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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컬처] 가수도 배우도 척척…롱런의 정석 '연기돌'

'가수 출신' 이승기·배수지 남녀 주연 호흡

배우 입지 굳힌 임시완 작품마다 호평

윤아, 영화 '엑시트'로 900만 관객 동원

아이돌 짧은 수명 탓 연기자 병행 늘어

탄탄한 팬덤에 홍보 쉬워 제작사 선호

과도한 이미지 소모에 '발연기' 우려도

SBS 드라마 ‘배가본드’의 한 장면. /사진제공=SBS




‘가수가 무슨 연기’라는 비판은 옛말이 됐다. 바야흐로 아이돌 가수 출신 연기자를 일컫는 ‘연기돌’ 전성시대다. 올해 기대작인 SBS 드라마 ‘배가본드’의 남녀 주인공 이승기와 배수지도 모두 가수 출신이다. 최근 종영한 tvN ‘호텔 델루나’에서는 이지은(아이유)이 호텔 여사장 ‘장만월’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며 큰 사랑을 받았다. 현재 방영 중인 OCN ‘타인은 지옥이다’에서도 ‘제국의 아이들’ 출신 임시완이 주인공으로 활약하고 있다.

이 밖에 ‘걸스데이’ 출신 이혜리가 tvN ‘청일전자 미쓰리’로 드라마 주연 자리를 차지했다. ‘AOA’ 출신 김설현도 JTBC ‘나의 나라’로 찾아온다. 연기돌들이 활약하는 것은 영화에서도 마찬가지다. ‘소녀시대’ 출신 임윤아가 주연을 맡은 영화 ‘엑시트’는 900만 관객을 모으며 화제가 됐다. 25일 개봉한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에는 샤이니의 최민호가 출연했다.

아이돌은 수명이 짧은 만큼 1세대 아이돌부터 가수 활동 후 연기나 예능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인지도가 높은데다 탄탄한 팬덤으로 화제가 되다 보니 영화·드라마 제작자들도 선호한 게 연기돌 탄생의 배경 중 하나다. 좋은 평가를 받은 연기돌의 경우 노래도 잘하고 연기도 잘하는 멀티 엔터테이너로서 재조명되기도 한다. 임시완이나 엑소(EXO)의 도경수(디오)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연기력 논란이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단순히 화제성에 기댄 채 연기 실력이 떨어지는 몇몇에게는 ‘발연기’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한다.

OCN ‘타인은 지옥이다’에 출연하고 있는 임시완. /사진제공=OCN


◇아이돌과 제작사 니즈 맞아 떨어져 탄생한 ‘연기돌’= 가수가 연기자로 변신하는 일은 과거에도 있었다. 가수 남진이나 나훈아의 경우 1970~80년대 영화에 많이 출연했지만 노래 인기 덕분이었고 본업과는 거리가 멀었다. 본격적으로 ‘연기돌’이라고 할만한 이들이 등장한 것은 핑클, H.O.T.와 지오디(god) 등 1990년대 아이돌을 기업 시스템으로 발굴해 성장시키면서부터다. 최근 JTBC ‘캠핑클럽’에 출연해 화제가 된 걸그룹 핑클 멤버 성유리와 이진도 가수 활동 후 자연스레 연기로 길을 돌렸다. 하지만 2000년대 중후반 만해도 배우와 가수의 구분이 어느 정도 명확했던데다가 “가수가 무슨 연기냐”며 색안경 끼고 보는 경우가 많았다. 성유리는 2003년 드라마 ‘천년지애’에서 연기력 논란에 시달렸으며, 이효리도 2005년 드라마 ‘세잎클로버’의 주연으로 출연했지만 시청률과 연기력 면에서 모두 아쉬움을 남긴 바 있다.

