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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리무진 리버럴





“전철 대신 리무진을 타고 호화생활을 하면서 말로만 서민과 흑인 편을 운운하는 자를 시장으로 다시 뽑아서는 안 됩니다.” 1969년 뉴욕시장 선거운동에서 민주당의 마리오 프로카치노 후보는 진보당 소속 현직시장 존 린드세이를 ‘리무진 리버럴(limousine liberal)’이라는 말로 공격했다. 린드세이와 그를 지지하는 맨해튼 부자들을 비난하는 뜻으로 이 용어를 쓴 것이다. 이후 리무진 리버럴은 고급 차를 타고 고급 요리를 즐기는 등 호화생활을 하면서도 사회적 약자의 대변인인 것처럼 행세하는 좌파 지식인들의 겉 다르고 속 다른 행동을 꼬집는 말로 쓰이고 있다.

리무진 리버럴은 민주당을 지지하는 고학력 지지층을 일컫기도 한다. 힐러리 클린턴은 2016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이 이미지에 갇혀 무릎 꿇었다고 분석된다. 흑인·히스패닉 등 약자의 대변자를 자처하면서도 실제로는 자서전으로 수백만달러를 벌고 고액 강연을 다닌 이중적인 이미지에서 못 벗어났다는 얘기다.



비슷한 현상을 나타내는 말은 세계에 수두룩하다. 프랑스에서는 고급 요리인 캐비아(철갑상어 알)를 즐겨 먹으면서 입으로는 사회주의를 옹호한다는 의미로 ‘고슈 캐비어(Gauche Caviar)’라는 말이 쓰인다. 영국에서는 런던 북부에 있는 부촌인 햄스테드 주민들이 진보성향 노동당을 지지하는 것을 빗대 ‘햄스테드 리버럴(Hampstead Liberal)’이라고 부른다. ‘훈훈한 응접실에서 샴페인 잔을 부딪치며 사회주의를 지껄일 때 밖에서는 가난한 사람들이 추위와 배고픔에 죽어간다’는 글에서 유래한 ‘샴페인 사회주의’라는 말도 같은 뜻으로 쓰인다. 한국에서는 강준만 전북대 교수가 2005년 ‘강남좌파’라는 제목의 책을 내놓으면서 공론화됐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전국 여론조사에서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최근 들어 1위로 올라섰다. 워런 의원은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 출신으로 사회주의에 가까운 이념으로 무장하고 있어 리무진 리버럴로 불린다. 공약도 학자금 빚 탕감과 거대 정보기술(IT) 기업 해체 등 깜짝 놀랄 만한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 워런의 공약만 보면 이것이 과연 자유민주주의의 나라 미국 대통령 후보의 공약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민주주의의 태생지인 미국에서마저 포퓰리즘 공약이 기승을 부리는 것을 보면 세계가 그 어느 때보다도 어려운 상황인 것 같다. /오현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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