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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모탈] 퇴근한 뒤 배민 커넥트로 출근! 4시간 일하고 번 돈은?

세모탈 : 세상의 모든 탈것들의 이야기

'크라우드소싱 배달' 배민 커넥트 체험기



‘배달의 민족’ 크라우드소싱 서비스 ‘배민 커넥트’ 근무 시작 전 기자의 모습.




#지난 월요일(7일) 저녁 7시, 기자는 난생 처음으로 음식 배달 일에 나섰다. 배달 가방을 등에 지고 길을 나서기까지 걱정도 많이 됐다. 긴장 반, 기대 반으로 앱을 실행하고 ‘업무시작’을 알리자 곧바로 여러 음식점에서 배달 주문 요청이 쏟아졌다. 그중 가까이 있는 아는 식당 이름이 보여서 떨리는 마음으로 ‘배차요청’ 버튼을 터치했다.

이 글은 요즘 광고에서 많이 보이는 ‘배민 커넥트’를 짧은 시간 체험하고 남기는 후기다. 배민 커넥트는 일반인도 음식 배달 일을 잠깐씩 수행할 수 있는 크라우드소싱(Crowd Sourcing, 기업활동 대중 참여) 서비스를 말한다. 배달앱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주)우아한형제들 계열사 ‘우아한청년들(배민라이더스)’이 지난 7월에 도입한 일반인 배달 시스템이다. “내가 원할 때, 달리고 싶은 만큼만!”을 강조하고 있다. 일단 이 코너의 취지가 ‘뭐든지 타보자’인 만큼 그 첫 순서로 배민 커넥트 라이더가 돼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내심 ‘워크맨’ 장성규 느낌도 내고싶었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기자는 이날 저녁 7시부터 4시간 가량 서울 마포구 합정동 일대에서 총 배달료 4만 5,500원을 벌었다. 배달은 설렁탕, 삼겹살, 간장게장, 커피, 해물파전, 초밥세트 등 총 9건을 수행했다.(대한민국에선 정말 배달 못하는 게 없구나 생각했다.) 참, 기자가 선택한 배달 수단은 집에서 먼지만 쌓이던 본인 자전거다. 이번 주부터 날씨가 쌀쌀해졌다고 했었나, 이날 4시간 일하고 온몸은 땀으로 가득했다.

■ 라이더 되기 전 1단계, 앱 사용법 익히기

만 19세 이상, 자전거나 전동킥보드, 오토바이가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그전에 교육 수강은 필수다. 먼저 온라인으로 라이더 지원을 하고, 원하는 날짜와 원하는 배민 지점에서 사전 교육을 받아야 한다. 기자는 지난주에 라이더 신청을 미리 해두었고 지난주 금요일, 퇴근 후 교육 장소로 찾아갔었다.

그날은 20대, 30대 건장한 남성 지원자 6명이 모였다. 관계자로부터 1시간 동안 배달앱 사용법, 주문받는 법, 배달 시 주의사항, 대처방법, 안전교육 등을 꼼꼼히 배웠다. 눈을 반짝거리며 궁금한 점을 묻는 열띤 지원자도 있었다. 모든 교육이 끝나면 사진 촬영과 계약서를 작성하게 된다. 계약서에는 ‘갑’인 회사 측과 ‘을’인 라이더의 의무사항을 몇 가지를 안내하고 있었는데, ‘을’의 귀책 사유로 제3자인 음식점이나 ‘갑’에 손해가 생기면 ‘을’이 비용으로서 모든 책임을 진다는 내용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모든 교육과 절차가 끝나면 배달 키트를 제공 받게 된다. ‘배민 커넥트’라고 적힌 민트색 커다란 보냉 가방, 안전을 위한 경량 헬맷과 비 올 때 입는 우의, 소지품을 넣을 수 있는 크로스백 등이다. 3만원의 보증금을 냈다. 지급 물품이 훼손되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다.

배민 센터에서 지급해 준 배달 키트. 헬맷이 머리에 맞지 않았다. 교육을 받고서 바리바리 싸들고 집에 들어왔더니 아내가 안쓰러운 표정으로 바라봤다.


