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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옥석 구분없는 깜깜이 투자..'고수익에도 안정적' 왜곡 인식도

[라임쇼크, 사모펀드 초긴장]

<중> 급성장 속 뒤탈..근본적 문제는

운용사 4년새 10곳→169곳 급증

설정액도 올 60조 크게 늘었지만

파생상품 등 위험자산 편입 확대

투자자보호 외면한채 수익만 쫓아

자격미달社 난립..신뢰 깎아먹어





올해만 총 설정액이 60조원가량 늘어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던 국내 사모펀드 시장에 위기의 경고등이 커졌다.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투자상품(DLF)의 원금 손실 파동에 이어 JB자산운용의 해외 부동산펀드의 현지 투자계약 위반,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환매 중단 사태 등이 연이어 터지면서다. 전문가들은 사모펀드 시장이 단기간에 급속도로 성장한 데 반해 질적 성장은 그만큼 뒤따라주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즉 사모펀드들이 그간 ‘높은 수익률’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검증되지 않은 위험 자산 등에 마구잡이로 손을 뻗치며 투자자 보호에는 무심했다는 비판이 커지는 상황이다.

1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7일 기준 국내 사모펀드의 총 설정액은 약 395조원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1월(335조원)보다 총 설정액 규모가 약 60조원이나 늘어난 것이다. 특히 사모펀드는 지난 2015년 말 총 설정액 약 200조원이었던 점과 비교하면 약 3년 10개월 만에 그 규모가 두 배 가까이 불어난 셈이다. 반면 공모펀드는 올해 1월 239조원에서 10월 현재 248조원으로 늘어 9조원가량 증가하는 데 그쳤다. 올해만 놓고 비교해도 사모펀드 성장이 공모펀드에 비해 일곱 배 가까이 된 셈이다.

사모펀드가 이같이 급격하게 성장한 것은 정부 정책이 뒷받침되면서다. 금융당국이 2015년 사모펀드 규제 완화를 본격적으로 시행하면서 성장에 불을 붙였다는 설명이다. 당시 금융당국은 사모펀드 운용사를 자기자본 60억원 이상을 대상으로 인가하던 것에서 자기자본 20억원 이상의 등록제로 전환했으며 운용 규제 등을 대폭 줄였다.

하지만 사모펀드의 외적 성장과 달리 내적 성장은 부실했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 금융감독원의 자료를 보면 전문 사모 운용사는 2014년 10개사에 불과했는데 2018년 169개사로 늘어났다. 또 신규 운용사의 상당수는 재무 구조가 부실하고 적자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자격 미달인 운용사들이 난립하고 시장의 신뢰를 스스로 깎아 먹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특히 사모펀드의 투자 행태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은 더 크다. 즉 고수익이라는 명목으로 투자 자산의 옥석을 제대로 가리지 않고 마구잡이로 포트폴리오로 편입하는 방식은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존 공모펀드에서 투자하지 못하던 분야까지 사모에서 손을 뻗으니 없던 문제가 생기는 건 당연하다”면서도 “하지만 국내 사모시장이 성장하는 만큼 각 투자자산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뒷받침됐는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사모펀드들은 그간 주식·채권 등과 같은 전통적 자산보다 부동산·대체투자·비상장사 등과 같은 곳의 투자 비중을 늘려왔다. 금투협 자료를 보면 부동산 투자의 경우 사모펀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6년 약 45조9,000억원에서 2019년 10월 현재 91조원까지 높아질 정도였다. 특별자산·파생상품 등도 사모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많게는 40조원가량 급증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리스크가 높은 자산임에도 면밀한 검토 과정을 거치지 않고 투자자들에게 내밀었다는 비판이다. 한 사모펀드 운용사 대표 A씨는 “최근 사모로 나오는 부동산펀드에 오피스텔 증축 등에 투자하는 경우가 있는데 나중에 부동산 경기가 꺾이면 어떤 문제가 생길지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라임 사태에서 문제로 불거진 ‘메자닌 투자’ 역시 이 같은 맥락에 있다는 지적이다. 전환사채(CB) 등을 담은 메자닌 투자는 경기가 침체되는 시기에는 투자 기업의 디폴트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고 향후 CB를 발행한 기업의 주가 향방을 예측하기 힘들어 리스크가 적지 않은 상품이다. 그럼에도 국내 다수의 자산운용사들은 메자닌 투자에 대거 나섰다.

이렇게 사모펀드의 투자 방식에는 위험이 높음에도 안전하다는 인식으로 포장되는 경우가 많았다. 일부 펀드의 높은 성과를 근거로 들면서다. 한 대형자산운용사 대표는 “수익이 높을수록 위험이 높다는 건 당연하다”면서 “하지만 사모펀드가 높은 수익률을 보이는 것은 곧 안전하다고 인식된 것 같다”고 했다.

사모펀드의 불투명성도 짚어야 하는 부분이라는 견해도 있다. 사인 간 계약을 토대로 투자를 결정하는 사모펀드의 본질적인 성격상 투명성이 다소 부족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지만 투자자 보호를 위해 좀 더 투명하게 운용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날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기자들과 만나 “DLF·라임자산운용 등 악재가 반복되고 있어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더 들여다봐야 하지 않나 싶다”고 했다. 다만 일부 운용사에서 비롯된 문제가 시장 전체의 문제로 매도돼서는 안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 한 중견 자산운용사 대표는 “사모펀드는 그동안 투자자들의 선택권을 넓히면서 모험자본이 시장으로 흘러오게 하는 데 긍정적인 기여를 한 것도 사실”이라면서 “이번 사태로 사모 시장 전체가 문제가 있다는 인식이 생길까 우려스럽다”고 했다. /이완기기자 kinge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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