아이돌이 배우가 되거나 예능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 이유는 아이돌의 짧은 수명 때문이다. 가수로서 정상을 유지하는 일은 쉽지 않으며 댄스 가수의 경우 특히 오랫동안 활동하기 힘들다. 여기에 드라마나 영화 제작사들이 쉽게 화제가 되는 이들을 선호하면서 연기돌 등장이 활발해졌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아이돌은 높은 인지도에 비해 짧은 활동수명을 가진다”며 “개인 활동으로 전환해야 하는 필요성과 인지도가 필요한 제작사의 요구가 맞물리며 연기돌이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예전보다 가수와 배우간의 구분이 희미해진 것도 연기돌 탄생의 배경이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과거와 달리 이제는 가수와 배우, 예능인의 영역을 구분하기보다는 대중의 인기를 얻을 수 있는 지점에서 진입하여 확장하는 형식”이라며 “그 지점이 노래인 경우가 많다”고 평했다. 드라마 제작 편수는 편성이 정해져 있는 만큼 한없이 확장할 수 없지만 가요 산업은 드라마나 영화보다 상대적으로 시장이 크기에 가수 출신 배우들이 늘었다는 것이다.



연기하는 아이돌이 많아지면서 기획사에서도 아이돌의 연기 수업을 상황에 맞게 자주 진행하고 있다. 엔터업계 한 관계자는 “회사마다 조금씩 사정이 다르지만 아이돌 멤버 중 연기를 시키고 싶은 멤버가 있거나 본인이 연기에 대한 뜻이 큰 친구들을 시키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간혹 단기로 음악 무대에서의 감정 표현, 표정 등을 향상시키기 위해 연기수업을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영화 ‘엑시트’ 주연을 맡은 ‘소녀시대’ 출신 임윤아(왼쪽).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연기돌’의 명암…화려한 주목받지만 연기력 논란=아이돌이 배우로 변신한 것만으로도 화제가 되고 팬들 입장에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그룹의 멤버가 출연한 작품을 찾아보기에 시청률 상승이나 영화 흥행에 큰 도움을 주기도 한다. 팬이 아닌 시청자들이나 관객 입장에서도 어느 정도 얼굴이 알려진 가수 출신의 배우가 등장하면 익숙함을 주는 효과도 있다.

1세대 아이돌 중 지오디 출신 윤계상과 베이비복스 출신 이희진 등은 ‘가수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서서히 떨쳐내고 배우로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다. 윤계상은 영화 ‘범죄도시’와 ‘말모이’등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후 작품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며, 이희진은 JTBC ‘품위있는 그녀’, SBS ‘황후의 품격’ 등 드라마에서 꾸준히 얼굴을 알리고 있다.

연기돌의 연기력이 호평받는 경우 대중들이 그를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멀티 엔터테이너로서 재평가하기도 한다. 영화 ‘변호인(2013)’에서 고문받는 대학생 박진우 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 임시완과 인기 아이돌 멤버지만 배우로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엑소 멤버 도경수(디오)가 대표적이다. 스스로 5㎏을 감량할 만큼 연기에 열을 올린 임시완은 ‘변호인’을 통해 1,000만 관객의 명예를 얻었으며 이후 드라마 ‘미생’에 출연해 연기돌의 이미지를 굳혔다. 도경수는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를 시작으로 ‘백일의 낭군님’과 영화 ‘카트’ ‘순정’ ‘형’ ‘신과함께’ 시리즈와 ‘스윙키즈’ 등에 출연하면서 연기자로서 호평받았다.

하지만 모든 연기돌의 연기가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아니다. 재능이 아닌 필요에 의해 시작한 만큼 연기력이 아쉬움을 남기는 경우가 많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연기와 노래, 모두 잘 소화하는 아이돌이 많고 이를 발굴한다는 긍정적 요소는 분명히 있다”면서도 “마케팅으로 소비되는 경우가 있어 우려스러운 측면이 있고 열심히 연기하는 연기자들이 맥빠지게 하는 면도 있다”고 평했다.

공 평론가는 “노래로 정상의 위치에 올랐다가 연기를 재미삼아 확장하는 정도에 머문다면 연기력이 아쉽다는 평이 이어질 수 있다”며 “자신의 존재를 배우로 확립할 것인지, 아니면 만능 대중예술가가 될 것인지는 연기돌 본인의 몫”이라고 평했다.
/김현진·한민구기자 sta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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