■ 자, 이제 배달 시작! 어라, 이거 만만치 않네

다시 지난 7일 저녁, 첫 업무 시작을 앞두고 지급 받았던 가방과 크로스백, 헬맷을 착용했다. 헬맷은 머리에 맞지 않아서 집에 있던 걸로 대체했다. 우의를 입을까 말까 잠시 고민했다. 이날은 태풍 여파로 비가 세차게 내리던 날이었고, 저녁에는 다행히 비가 그친 상태였다. 우의는 내려놓고 배달 가방용 방수덮개만 챙겼다. 사람은 젖어도 되지만, 음식은 젖으면 안 되니까.

떨리는 마음으로 앱을 실행해 업무 시작을 알렸다. 내 위치 근처 음식점에서 콜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가만히 보고만 있었더니 이내 콜이 사라진다. 다른 라이더에게로 기회가 넘어간 것이다. 그러길 몇 차례, 근처 아는 식당 이름이 보이길래 냉큼 수락 버튼을 눌렀다. 배차 요청을 한 뒤에는 해당 가게까지 이동하는 소요 시간을 계산해 ‘조리 주문’을 넣어야 한다. 집 바로 앞이라 ‘5분’이 소요된다고 체크했다. 이 모든 과정은 음식점과 주문 고객에게 실시간으로 전송된다. 가게에 도착해서는 배운 대로 “안녕하십니까, 배달의 민족입니다!”를 외쳤다. 조금 기다리니 음식 포장이 나왔다. 돈까스와 물막국수였다. 주문번호와 주문내용, 주문가격 등을 확인한 뒤 ‘픽업 버튼’을 누르고 가게를 다시 나섰다.

한가지 문제가 있었다. 기자의 자전거가 ‘사이클’이란 점이다. 배달 가방은 등에 짊어지는 방식이다. 사이클을 타면 등과 가방이 지면과 수평이 되면서 음식이 쏟아질 것만 같았다. 처음엔 가방을 손에 들고 이동했는데 자꾸 바퀴에 치어 불편했다. 최대한 등을 꼿꼿히 세우는 수밖에 없었다. 만약 음식이 쏟아진다면 2만원 넘는 주문금액을 ‘을’인 내가 다 물어야 할 터였다.

드디어 배달지에 도착했다. 조심해서 그런지 음식은 멀쩡했다. 배달 완료앱을 보니 최초 주문 수락에서 배달까지 총 27분이 걸렸다고 표시됐다. 첫 번째 배달로 번 돈은 5,500원이었다. 건당 배달료 5,000원에 우천시 할증 500원까지 더해진 금액이다.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다. (이때는 몰랐다, 자신감이 아닌 자만이었음을...)

배달 시간이 초과됐다. 빨간색 글자를 보니 심장이 바짝 조여왔다.


■ ‘이중배차’ 함부로 했다가 후회했습니다

사전 교육 때 배운 게 있다. 배달 일이 숙달되면 ‘이중배차’를 통해 한번에 두 개의 음식을 배달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내용이다. A지역에서 B지역으로 단번에 두 개의 음식을 배달하면 그만큼 이득이다. 배달료는 건 당 책정되기에, 단번에 1만원의 배달료를 챙길 수 있다.



첫 배달에서 자신감을 얻은 기자는 또 한 번의 배달 성공으로 확신을 얻은 뒤 세 번째, 네 번째 배달 때 ‘덜컥’ 이중배차를 누르게 됐다. 홍대 주차장 거리의 한 음식점과 합정역 인근 음식점에서 각각 음식을 픽업한 뒤 각각의 배달지로 이동할 심산이었다. 우선 거리상으로 가까운 홍대에서 부침개를 픽업하고 합정역으로 넘어갈 생각이었다. 합정역 음식점과 배달지는 다 부침개 배달 루트와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합정역 주문 화면에 픽업 시간을 아주 넉넉히 20분으로 체크해두고 홍대로 이동했다. 픽업 시간을 느슨하게 잡는다는 것은 음식 조리 시간을 늦춘다는 의미다.

