(Swish)만 받습니다.” 스웨덴의 어느 상점에 들러도 흔히 볼 수 있는 문구다.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은 불과 몇 년 사이 버스나 지하철 표, 벼룩시장의 중고품조차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사는 ‘현금 없는(cashless)’ 도시로 완전히 변모했다. 스웨덴에서 일어나는 전체 상거래 중 단 1%에서만 현금이 사용됐고 현금에만 의존하는 인구 비중은 10%까지 줄었다. 여전히 현금 거래가 가능한 유통업체들도 오는 2023년까지 현금 결제를 중단한다는 방침이다. 자영업자들은 매일같이 돈을 세어가며 정산할 필요가 없어졌고 모든 거래가 온라인 기록으로 남게 돼 탈세 우려가 줄었다. 시중 은행들마저 현금을 갖고 있지 않다 보니 지난 2008년 210건에 달했던 은행 강도 사건이 지난해 단 2건으로 급감했다. 현금이 필요한 밀수나 마약·무기 거래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태어날 아이들은 인터넷·박물관에서나 종이 화폐를 구경하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이 같은 변화는 특히 은행권이 주도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릭스방크와 단스케방크·포렉스방크 등 시중 은행 6곳은 2012년 공동 모바일 결제시스템과 스마트폰 앱 ‘스위시’를 선보였다. 스위시의 이용률은 2014년 10%에 그쳤지만 지난해 62%까지 증가하며 국민 앱으로 자리 잡았다. 결과적으로 은행들은 전국의 자영업자와 기업들로부터 이전보다 더 많은 체크·신용카드 수수료 수익을 거두게 됐다. 스웨덴 은행들이 현금 없는 도시를 구현하고 나섰다면 국내에서는 KEB하나은행이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화폐 없는 시장’을 구축하는 데 도전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하나은행을 중심으로 ‘글로벌 로열티 네트워크(GLN)’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은행이 결제플랫폼 구축을 주도한다는 점에서 스위시와 유사하지만 14개국 58개사가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스케일은 훨씬 크다. “비자·마스터를 뛰어넘는 글로벌 머니 플랫폼을 구축하라”는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의 지시로 2년 전 처음 준비돼 온 GLN은 이미 대만과 태국에서 결제가 가능하고 연내 베트남·싱가포르 등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금융의 한 관계자는 “GLN은 전 세계 금융사와 유통회사·포인트사업자들을 하나로 연결해 모바일로 송금·결제할 수 있는 결제 플랫폼으로 전 세계를 잇는 결제 주도권을 확보하면 한국에서 제2의 비자·마스터가 탄생하는 것”이라며 “조만간 독립법인으로 출범해 글로벌 투자자금을 유치하고 제휴처를 확대하면 은행·카드·보험 등을 잇는 금융그룹의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선진 은행들이 전통 은행에서 벗어나 디지털과 접목해 ‘네오뱅크(Neo bank)’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국내 은행들도 적극 가세하고 있는 것이다.



핀테크와의 협력과 경쟁도 가속화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나 케이뱅크에 이어 간편송금서비스 토스나 온라인 자산관리서비스 뱅크샐러드 등 핀테크가 속속 생겨나면서 은행들도 이들과의 본격 경쟁에 나선 것이다. 과거와 같은 전통 은행만 고집하면 급변하는 환경에서 생존할 수 없다는 위기감도 투영됐다.

실제 하나은행은 거대 오프라인 은행이지만 핀테크를 접목해 모바일로 3분이면 대출이 가능하도록 한 ‘하나원큐신용대출’을 내놓았다. 기존 거래고객이 아니어도 회원가입·로그인·계좌개설 등의 절차 없이 본인 명의 휴대폰과 공인인증서만 있으면 3분 안에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상품으로 핀테크발 ‘1초 경쟁’이 기존 은행을 자극하는 촉매가 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토스나 뱅크샐러드가 보여준 기술력은 기존 금융사들이 보유한 기술력보다 결코 뛰어나지는 않지만 공급자 마인드로 똘똘 뭉쳐 있던 은행들에는 ‘콜럼버스의 달걀’ 같은 것이었다”며 “내수시장 자체가 작은 탓에 핀테크의 성장이 더디기는 하지만 핀테크가 불러온 금융권 전반의 혁신 효과는 상당히 크다”고 말했다.

핀테크 스타트업과의 협력도 필수 코스가 됐다. 신한금융그룹의 퓨처스랩, KB금융그룹의 KB스타터스, 하나금융그룹의 원큐애자일랩 등 주요 금융그룹들이 핀테크 육성을 위한 플랫폼을 구축하고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확대하는 것은 미래 생존을 위한 투자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은 수년 전 핀테크의 부상에 대해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이 은행의 식사를 빼앗으러 오고 있다”고 말했지만 은행들은 협업으로 시너지를 내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대형 금융사들의 핀테크 인수합병(M&A)이 최근에야 허용됐지만 해외에서는 핀테크와의 합종연횡이 활발하다.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는 2017년 핀테크 스타트업인 위페이를 인수했고 올해도 미국 은행 중 가장 많은 액수인 114억달러(약 13조8,000억원)를 정보기술(IT) 부문의 예산으로 책정한 상태다. 예산의 상당 부분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금융서비스 강화에 사용될 예정이다. 블록체인에 대한 투자도 과감하게 이뤄지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암호화폐 스타트업 ‘서클’, 블록체인 스타트업 ‘빔’ 등에 수천만, 수억달러를 투자하며 새로운 시장을 탐색하고 있다. 지난달 20일(현지시간)에는 애플·마스터카드와 손잡고 애플페이에 특화된 ‘애플 카드’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 밖에 모건스탠리는 2월 1조원에 사들인 솔리움캐피털을 통해 보다 업그레이드된 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본의 미즈호파이낸셜그룹은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인 라인과 손잡고 인터넷은행 ‘라인뱅크’의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금융컨설팅기업 셀렌트의 예측에 의하면 전 세계 은행의 IT 관련 지출은 2018년 2,611억달러(316조원)에서 2021년 2,965억달러(358조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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