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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워치]NO재팬 '빛과 그림자'

'SPA왕' 유니클로 끝모를 추락

닛산 등 신규등록수 60% 급감

국산은 반사이익에 호황이지만

"애국에 기댄 소비는 한계" 지적도





#한글날인 오는 9일까지 징검다리 연휴를 보내게 된 직장인 강혜민(36·가명)씨는 휴가지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몇달 전이었다면 망설일 필요도 없이 일본행 비행기를 예매했을 테지만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이 본격화된 후 강씨의 사고회로는 일본과 관련된 모든 것을 거르고 있다. 강씨는 “이전에는 도쿄·오사카 등 대도시부터 돗토리·가고시마 등 소도시까지 섭렵했을 정도로 일본 여행을 즐겼다”면서 “3일 도쿄로 떠나 7일에 돌아오는 비행기 가격이 왕복 30만원 초반대로 같은 기간 블라디보스토크행 비행기(37만원)보다 저렴하지만 시국이 시국인 만큼 일본 여행은 가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9일이면 일본 정부가 반도체 핵심소재의 대(對)한국 수출규제를 결정한 지 100일이 된다. 이에 맞서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이 ‘체화’ 수준에 이르면서 소비지형이 변화하고 있다. 식품·패션·자동차·관광 등 일본의 대표적 산업군이 치명타를 맞은 가운데 이를 대신하는 K브랜드는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대표적으로 SPA 브랜드의 ‘왕’으로 군림했던 유니클로가 끝 모를 추락을 이어가고 있다.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일본 패스트리테일링그룹 임원이 한국인의 불매운동을 비하하는 듯한 발언을 하며 유니클로를 찾는 발길이 뚝 끊겼다. 지난 7월부터 9월 말까지 A백화점에 입점한 유니클로 전 매장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나 급감했다.

10년간 수입맥주 1위를 굳건히 지켜온 일본 맥주도 중국 맥주에 자리를 빼앗겼다. 8월 일본 맥주 수입액(약 2억6,300만원)은 전년동기 대비 34분의1로 고꾸라지며 전체 수입맥주 중 13위를 기록했다. 한 편의점주가 일본 맥주를 비롯한 일본산 식품을 한데 모아 ‘아베산’이라고 비난하며 판매를 거부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한때 독보적 1위였던 일본산 맥주의 매출 비중이 지금은 1%밖에 되지 않는다”며 “점주들이 아예 발주조차 하지 않는 상황이라 진열대에서 일본 맥주를 찾아보기 힘들어졌다”고 했다.



일본산 자동차도 타격을 받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 브랜드 승용차의 신규 등록 건수는 지난달 동기보다 60%가량 급감했다. 일부 극단적 소비자는 불매운동 이후 구매한 것으로 추정되는 일본 자동차를 공격하기도 했다. 9월1일부터 새로 등록한 차량의 번호판 숫자가 7자리에서 8자리로 늘어나면서 8자리 숫자를 단 일본차를 ‘매국노’ 차량으로 규정하고 낙서·파손 등의 테러를 가한 것이다.

사그라지지 않는 불매운동 열기에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K브랜드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후리스’를 고유명사화할 정도로 독보적이었던 유니클로가 고전하는 사이 탑텐 등 국내 패션 브랜드가 ‘가성비’를 갖춘 플리스 제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H&B스토어 곳곳에서는 ‘메이드 인 코리아’를 강조하기 위해 태극기 표시를 단 화장품 브랜드가 발견된다.

불매운동 장기화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산업생태계가 얽히고설킨 만큼 국내 산업에도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애국심에 기댄 생산과 소비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병기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발적으로 불매운동에 참여하는 경우와 달리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일본 제품을 구매할 수 없다면 개인 소비자의 후생이 손실됐다고 볼 수 있다”며 “국내 산업의 발전과 현재의 유리한 상황을 연장하기 위해서라도 국내산 제품의 품질 향상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허세민기자 s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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