그런데 이번엔 홍대에서 문제가 생겼다. 음식을 픽업하러 갔더니 사장님의 표정이 안 좋았다. 주문이 많이 밀려있는 듯했다. 별다른 설명도 없이 기다리라고만 했다. 한동안 주방에서 나오는 모든 음식은 홀 단체 손님에게 전달됐다. 시간은 10분, 20분 계속 흘러갔다. 합정역쪽 음식점에선 이미 조리가 끝나도 한참 전에 끝났을 터였다. 앱에서는 음식 픽업시간이 초과됐다고 ‘빨간 글씨’로 표시됐다. 마음이 조마조마해졌다.

주문 음식을 기다리며 찍은 셀피 사진. 표정은 밝지만 마음은 조마조마했다.


겨우 음식을 받아내고(?) 합정역으로 이동했다. 경사로에서 자전거 속도를 내려했더니 다리가 후들거렸다. 허리와 어깨도 너무 아팠지만 속도를 늦출 순 없었다. 입도 바짝바짝 말라 갔다. 가까스로 합정역에서 음식을 받은 뒤 배달지인 인근 홍대의 한 호텔로 급히 내달렸다. 이 주문의 배달 시간도 이미 많이 초과한 상황. 중간에 잠깐 인도로 이동했는데(원래는 인도로 가면 안 된다.) 보도블럭에 바퀴가 끼어 넘어질 뻔한 적도 있었다. 가슴을 쓸어내릴 새도 없이 호텔 로비까지 발을 구르고 또 뛰었다.

또한 호텔에선 손님이 로비로 내려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손님이 내려오는 그 시간마저 너무 느리게 가는 듯했다. 그래도 음식을 전달할 땐 “손님, 늦어서 죄송합니다”라며 고개가 자동으로 연거푸 숙여졌다. 두 번째 배달지로 이동하면서는 결국 너무 늦어진 탓에 손님께 전화를 걸었다. “손님, 제가 오늘 배달 일이 처음이다 보니 많이 해맸습니다. 금방 갈 테니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 이것 저것 배달해봤지만 ‘커피 주문’이 최고난이도

사실 총 9건의 배달 중에 이중배차 건이 하나 더 있긴 하다. 끔찍한 경험을 하고서도 돈의 유혹 앞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 것이다. 다행히 변수는 발생하지 않았고 그저 다리만 후들거린 채로 두 건의 배달을 동시에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저녁 9시가 넘어가자 배달 콜이 거의 없었다. 빵집에서 빵과 커피를 주문한 손님이 있어 가까스로 콜을 잡을 수 있었다. 커피가 음식 중에 가장 고난이도였다. 조금만 흔들려도 쏟아질 것임을 경험상 알기에, 배달 가방에 넣을 수도 없어 손에 들고 정말 조심히 이동해야 했다.

한번은 야식 배달을 하게 됐는데, 손님과 연락이 안 되는 상황도 있었다. 아무리 벨을 눌러도, 문을 직접 두드려도 인기척이 없었다. 교육 때 배운 매뉴얼에 따르면 여러 번 연락을 해보고 정 안 되면 문 앞에 둘 수 있다. 문 앞에 둘 수 없으면 1시간까지 기다린 뒤에 폐기처분 할 수 있다. 이번 경우에는 전화를 5번 정도 한 뒤에 겨우 연락이 닿아 배달을 마칠 수 있었다. 그렇게 고객과 실랑이를 하는 동안 시간이 많이 지체됐다.



야간 주행 시 안전을 위해 자전거용 전조등, 후미등은 필수다. 그리고 자전거 바퀴에 바람도 미리 넣어두자.


그 뒤로 콜이 20분 가까이 없었다. 시간은 밤 11시가 다 되어갔다. 배달 건수 10건을 채우는 게 이날 목표였는데, 결국 9건으로 마무리해야 했다. 이날 수익은 총 4만 5,500원(여기서 산재보험료는 차감), 총 이동거리는 7.9km였다. 원래 체험을 많이 하고 기사를 쓸 요량이었지만, 몸에 진이 쫙 빠진 터라 슬그머니 다음 날 근무 신청에 대해 취소 버튼을 눌렀다.

*세상의 모든 탈 것들을 리뷰하는 ‘세모탈’ 코너를 시작합니다. 댓글로 알려주시면 뭐든 타보겠습니다.


/강신우기자 se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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