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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주고 약주는' 日 소비세율 인상..이번에도 찬물만 끼얹나

■ 아베 새 내각 첫 경제 시험대 향방은
두차례 연기끝에 내달부터 10%로
경감세율도 함께 적용한다지만
장소·결제수단따라 달라 혼란만
보조금 받으려 때아닌 減資 행렬도
소비심리 악화 속 대내외 변수 많아
5년전 '세율 인상 후 침체' 재현 우려

  • 송주희 기자
  • 2019-09-27 17:37:23
  • 기획·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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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주고 약주는' 日 소비세율 인상..이번에도 찬물만 끼얹나

지난 24일 일본의 생활잡화 매장인 돈키호테 롯폰기점. 매장 곳곳에는 ‘8% 가격할인’이라는 문구가 적힌 광고물이 붙어 있다. 돈키호테는 오는 10월 소비세율 인상을 앞두고 현행 세율(8%)만큼의 금액을 할인하는 대형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쌀 때 미리 사두자’는 소비심리를 겨냥한 마케팅이다. 매장에는 쇼핑카트에 샴푸와 화장실 휴지 등 생필품을 가득 담은 고객들이 적잖이 눈에 띄었다.

일본이 다음달 1일부터 소비세를 현행 8%에서 10%로 인상하기로 하면서 소비심리 위축과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소비세 인상 이후의 일본 경기 동향은 11일 개각 이후 구성된 아베 신조 내각의 첫 경제 시험대라는 점에서 소비심리의 향방에 열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아베 정부는 소비세율 인상의 타격을 줄이기 위해 경감세율을 함께 시행할 예정이지만, 복잡한 적용기준은 오히려 현장의 불만만 키우고 있다. 일시적인 소비위축을 막기 위해 정부가 대응책으로 내놓은 감면세율은 상황에 따라 다르다. 예컨대 식료품은 매장에서 먹을 경우 10%, 테이크아웃(포장)의 경우 8%가 각각 적용된다. 호텔 객실 내 음료(8%)와 호텔 식당 내 음료(10%) 등 감면 세율 적용 대상의 구분도 애매하다. 이렇다 보니 소비자들은 복잡한 세율기준에 ‘쇼핑할 때마다 퀴즈를 푸는 것 같다’는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국민들의 불만은 수치로도 드러난다. 산케이신문과 후지TV가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공동 여론조사에서 10명 중 6명(59.4%)은 ‘소비세율 인상에 따른 경기악화가 걱정된다’고 답했고, 81.1%는 ‘인상과 맞물린 경기대책이 충분하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경감세율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32.5%는 ‘그다지 잘 이해하지 못했다’, 8.5%는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소비진작책으로 2020년 6월까지 한시 시행되는 ‘포인트 환원’ 제도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이 제도는 물건을 살 때 신용카드나 스마트폰 QR코드 등 비현금 수단으로 결제하면 세율 일부를 정부가 보조해 돌려준다는 것인데, 어느 매장에서 어떤 형태로 구매하느냐에 따라 실질적용 세율이 달라진다. 중소점포에서는 세금 포함 가격의 5%, 대형체인 프랜차이즈에서는 2%에 해당하는 포인트를 정부 보조로 환급받지만, 대기업 계열의 슈퍼마켓이나 백화점은 포인트 환원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게다가 계산 시 내야 할 돈에서 포인트로 금액을 바로 빼주는 곳이 있는가 하면, 쇼핑 후 20일을 전후해 포인트를 적립해주는 곳, 포인트 적립 없이 제품의 실질가격을 인하하는 곳 등 판매·결제 업체마다 환원방식도 제각각이다.

소비세율 인상은 업계에 때아닌 감자(減資) 행렬을 촉발하기도 했다. 감자는 통상 적자가 이어져 손실이 누적됐을 때 취하는 절차지만, 환원 포인트 차에 따른 집객 편중 우려가 커지자 기업들이 정부 보조를 받기 위해 ‘절세용 감자’를 단행하고 있다. 특히 자본금 5,000만엔 이하 중소기업의 경우 정부가 포인트 환원은 물론 비현금 결제를 위한 단말기 보조금도 지원한다는 이유로 불필요한 감자에 나서는 사례가 적지 않다. 조사 업체 데이코쿠데이터뱅크에 따르면 올해 들어 7월 말까지 감자에 나선 기업은 412곳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52곳) 대비 크게 불어났다.

정부가 소비세율 인상 이후 제품 가격 설정을 ‘업체 자율’에 맡긴 데 따른 부작용 발생 우려도 크다. 가격을 올리지 않는 대신 인상 시 얻을 수 있는 수익분을 하청업체에 전가하는 사례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모든 논란을 떠나 가장 중요한 이슈는 세율 인상 이후의 경기다.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에서 각종 복지재원 조달을 위한 증세는 불가피하다. 그러나 2014년 소비세율 인상 당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혹독한 경기침체를 겪은 탓에 이번에도 ‘2014년의 악몽’을 우려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 특히 소비세 인상 이후 쏟아질 각종 지표는 가을 임시국회와 다음 중의원선거, 더 나아가 아베 정권의 장기집권에도 영향을 미칠 대형변수다. 아베 총리가 두 차례의 연기(2015·2017년) 끝에 소비세율 인상을 추진하면서 ‘충분보다 더 충분한 대책’을 강조한 이유이기도 하다.

문제는 일본을 둘러싼 국내외 경제상황이 만만치 않다는 데 있다. 앞서 내각부가 발표한 8월 소비자동향 조사에서 소비자의 심리상황을 나타내는 소비자태도지수는 전월 대비 0.7포인트 하락한 37.1에 그치며 14개월 연속 마이너스(전년동월 대비) 행진을 이어갔다. 게다가 최근 미중 무역전쟁과 유럽의 경기둔화, 한일 통상갈등에 이르기까지 일본을 둘러싼 경제환경은 녹록지 않다. 한 세법 전문가는 “경제환경이 지금보다 나았던 시기에 두 차례나 인상을 미뤘으면서 지표가 눈 뜨고 볼 수 없을 지경인 지금 4조6,000억엔에 달하는 증세를 강행하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혹평했다. 야당인 입헌민주당은 가을 임시국회에서 소비세율을 8%로 되돌리는 법안을 제출하겠다며 공방을 예고했다.

가우치 다카히데 노무라종합연구소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7년간 아베 정권의 경제정책은 세계 경제의 장기회복이라는 강한 훈풍에 힘입어 선전한 측면이 크다”며 “이 순풍이 멈추는 시점에서 시행되는 경제정책(소비세율 인상)이 국민으로부터 공정한 평가를 받게 되는 것은 지금부터”라고 밝혔다. /도쿄=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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