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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의 시대'에 영원히 멈춰있을 것 같은 로맨틱하고 섬세한 감수성의 카이를 만나다





“당신이 듣고 싶어하는 말과 내가 당신에게 전해야만 하는 말이 다를 때, 나는 가만히 당신의 손을 잡겠다. 때론 가벼운 눈짓 손짓 하나가 세상이 무너지는 것만 같은 순간에서 단 하나의 구원이 된다.”

뮤지컬 ‘벤허’에서 유다 벤허 역을 맡아 한창 공연 중이고, 오는 11월부터는 ‘레베카’ 무대에 오르는 카이의 현재의 고민이 담긴 말이다. 그가 좋아하는 책 ‘지금 여기를 놓친 채 그때, 거기를 말한들’ 중 ‘구원’의 일부인데,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으면서 거절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때 떠올리는 말이라고 한다.

1981년 생인 카이는 올해 한국 나이로 서른 아홉 살이다. 서울대 성악과 출신인 그는 팝페라 가수로 화려하게 데뷔한 이후 이제는 뮤지컬 톱 배우의 자리에 올랐다. 높이 올라온 만큼 모든 단계에서 적절하게 수용하고 또 적당히 거절하며 이 자리를 만들어냈을 것이다. 꽃을 좋아하고, 오늘 따라 더 아름다워 보이는 누군가가 있다면 사심 없이 ‘오늘 정말 아름다워요’라고 말할 줄 아는 섬세한 그에게 거절이란 정말 하기 어려운 결심이라고 했다. 거절할 상황에서도 가만히 손을 잡아준다거나 혹은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게 그의 바람이라고도 한다.

뮤지컬 ‘엑스칼리버’ 프레스콜 행사가 열린 6월 18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배우들이 열연하고 있다. ‘엑스칼리버’는 색슨족의 침략에 맞서 혼란스러운 고대 영국을 지켜낸 신화 속 영웅 아더왕의 전설을 재해석한 작품이다./오승현기자


뮤지컬 ‘엑스칼리버’ 프레스콜 행사가 열린 6월 18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배우들이 열연하고 있다. ‘엑스칼리버’는 색슨족의 침략에 맞서 혼란스러운 고대 영국을 지켜낸 신화 속 영웅 아더왕의 전설을 재해석한 작품이다./오승현기자


카이는 여름에는 올해 최고의 대작인 ‘엑스칼리버’에서 아더 역을 맡았다. 리허설, 실제 공연 등 일정을 감안하면 일 년 내내 쉴 틈이 없어 보인다. 실제로 쉴 시간이 많지 않은 그이지만 틈만 나면 하는 일이 있다. 바로 책을 읽거나 제주도로 향하는 것이다.

그가 책을 가까이 하게 된 계기는 이렇다. 책을 너무 읽지 않아서 친형에게 “야, 너 책좀 읽어”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는 그는 군대에 가서 독서광이 됐다. 특이하게도 군대에서 농사 짓는 보직을 맡은 그는 아침 일찍 농작물과 일과를 시작하고 나면 이후에 할 일이 없었다고 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책을 펴게 됐는데, 이 시기의 독서습관과 읽은 책은 그를 새로운 정기열(카이의 본명)으로 태어나게 됐다고 했다.‘필라델피아’와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이 이 시기에 읽은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라고 한다. “저는 학교 다닐 때도 수업 시간에 너무 농담을 많이 해서, 너는 왜 이렇게 진지하지 않냐라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그리고 굉장히 뚱뚱했거든요. 군대 다녀온 이후 저는 살도 많이 뺐고, 제 생각이 정말 딱지 뒤집어지듯이 완전히 뒤집어 졌어요.” 군대에서 읽은 책이 뮤지컬 스타 배우 카이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카이는 정말이지 다양하고 많은 책들을 읽고 있었다. 그동안 읽어왔던 책들을 통해 과거와 현재에 대해 이야기한 내용을 담은 신간 ‘스타의 서재’에는 ‘카이의 독서리스트’가 상세히 나와 있다. 21명(팀)을 인터뷰한 내용을 담은 이 책에서 가장 다양하고 많은 책을 읽은 이가 바로 카이다. 좋은 에너지를 전해준 ‘언어의 온도’부터 ‘개인주의자 선언’ ‘82년생 김지영’ ‘우리들의 파리가 생각나요’ ‘무엇인지 무엇이었는지 무엇일 수 있는지’ 등 그의 섬세한 감수성의 근원을 알 수 있는 책들이 가득하다. 또 그가 시간만 나면 가는 곳인 제주도 그리고 제주도의 서점이 어디인지도 조심스럽게 공개했다. “공항 근처의 후미진 곳에 있는 감성 서점이에요. 정말 추천하고 싶은데, 사람들이 너무 많이 가면 안되는…(웃음)”

‘스타의 서재’에는 ‘엄친아’ 모범생으로 보이는 카이가 실은 ‘모험 마니아’라는 것을 비롯해 학창 시절 어떤 학생이었는지, 여학생들에게 인기를 끌었던 비결, 그가 가장 사랑하는 단 한 권의 책이 무엇인지가 잔잔하게 담겨 있다. 조근조근한 그의 말투와 숨결이 모든 문장에서 느껴져 책장을 넘길 때마다 독자들은 카이와 한층 더 가까워졌다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더 나이가 들어서 감성과 감정이 무뎌지고, 더 이상은 상대방의 상처에 관심이 없어지고, 사랑의 본질과 감수성을 느끼는 게 불가능해 보이는 나이가 돼도 카이만은 이 모든 감성에서 무뎌지지 않을 것 같은 영원히 순수함을 잃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독자를 사로잡을 것이다. /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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