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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금리 내려도…매월 수조원 가파른 유입

[10분기 연속 정기 예금 증가]

경기 불확실성에 투자처 실종

몰려든 예금에 은행 고민 커져

'계좌 수수료' 도입 여부 등 주목





국내외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수신금리를 내려도 시중의 부동자금이 은행 정기예금으로 계속 몰려들고 있다. 증가 기간은 물론 매년 증가폭도 가팔라지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 증가가 심상찮다. 잔액으로만 652조원에 육박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와중인 지난 2009년 3·4분기부터 13분기 연속 늘었지만 이번에는 이미 10분기 연속 상승했다. 최장 기록 경신을 눈앞에 두고 있다. 특히 올 들어서만도 53조5,493억원이 정기예금으로 몰리는 등 증가 속도도 가파르다. 소득이 증가해 예금 등 저축성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 대부분 투자처를 잃은 피난자금으로 풀이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확실한 투자처를 찾기 전에는 위험성이 내포된 상품보다는 무조건 안전한 은행 예금을 선호하는 경향이 더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은 몰려드는 자금으로 고민이다. 대출수요가 많으면 반갑겠지만 국내 경기 부진 등으로 기업이나 가계가 쪼들리면서 자금수요가 급감해서다.

실제 은행들은 몰려드는 자금을 방어하기 위해 최근 잇따라 예금금리를 내려 1%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한은 경제통계 시스템에 따르면 은행권의 정기예금 금리(1년 만기 기준)는 올해 1월 평균 2.14%에서 꾸준히 떨어져 6월 평균 1.98%를 기록했다. 하지만 예금 유입 증가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다음달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은행의 예금금리 추가 인하는 가속화돼 사실상 ‘0%대 예금금리’에 진입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나은행은 ‘고단위플러스 금리확정형 정기예금(만기 1년 이상 2년 미만 기준)’의 금리를 1.45%에서 1.2%로 내렸다.



‘국내외 경기 부진→시중 자금 도피처로 은행 예금 쏠림 확대→예금금리 인하’의 악순환이 반복되다 보니 여유자금을 예금에 의존하는 은퇴자나 자산가들에게는 악몽이 되고 있다.

김재은 SC제일은행 투자전략상품부 이사는 “기업과 가계가 마땅히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하다 보니 은행 정기예금만 찾는 상황이 고착되고 있다”며 “은행의 수익성을 강화하기 위해 금융상품의 다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시중 자금의 유동성은 풍부해졌는데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경기 부진 업종 기업에는 ‘돈맥경화’가 악화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잘나가는 기업에는 은행들이 서로 대출해주려고 하지만 부진 업종 기업에는 서로 손사래를 치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우산을 빼앗지 말라’고 하지만 나중에 부실이 나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은행이 보수적으로 대출을 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유럽 등과 같이 예금을 하거나 채권을 사면 이자를 받는 게 아니라 보관료 개념의 수수료를 내는 이른바 ‘계좌 수수료’ 도입이 현실화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는 실정이다.

은행들은 이종산업과의 연대를 통해 몰리는 예금에 대한 ‘헤지’에 나서고 있다. 기존의 펀드나 방카슈랑스는 물론 정책 방향성이 분명한 리츠 등의 상품을 통해 비이자 수익 강화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기본금리는 은행이 제공하고 우대금리는 홍보를 원하는 제휴기업이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미 SC제일은행이 간판결제 업체 페이코와 제휴 적금상품을 출시했다. SC제일은행은 연 1.6%의 기본금리를 제공하고 페이코는 해당 상품 가입고객이 월 1회 이상 페이코 간편결제를 이용하면 연 1%, 무료 신용정보를 조회하면 연 0.5%의 우대금리를 페이코 포인트 형태로 제공한다. KEB하나은행도 신세계TV쇼핑과 손잡고 적금상품을 선보였다. 기본금리는 하나은행이 주고 우대금리는 신세계TV쇼핑이 자사몰에서 상품을 구매한 고객에게 캐시백 형태로 주게 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이 이종업종과 제휴해 제로(0) 예금금리 시대에 대비하는 모습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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